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작 중 <협녀, 칼의 기억>만큼 기대치를 산산조각낸 영화는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2015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았으나, 영화는 30분도 안되어 그 기대를 산산조각 내어버린다. <크로니클> 감독의 후속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판타스틱4>의 몰락과도 유사하다. 아니 <판타스틱4>보다 더 하다. 적어도 그 영화는 초반 1시간은 볼만했거든. 나는 영화에 대해 매우 관대한 편이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해 질 수가 없었다. 오랜 고민끝에 찾아냈던 장점은 '비주얼은 좋았다' 정도?
스토리의 전형성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토리가 뻔할수록, 그것을 커버할 촘촘한 플롯이 요구된다. '절정고수가 되어 부모의 원수를 갚는다'는 무협에서 닳고 닳도록 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면, <협녀>는 그 뻔함을 뛰어넘는 좋은 플롯을 갖춰야 했다. 그러나 <협녀>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뚝뚝 끊겨 따로노는 시퀀스 뿐이다. 시퀀스 간의 불친절한 편집도 문제지만, 그 사이에 껴있는 우연적 요소 역시 시퀀스의 개연성을 갉아먹는다. 심지어 시퀀스 내부의 씬들조차 하나의 흐름을 완성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보자 월소를 습격하라 지시한 유백은 정자에서 차를 마시다 또 다른 집단에게 습격을 당한 뒤, 갑자기 궁궐에 나타난다. 습격을 정리하는 과정이나, 궁궐로 간 유백의 심경 등은 모조리 관객의 추측에 맡겨진다. 불친절도 정도가 지나쳤다. 시퀀스의 3분의 1을 관객 스스로 채워야 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스토리 전개가 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 끝없이 반복된다. 출생의 비밀을 원수의 친절한 설명을 통해 알고 괴로워하던 홍이는 숲속에서 짐승의 습격을 받은 뒤, 다음 씬에서는 술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 대체 그녀는 왜 숲에 있었던거고, 그 씬은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들어갔단 말인가?
감독은 전형성을 탈피하기 위해 스토리를 꼬았지만, 우연성 높은 스토리와 불친절한 편집은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지 못하게 만든다. 몰입하지 못하니 캐릭터에 공감할 수가 없다. 홍이는 자신을 키워준 월소가 자신이 처단해야할 원수임을 알고 충격에 빠지지만, 별다른 사건 없이 충격을 극복하고 복수를 선택한다. 권력에 미쳐 모든 것을 저버렸던 유백은 꿈을 이룬 순간에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자신 스스로 복수의 대상이 되었던 월소는 영화를 위해 누구보다도 다각적으로 묘사되어야 햇던 캐릭터였다. 그런 그녀도 영화는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하니 그들의 행동이 너무나 어이없어 보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슬퍼하는데, 보는 나는 실소를 뿜는다.
무협영화의 꽃은 결투장면이다. 스토리가 뻔하든 이해불가든간에 결투 장면만 잘뽑았다면, 평균 수준의 무협영화가 될 수 있다. <협녀>는 결투장면마저도 무협스럽지 않다. 검과 검이 부딫치는 순간, 영화는 풀샷이 아닌 배우 중심으로 화면을 담는다. 빠르게 전환되는 컷은 베는 순간만을 담을 뿐 연속성이 없다. 장면은 아름다운데, 검술을 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설픈 와이어 액션의 남발과 잦은 슬로우모션은 이런 부자연스러움을 더욱 강화시킨다.
월소는 풀밭에서 유객의 자객들과 대결을 벌이는 씬은 홀로 수십명을 상대하는 상황인데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컷이 바뀌니 한 명이 죽고, 컷이 바뀌니 한 명이 죽는다. 붕 날라서 가슴을 찌르고 컷이 또 바뀐다. 검술의 연속성은 사라지고, 베는 순간의 행위만 남는다. 짧은 퍼포먼스를 보는 느낌이다.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서 배우들마저 길을 잃었다. 원패턴스러운 김고은의 연기는 몰라도, 전도연마저 연기를 못해보일 줄은 몰랐다. 막장 스토리와 연출에 갈피를 못잡았겠지. 이 상황에서도 이병헌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순수한 천민이던 덕기가 어떻게 욕망을 깨닫고, 고려의 왕이 되려 타락하는지를 목소리 톤으로, 얼굴 표정으로 설명해냈다. 영화는 중국난방의 연속이지만, 이병헌이 등장한 순간만큼은 제대로 중심이 잡혀있다. 즉, 이병헌만이 이 망작에서 찬사를 받을 수 있다.
거대한 궁궐과 높은 왕좌는 위압적인 이미지를 만든다. 전투를 벌이는 장소, 주인공들이 머무는 공간은 아름답다. 그러나 영화는 비주얼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와이어 액션과 슬로우모션 떡칠으로는 더이상 조잡한 액션을 숨길 수 없다. 어설픈 반전은 관객들의 반감만 살 뿐이다. 예고편에 반해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너무나 허술한 스토리에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멋진 비주얼에 반해 구매했더니 안에 채워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눈요기로만 보려고 해도, 그에 못미치는 스토리와 편집이 너무나 크다. 대성공을 거둘줄 알았던 영화는 그렇게 관객들의 외면을 당했다. 이 영화는 정말 '우아하게' 망했다.
네가 나의 주인인가, 내가 너의 주인인가?"
이거 괜찮은데 김고은연기도 그렇구여 차이나타운 버금가는 숨은 명작아닐까합니다
오 저랑 완전 반대시네요. 저는 진짜 대 실망했거든요 ㅜㅜㅜㅜ
그 김고은에 눈빛을 그리구 목소리 그리구 이병헌에 연기도 좋던데요 의외로 저는 이게 수작으로 제가 돌아이 끼가 있어서 ㅋㅋ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저는 이 영화 안봤지만 어머니께서 보셨어요.
재밌다고 하시네요^^;; 추천꾹^^
감사합니다!! :)
볼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영화입니다.
살짝 고민스럽긴 하네요.
이병헌만 놓고 보면 봐도 될듯 한데....흠....
아무튼 리뷰 잘 참고하겠습니다.
이병헌에게 걸면 될거 같긴해요... 미장센도 이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