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달, 그림자, 미소
방 앞에서 떨리는 그녀의 손이 나의 등을 살며시 민다.
“수현씨. 어서 나가요.”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이제 셀 수 조차 없다. 그녀는 이미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 애써 떨리지 않으려 참고 있지만 떨고 있는걸 숨길순 없다.내가 방문 앞에서 멈칫하며 돌아서자 그녀가 덜덜 떨리는 입을 굳게 닫으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난 괜찮으니 어서 나가요'
그 미소가 전부 말해주고 있었다.
잠시후면 한달에 한번 뜨는 붉은 달이 뜬다. 붉은 달이 뜨면 나는 방 문을 잠그고 끔찍한 비명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녀에게 몇해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붉은달의 병.
처음엔 그냥 심한 감기에 걸린듯 아파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평소에는 낼수 없는 괴력과 이성을 잃고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의 힘으로 어떻게든 저지 했지만, 점점 강도가 세지면서 나의 통제를 벗어났고 결국엔 나를 죽일뻔 했다. 그렇게 밤새 아파하다 아침해가 뜨면 다시 예전의 그녀로 돌아왔다. 나를 죽일뻔한 날, 아침에 깨어난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그 이후에 우리가 찾은 방법은 아무것도 없는 방에 그녀 스스로 감금되는 것이었다. 그 방엔 혹시라도 모를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녀 스스로를 결박하기 위한 쇠사슬만 벽에 매달려 있었다. 벽은 견고한 콘트리트로 되어 있었고, 방문은 밖에서 잠글수 있도록 개조한 철문으로 교체했다.
“희연아. 미안해. 내일 아침까지 잘 견뎌줘.”
애써 미소짓는 그녀에게 참담한 내 마음의 말을 건낸다. 희연은 그말을 마지막으로 듣고, 쇠사슬이 있는 방 한구석 어둑한 그림자 속으로 터덜터덜 사라진다. 나는 마지막까지 그녀의 모습을 본뒤 천천히 방 문을 닫고,
잠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