3번째 남북 정상 회담이 열렸다.
정치 노선과 아주 정확히 일치하는 시점에서 3번의 진보 정권과 함께 회담은 열렸다.
한편에선, 북한을 대하는 정책이 판이하게 다른 이유에서 이해는 되지만, 물심양면에서 다가가는 것과 뒤에서 돌려치기로 도와준다는 면에서 본질적인 대북 정책 자체는 다를바 없다. 결국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같다.
살기 위해, 트랜스 전환이 자유자재로 일어나는 자유로운 한국의 당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고 있을 뿐.
아침 일찍 건강검진 차 병원에 있었기에 병원 TV로 두 정상의 만남을 시청했다. 병원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각각의 TV에 모여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혼자 지켜보는 것보다 나름 현장감이 감도는 직접적 체험이라 조금 더 감회가 깊지 않았나 싶다. 서로서로 자기 생각을 옆사람과 나누는 모습에서. 개개인의 이번 회담에 대한 생각들을 옅볼 수 있었다.
댓글보다 정확한 현장 반응. 연령대별 다채로운 현장 반응.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결국 이 만남 자체는 확기적인 것이고, 축복해 마지 않는 중대한 전환점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였던 몇 달전에서 이렇게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된 것이 얼떨떨하다.
나중에 객관적인 평가가 내려진 시점에서야 큰 그림을 볼 수 있을 만큼 속도가 빠른 것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어린 나이에 북한 정권을 꿰차고, 주변 친척들을 숙청하며 지위권을 강화한 악덕 군주의 이미지로 보여졌던 것이 사실이다. 제한적인 보도에 그리고 대중의 깊지 않은 관심, 적대국, 이런 프레임에 쌓여 악행은 더 강하게 비춰질 수 밖에 없다. 행위 자체가 반인륜적이기에 터부시될 수 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최근의 김정은의 행보는 그래왔던 행보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매스컴에 비춰지는 그의 이미지도 변화했다.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모습에서 웃는 모습으로.
진짜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매스컴에 의해 편집되어진 가짜의 모습말고. 진짜로 그의 정체성은 어떨까.
이렇게 밝게 웃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런 호기심에 조용히 TV를 지켜보았다.
첫만남의 악수. 그리고 대화. JSA에서 남으로 넘어온 김정은. 그리고 살짝 당황한 문대통령. 그리고 같이 북으로 넘어가는 두사람. 대화의 내용을 당장 들을 수 없었음에도 같이 북으로 넘어가는 상황이 정해진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제대로 알 수 있었다.
북으로 언제 가볼 수 있느냐는 문통의 말에 지금 가보자고 화답한 김정은.
이 장면을 TV로 보면서 김정은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상황에서 저 나이에 저런 순간적인 센스를 발휘하긴 쉽지 않다.
그리고 그의 센스가 드러난 두번째 사건 모두발언에서였다.
발언 중 '멀리서 온 평양 냉면'이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정색하면서 '아 멀리서라고 말하면 안되겠구나'라고 발언한 것이다.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이정도면 수준급이었다.
양국이 처음 대면하고 첫 연설에서 이렇게 말해준 것은 회담에 대한 그의 태도를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우리는 조금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회담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한가지 덧붙이면 발언 내내 문재인 대통령 '님' 이라고 존대한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문대통령님의 발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말했음에도 꼬박꼬박 '님'이라고 존칭하는 것에서, 어쨋든 유교적 뿌리를 둔 같은 핏줄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느낀 찰나의 순간이었다. 내가 알던 우리가 알던 무지막지한 김정은과 다름을 알 수 있는 포인트 중 하나인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김정은이 그동안 생각해 왔던 이미지와 많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의 이런 자유로운 발언은 지난 2번의 회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세대가 바뀐 현재의 지도자로, 북한도 지금을 살고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할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냥 세습에 의해 나라를 떠안은 어린 놈이 아니라 나라를 통치하는 지도자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것이다.
여러 언론에서 해석하는 것처럼 중국을 모델로 가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폐쇄된 환경을 물려받은 김정은. 어릴때 동생 김여정과 유럽에서 유학을 하고 큰 세계에 눈뜨고, 아버지 할아버지와는 다른 국가를 그리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선 협상을 이끌 힘이 필요했고. 그래서 그렇게 핵에 집착을 했겠지.
정치적으로 판단할 때 이렇게 해석하면 맞을 것 같고, 그랬으면 좋겠다.
이번 회담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것이 김여정이었다.
화면에 비추는 그의 모습은 오빠이자 지도자인 김정은을 가장 가까이에서 편안하게 그리고 예의바르게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난 평창 올림픽에서 북의 대표로 방문했던 그녀라 낯이 익다.
서류를 한 팔에 낀 채, 김정은에게 팬을 건내고, 한발 뒤에서 걸으며 그녀의 본분에 맞게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시종 밝은 미소를 보이는 그녀에게서 온화함이 보인다면 과한 생각일까?
김정은이나 김여정을 좋게 본다고 해서 주사파라던가 공산주의라고 판단하는 그런 고리타분한 시대는 지났다. 불온서적이었던 마르크스의 저서들이 자유롭게 읽히는 시대인데 아직도 공산당, 빨치산, 종북 프레임으로 일관하는 것은 스스로 정치적 한계를 드러내놓고, 정치와 절멸을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나의 해석도 결국 판단일 뿐이다.
김정은 김여정 남매가 그리는 미래의 북한은 무엇일까?
친척들을 숙청하고, 친형 김정남을 독살하는 등 자신들의 체재를 굳건히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지금의 행보처럼 과감하게 세계속으로 뛰어들려고 하는 저의가 무엇일까?
그렇게 과감한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 탓이 아닐까?
과거 우리의 역사, 가장 가까운 조선만 생각해봐도 형제의 난으로 나라를 차지하는 일은 항상 일어나고 있었다. 형제 뿐인가 조카를 죽이기도 하고 친족끼리의 암투가 정권마다 치열하게 벌어졌다. 강력한 군주 체재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한 힘은 필수였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에게는 과거에서, 역사적 사실로 벌어졌던 일들이 지금의 북한에서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은 아직 조선의 연장선에서 체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기에 마치 현재의 시선으로 보면 잔인한 반인륜적인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지금 김 남매의 시대에 와서야 비로소 과거를 청산하고 현대로 한발자국 내딛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확실한 것은 터닝포인트는 맞다. 김일성, 김정일 체재의 은둔형 국가 운영에서 개방형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한적이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보급된 현재의 북한을 보면 달라졌고, 앞으로 더욱더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긍정적인 신호임에는 틀림없다.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
시종일관 웃는 모습과 김정은을 배려하는 태도 그리고 이렇게 대화를 성사 시킬 수 있는 추진력에서 그의 우직한 정치를 판단할 수 있었다. 어떤 정치 공세에도 그가 생각하는 길을 우직하게 추진해 내는 것. 그리고 그 길이 바른 길임을 보여주고 평가받는 것. 그런 대통령이다.
전세계가 판단하는 것처럼, 북미대화라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사건이 벌어질 수 있는 대엔 중간자인 우리의 역할이 컷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게 아닐까. 나서서 획기적으로 바꾸는 것보다 조용히 중간을 지키면서 묵묵히 자기일을 해나가는 것. 조금 돋보이지 않더라도 그가 없으면 안되는 일을 하는 것. 볼트와 너트 사이에 낀 고무링처럼.
나 하나의 실속보다, 명예보다, 전체를 위한 일, 미래를 위한 가치에 지렛대를 두는 것이다.
그런 대통령의 모습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번 회담을 계기로 더더욱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색을 느낄 수 있었다.
나 하나의 실속보다 전체의 이득. 앞으로의 4년을 위해 확실히 힘을 실어주어도 될 듯하다.
나처럼 이미 분단된 상황에서 태어난 세대들은 어린 시절 통일교육에도 불구하고 통일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중요하고, 굳이 체재도 다르고 경제적 상황도 다른 북한과 하나로 합쳐 위기를 자초할 필요가 있나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은. 전쟁에 대한 쉬운 생각들이다. 경험해보지 않더라도 전쟁이 주는 참혹한 현실을 알 기회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힘으로 제압하고 싶어하는 생각들이다. 그러기 위해선 전쟁이 벌어져야하는데, 경각심 따위없이 쉽게 내뱉는 것. 단지 댓글이기 때문일까? 가장 안타까운 현상이다.
어떤 경우라도 전쟁이 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얼었던 통일에 대한, 한민족 국가에 대한 사고에 봄의 기운이 내렸다.
내게도 그런 생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짠하고 기쁜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화면 속에 비춰지는 남북 대표의 환한 웃음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느꼈다. 통역도 필요없다. 사투리처럼 작은 억양의 차이일 뿐, 65년의 분단에도 소통은 한 순간에 이뤄졌다.
나를 포함한 국민들이 이 회담을 계기로 왜 통일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조금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하나였던 것이다. 체재가 다르고 다른길을 걸어왔고,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도 결국은 우리는 같은 핏줄이라는 것이다.
잘 읽었습니다
다시 한 번 느껴집니다
예사 글솜씨가 아니시네요
개마고원을 올해 안에 보고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한을 여행하고 기차로 유럽을 가는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공감합니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 말솜씨에 좀 놀랐네요... 북괴라는 명칭을 쓰던 시절에 교육을 받았던 제 세대로서는 북한의 지도자들에 대한 묘한 선입견이 있는데요... 젊은 남매가 그런 부분을 작정하고 깨려는 것 처럼 보였어요. 시작은 잘 했으니 진행을 잘 하길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실시간으로 TV 중계들을 지켜보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고, 그 것을 글에 담으려 했습니다. 무척 의미 있는 행보에 놀랍고 기분좋은 하루였습니다. 선언문이 지켜지길, 바른미래당의 바른 보수적 접근처럼, 경계하며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시작은 잘 된거 같습니다. 예쁜 꽃피우고 열매맺을때까지 잘 되기를 바랍니다^^
공감합니다 ^^ 잘 지켜지길 국민의 입장에서 힘도 싣고 경계도 하면서 지켜보겠습니다.
어제 김정은위원장의 발언을 보며 예의를 갖춘 느낌을 받았는데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군요
남과 북이 앞으로 협력하여 가장 가까운 관계, 평화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결국 우리라는 목표로, 미국을 피할 수 없지만, 서로 의지하고 좋은 파트너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래마지 않습니다. ㅎ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어제 느꼈던 감동은 평생느껴볼지도 모를 느낌이었습니다. 확실한 터닝포인트일것이고, 그게 긍정적으로 계속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네 공감합니다. 봄은 왔고 뜨거운 여름이 오고 시원한 훈풍의 가을이 오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