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거리는 부처님오신날.
오랜만에 혜화동에서 연극 한편을 보고
인근 유명한 오뎅바에 가던 중이었다.
왠지 발길이 일명 '아름다운가게' 중고매장으로 향했다.
비가와서? 그냥 가는 길목이라?
평소 아름다운 가게를 자주 찾은 습관 때문이 컷다.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과,
의외로 아주 귀한 빈티지 물품을 값싸게 영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씩 일부러 들려, CD와 책을 쓸어오곤 한다.
이놈의 책 수집벽...
안읽은 부담만 쌓여간다. 평생 읽을 책은 이미 가지고 있을 텐데.
오늘도 역시 책한 권 들고 나오자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일을 치고 만다.
책 뒤 구석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존재하나가
내 눈에 띠고 만 것이다.
그리고,
무엇에 홀린듯, 덜컥 번스타인 옹의 베토벤 전집 LP를 들고 나와버렸다.
오랜 동안 구석에서
비가 오는 날마다, 비가 내 뿜는 습한 기운을 다 빨아 들여 머금고 있는 듯한,
제습제의 향기마저 느껴지는 거대한 앨범 박스.
자켓의 번스타인 옹의 지휘모습을 발견하고,
손보다 빨리 이미 뇌에서 지갑을 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이치 그라모폰 DG에서 1970년 쯤 우리나라에 발매한 세트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니,
겉표면의 흔적과 달리 아주 깨끗하게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
아직 나에겐 턴테이블이 없다는 것이다.
이 좋은 걸 사도, 들을 방도가 없다.
PC-FI를 소소히 적당히 즐기자는 맹세는
어김없이 이렇게 어떤 계기로 깨지고 만다.
내 리시버보다 윗급을 듣는 순간,
이미 또 뇌의 지갑은 열린다.
LP의 번스타인 베토벤 소리가 궁금하면
사야한다. 턴테이블...
오디오 전문가이신 @travelwalker 님을 소환해서 여쭤봐야겠다.
(티악 tn-300 정도면 괜찮을까요..? 불러서 죄송합니다.)
일단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고
눈으로 감상해야겠다.
눈으로 듣는 소리도 나름 나쁘지 않다.
아!
헨델 메시아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세트는
덤이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저 앨범 있는데요, 번스타인은 또 말러도 좋아서 좋아하는 지휘자 중 한분입니다 ㅎ
Teac턴은 아마 최근에 나온 모양이네요? 요샌 phono amp 내장형으로 USB직접 녹음도 지원하고 하는 것들이 많아 지고 있으니까요.
가볍게 들으시기에 큰 불편은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mm으로 하시면 사실 음질 차이가 크진 않으니까요. 뒤에 카트리지만 교체 해보셔도 상당히 음질 향상이 되실 것 같습니다 ^^ 저도 나중에 나이들어 하려고 턴은 프로젝트 오디오것으로 평범한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워낙 턴테이블은 엔지니어 기질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어서요 ㅎㅎ
오랜만에 저도 번스타인 한번 들어봐야 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오 앨범있으시군요? 클래식을 LP로 들어본적이 없어서 어떤 기분일지 그저 상상으로만 듣고 있습니다. 최근 버전인거 같은데, 입문으로 조금 추천하는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소리가 어떨지 클래식용으로 사용해도 되는건지 전혀 몰라 도움을 구했습니다. mm이 무언가요? 무지해서.. 프로젝트 오디오는 가격대가 어느정도인가요? 오디오테크니카 대중적인 놈은 아무래도 티악보다는 못하겠지요? 아 질문을 너무 많이 드렸네요... 혹시 다시 와주시길 기다리겠습니다^^
MM이나 MC이렇게 증폭 방식에 따라 두가지로 나뉘는데요, 기본적으로 레코드의 소리골에서 읽어온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합니다. 마이크에서 입력을 받는 방식과도 동일합니다. MM은 moving magnet이라고 해서 바늘에서 읽은 소리를 마그넷이 움직여 받아들이는 방식이고 MC는 moving coil이어서 바늘에 감긴 코일을 움직여 받아들이는 방식입니다. MM은 마그넷자체가 움직이는 방식이어서 증폭이 상대적으로 좋은 반면 디테일이 약하고, MC의 경우는 증폭이 낮지만 디테일이 좋습니다. 해서 대부분의 고급 턴에는 MC 타입 카트리지를 많이 사용합니다. 완전히 아날로그 신호 즉 바늘이 레코드 판에 난 골을 긁어서 얻은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것이어서 턴테이블에서 나는 조그만한 소리도 다 입력이 됩니다. 지글지글 한다던가 (판이 고르게 돌지 않을때 생깁니다) 틱틱거린다던가(조그만한 먼지에 걸려나는 소리죠) 하는 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재생이 됩니다. 그래서 좋은 턴을 구하게 되는 것인데요. 기기적인 턴 만큼이나 중요한것이 phono 앰프입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바늘에서 얻은 전기신호는 너무 미약해서 현대의 앰프에서 필요로하는 입력 임피던스를 충족하지 못해 매우 소리가 작거든요. 이걸 일차적으로 앰프에 입력가능한 출력으로 증폭하는 것이 phono amp입니다. 턴테이블의 소리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요새로 치면 디지털 아날로그 컨버터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지금 말씀하신 티악 제품 같은 경우는 가장 다루기 쉽게 MM 카트리지를 쓰고 phono amp를 내장해 놓은 형태의 턴테이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일 사용하고 계신 앰프가 phono단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말씀하신 저 제품을 쓰시면 편리하실 것 입니다. 입문기에서 중급기 정도 영역에선 선택의 여지가 매우 많습니다만, 몇가지 앨범을 주로 들으시고 나중에 본격적으로 해보실 계획이시면, 말씀하신 티악 제품을 한번 써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카트리지(바늘이 달려있는 부분)는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카트리지만 오토폰이나 데논등의 제품으로 교체하며 들어보시면서 취향을 살펴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
와 간단한 질문에 이렇게 길게 답해주시니 감사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말감사합니다. 무지의 영역인 턴테이블인데 어느정도 감이 잡힌것 같습니다. 포노앰프 개념도 이해가 됐구요. ㅎ 그럼 말씀드린 티악정도로 시작해보려합니다. 중고기기부터 천천히 해보려구요. 당장급한건 아니니까. 그 바늘에 따라 소리가 많이 바뀐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말씀해주신 것들 찾아보겠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Excellent post!
저도 그 마음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지갑을 생각도 하기전에 열게 되는...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ㅎㅎ 전 너무 후해서 탈입니다...
그러게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시죠?
네 요즘 일때문에 게을러서 방문이 뜸했습니다 ㅎ 미생물 읽으러 갈께요~
좋은 하루 되세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늘 수고하세요 ㅎ
!!!!!!!!!! 역시 보물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겐 숨어있던 이 앨범에 눈에 띄는군요 ! +_+ 부럽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