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프라하에서 열린 이더리움 데브콘4에 참석했었습니다. 행사 참석 기사를 위해 썼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데브콘4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
세션하나만을 뽑기는 좀 어렵군요. 일단 매우 큰 4층 규모의 공간을 전부 가득 메울 정도로 많은 수의 인원이 참가했고 인기있는 세션들은 바닥에 앉아서 보기도 힘들 정도로 붐볐습니다. 새 스마트컨트랙 언어 관련 세션을 바닥에 앉아서 보고 있었는데, 문득 왼쪽 옆을 보니 바로 옆에 비탈릭이 똑같이 바닥에 털썩 앉아서 듣고 있더군요. 재미있는 것은 세션중에 아마도 비탈릭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아 준다는 거였습니다. 세션 끝나고 나와서 인사하고 잠깐 질문을 하기는 했습니다, 언제 한국 올꺼냐고 ㅋㅋ.
이번 데브콘의 또 다른 특징은 UI/UX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고, 이와 관련된 많은 세션을 포함한 별도의 트랙을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dapp들이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소홀했고, 대중화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이와 관련된 다방면의 많은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질 것으로 봅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내용을 굳이 선정하라면 두가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하나는 이더리움 파이썬 클라이언트인 Trinity 리드개발자인 파이퍼(Piper)의 연설이었습니다.
오픈소스 이더리움 개발자로서의 길과 개인적인 삶, 가족, 열정, 그리고 심각한 우울증과의 싸움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이더리움은 그냥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구나 하는 강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이덴터티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아이덴터티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발표였습니다.
발표자는 미국에서 온 개발자인데, 자신은 분명히 미국을 사랑하고, 개인적인 정치적 입장이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자신을 규정하는 정체성의 기반은 이더리안(etherian)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더리움이라는 기술자체에 대한 맹신을 해야 된다는 것은 아니죠. 이더리움이 실패하거나 이 보다 더 나은 기술이 나오면 더 나은 기술에 다시 포커스를 맞추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더리움 기술 개발과 커뮤니티를 추동하는 탈중앙화 정신을 매개로 한 연대입니다. 그 연대에서 비롯되는 아이덴터티가 국가적 시민권보다 더 근저에 있다는 인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더리움 기술의 개발에 파운데이션 코어 개발진만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많은 독립적인 프로젝트 팀들이 참여하면서 더욱 넓어진 외연과, 전문적인 논의의 수준 향상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더리움 개발 현황
이더리움 세레니티(앞으로 이더리움 2.0을 세레니티로 부르자고 비탈릭이 제안)의 전반적인 내용 요약은 얼마전 제가 요약한 슬라이드와 기사 참조.
https://docs.google.com/presentation/d/1Pn-Dh2s8bJINjbn5HJFoyp0z0bL684QJrCV3tPkyB4M/edit?usp=sharing
http://m.zdnet.co.kr/news_view.asp?article_id=20181108184020
이더리움의 다음번 업그레이드는 내년 1월로 예정된 콘스탄티노플인데, 기존 시스템의 속도 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최적화 업데이트와 PoW 이더 보상을 블록당 3이더에서 2이더로 줄이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질적인 메이저 업그레이드는 세러니티(이더리움 2.0) 단계에서 이루어질 전망입니다.
세러니티가 해결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과제는 역시 스케일링 이슈입니다. 블록주기 단축, 초당 처리속도 향상및 필요에 따른 지속적인 처리용량 증가능력, 네트워크 지연(latency) 감소, 트랜잭션 최종 확정성 부여 등의 많은 과제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더리움은 이런한 스케일링 문제를 해결하면서, 보안성은 더욱 강화시키면서도, 탈중앙성을 약화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경쟁 플랫폼들이 스케일링 문제 해결을 위해 트레이드오프로 탈중앙성의 약화를 당연시 하는 것과는 반대로 이더리움은 오히려 탈중앙성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와 이를 검증하고 안정화하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더리움은 스케일링, 보안성, 탈중앙성의 과제를 하나의 레이어에서 모두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멀티레이어 솔루션을 기본적인 방향으로 잡고 있습니다. 베이스 레이어인 메인체인은 샤딩을 통해 처리용량을 지속적으로 확대가능하게 하지만, 탈중앙성성과 보안성의 강화에 가장 중점을 둡니다. 따라서 메인체인에서의 성능향상 만으로는 리얼타임에 가깝게 처리해야 하는 유즈케이스나 글로벌 레벨에서 진행될 다양한 성격의 dapp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즈마 체인과 같은 메인체인의 시큐리티에 의존하면서도 성능향상에 더 촛점을 맞춘 레이어-2 체인과 스테이트 채널, 오프체인 컴퓨테이션 솔루션들이 필요합니다. 레이어-2 솔루션들은 탈중앙성 또는 보안성에 있어 메인체인과 같은 레벨의 수준이 필요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속도 향상이 훨씬 용이합니다. 두 레이어의 솔루션들이 내적으로 연결되어서, 스케일링, 보안성, 탈중앙성이라는 과제가 동시적으로 해결됩니다.
멀티레이어 솔루션 방향은 레이어-1 내부에서도 적용이 됩니다. 이더리움 메인체인 세러니티를 통해 기존의 PoW 체인과는 별도의 캐스퍼 FFG PoS를 바탕으로 한 비콘체인과, 이 비콘체인에서 할당된 밸리데이터에 의해 생산되고 검증되는 다수의 샤드레이어들이 추가됩니다.
세러니티에는 샤딩과 PoS 이외에도 스마트컨트랙을 실행하는 엔진인 EVM을 웹어셈블리 기반으로 처리하는 eWASM 솔루션들을 도입하고, 트랜잭션 병렬처리, 노드들간의 네트워크 연결을 위한 p2p 프로토콜 개선, 전자서명 알고리듬 개선 등 다방면의 개선작업이 포함될 예정입니다.
세레니티 업그레이드 역시 한번에 이루어지기 보다는 단계적으로 여러단계의 스텝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0단계에서는 캐스퍼 FFG 기반의 PoS 비콘체인을 론칭합니다. PoW 메인체인에서 32이더를 스테이킹하고 비콘체인에서의 밸리데이터로 등록이 되고, 비콘체인의 블록이 생성되고 유지되는 것 자체가 목표입니다. 1단계에서는 샤드들을 추가하는데, 이 샤드를 일단 데이터 스토리지로 이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2단계에서는 샤드위에서 eWASM 엔진이 작동되어 스마트컨트랙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합니다. 마지막 단계인 4단계에서는 기능들을 개선, 최적화하고 안정화하는 작업들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0단계의 비콘체인의 론칭이 2019년 안에는 이루어지리라 전망합니다. 이번 데브콘에서 비콘체인과 관련되어서 주목할 만한 발표가 있었는데요, 비콘체인이 다수의 밸리데이터풀을 운영하면서 많은 샤드들에 담당 밸리데이터들을 할당해야 되는데, 이 때 강력한 랜덤성이 필요합니다. 각 샤드당 밸리데이터 숫자는 작을 수 밖에 없는데, 만일 랜덤하게 할당되지 않는다면 보안성이 매우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결정론적 컴퓨테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에서 완벽한 랜덤성을 구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하드웨어적인 솔루션을 사용해 랜덤 제너레이션 함수의 랜덤성을 더욱 강화하자는 계획입니다. 오픈소스와 하드웨어 기반의 ASIC 유닛을 개발해 중앙화 위험을 차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랜덤성 보장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솔루션이 처음부터 도입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비단 이더리움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블록체인 생태계 전체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대단히 획기적인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더리움은 스케일링 이슈이외에도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과제들이 물론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도 쉽게 가동할 수 있는 탈중앙화된 라이트클라이언트도 완성되어야 하고, UI/UX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가지 프론트 프레임워크와 모델들 개발도 매우 절실합니다. 스마트 컨트랙트와 사용자 환경의 시큐리티를 강화할 수 있는 보안검증 방법론과 시스템들도 더 필요합니다.
다른 한편 이번 데브콘의 여러세션들에서 여러차례 강조된 내용은 영지식증명(ZKP) 기술의 적용의 필요성에 이었습니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영역 뿐만 아니라, 인증, 심지어는 스케일링의 이슈 등 매우 다양한 방면에서 영지식증명이 핵심 솔루션 기술로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현재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당면하고 있는 기술적 문제의 50% 이상이 수년내 영지식 증명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발표자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마다 더욱 많은 개발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고 그 노력의 성과를 오픈소스로 공유해가고 있는 이더리움 개발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이번 데브콘에서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탈중앙화된 이더리움의 개발과정이 비록 다소 느려 보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이더리움이 추구하는 목적과 이에 이르는 수단과 방법이 일치될 때, 커뮤니티 기반 성장전략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주말되세요^^
EOS 같은 dPoS와는 다른 길을 찾는 험난하지만 더 이로운 길이 되길 기원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몇번씩 정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부해야할 목표가 생겨서 너무 좋습니다.
상세한 후기 및 앞으로 로드맵에 대한 설명을 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전부 이해된건 아니지만, 잘 정리해 주셔서 물 흐르듯이 읽었습니다.
한두번 더 읽어봐야 될만한 중요한 내용들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아톰님 좋은 내용 공유해줘서 고맙습니다
곳곳에서 커뮤니티를 추동하는 탈중앙화 정신이 죽지않고 꿈틀꿈틀 용트름을 하는느낌입니다.
역시 복잡한 스케일링이 문제가 되는군요. 덕분에 조금씩 이해가 되려고 합니다 ^^
@skan님 블로그에서 첨 빕고 인사드립니다. 팔로해요^^
눈이 많이 내린 주말입니다.
행복하시길...
결론은 아직까지 샤딩은 실패했고 비탈릭의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는 것.. 스캠2대장 이더리움..ㅠ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실패는 불가능하죠 ㅋㅋ
1326원일때 팔지않아서 지금은 쪽박 찼어요.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