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에 대한 단상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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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2호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복작거리고 학교 로고가 박힌 롱패딩을 입은 사람이 많이 보이는 걸 보니 개강이 확실하게 온 것 같습니다. 과잠이 많이 보이겠구나 생각했는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과잠을 입기는 무리였나봅니다.

이번 학기를 시작하며 7번째 개강을 맞았습니다. 5년 전 같은 날,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이라는 공간에 첫 발을 내딛던 저는 어느 새 군필에 4학년이 되어 학교에서의 마지막 해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발을 내딛습니다. 같은 개강이지만, 3월의 봄 학기 개강은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엇학기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학년이 올라가고 무엇보다 학교에 새로운 얼굴들이 '새내기'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수 년간의 고된 수험생활을 마치고,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듯이 처음 대학생이 된 그들의 모습을 보니, 5년 전의 저도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일까요. 방학 때도 도서관 근로를 위해 항상 올라가던 언덕길이지만 오늘은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복작복작하고, 어딘가 어색하면서도 활기찬 이 분위기에 저도 괜히 설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 첫 발을 내딛으며 준비하는 새내기들과는 달리, 저는 이제 학교생활을 마무리 할 준비를 합니다. 물론 진학을 하게 된다면 또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되겠지만, 학부생으로서의 학교 생활은 올해가 마지막이 되겠지요. 옛날에 학부를 졸업하신 분들이 보기에는 귀엽게만 보이시겠지만, 한 때 새내기였던 저도 이제 우스갯소리로 화석이나 석유 따위의 별명으로 불릴 학번이 된 것 같습니다. 저와 학교 생활을 같이 하던 선배들은 휴학생을 제외하고는 모두 학교를 떠났고, 대부분 제 동기들과 후배들 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졸업을 준비 한다는 건, 그런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의 선배는 없고,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 나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같은 수업을 듣고, 같은 곳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없으며 취업시장이나 대학원 진학에서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해야 합니다. 대학 졸업의 마지막 관문은 졸업 논문 같은 게 아니라 "당신은 얼마나 잘, 스스로 설 수 있습니까?"라는 생각도 드는 것 같습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며, 시작은 또 다른 끝이라고 했습니다. 학교를 곧 떠나게 될 저와는 달리, 매년 학교에 들어와서 새로운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론 제 끝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공학자가 되기 위한 초석으로써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사람이나, 끝을 준비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모두 두루마리 휴지처럼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아스트랄러였습니다.

개강싫어!!!!!!!!!!!!!!!!!!!!!!!!!!!!!!!!!!!ㅠㅠ으어어어엉 살려주세요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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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개강 너무 싫었는데....
졸업한지 한참 지나고 나니 그 느낌도 그립네요!!

저도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항상 오고 너무 일을 많이 시켜서 빨리 떠나고 싶던 학교였는데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학교에 애착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ㅎㅎ

ㅠㅠ 무서운 사회가 입벌리고 기다립니다

흑 사회 무서워요.. 평생 학생이고 싶지만 ㅠㅠㅠ 배운 만큼 밥값하면서 살려면 무서운 곳으로 떠나는 용기도 필요하겠죠!!ㅎㅎ

보람찬 한 학기 보내시길 :) 금방 가잖아요!

감사합니다!! 올해는 사실 학기 구분이 의미없는 한 해이긴 하지만..!! 올해도 금방 갈 것 같아요 ㅎㅎ

개. 강 . 시. 러.

ㅋㅋㅋㅋㅋㅋㅋㅋ개강에 의한 정신적 충격이 상당해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