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업종의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이 아닐까 싶은데.
최근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이 얘기는 사람들에게 꼭 나눠주고 싶어서 남기는 글.
나는 10대말, 20대초반은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그 때도 깨달은 건, 결국 작품 퀄리티의 완성은 최종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고 촬영하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는 거였다.
아무리 콘티가 좋아도, 레이아웃을 잘 잡아도, 원화가 훌륭해도. 동화, 채색, 촬영에서 망치면 B급이 된다.
IT프로젝트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서비스를 동작시키는 Code의 퀄리티가 결국 안정적이고 쾌적한 서비스의 기반이다.
코드를 짜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물론 설계가 잘못되면, 애초에 잘못 정리되어 아래로 내려오면, 아무리 Developer가 훌륭해도 그 서비스는 개판이 된다. 그런 점에서 기획과 설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컨설턴트가 개발자를 무시하고, 아키텍트가 개발은 수준 낮은 일이라서 자기가 안한다는 태도라면 나는 매우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대형 프로젝트에서 설계자가 코드 작성까지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역할을 나눈 것이지, 여기에 상하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팀에는 사기(morale)가 있다. 그리고 나는 구조를 잘 짜놓는 것 이상으로 실제 구현(implement)단계에서 이것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본다.
과연 한국에 진짜 제대로된 architect나 consultant가 있는지도 의심스럽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러한 태도로 이러한 사람들이 현장을 다니는 건. 피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사고가 나는 건, 우리나라 개발 문화 특성상, 이러한 사람들이 PM을 맡게 되는 경우다. 현장을 무시하는 매니저는 일을 해결할 수 없다. 결국 프로젝트는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그러면 책임공방의 늪으로 빠진다. 그리고 이 때에도 결국 어찌되었든 서비스를 동작하게 하고 마무리 짓는 것은 Endline에 있는 개발자다.
개발자들과의 교감에 실패하고 현장의 이슈에 귀기울지 못하는 PM은 PM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그러한 PM이 많이 있고, 고객사로서는 이를 식별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것.
나는 그것이 많은 큰 프로젝트들이 망가지는 첫 번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생각들을 던져주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프로젝트 뿐만이 아니라, 고객이 잘 식별해 고를 수 있는 분야는 굉장히 드문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더 시장이 허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전문적인 분야일수록 고객은 전문가를 신뢰하고 일을 맡기는 방법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유일하게 신뢰하는 프로세스가 Reference에 의지하는 건데, 그조차도 큰 윤곽만을 알려줄뿐. 디테일은 항상 가려져 있으니. 시장은 늘 불완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개발을 모르는 사람이 윗사람이면 그 회사는 망하거나 흔들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