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 지갑, 독서 ]
과연... 뒷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깁니다. ^^
어디선가 바나나 냄새가 난다.
‘아쒸, 신성한 도서관에서 누가 바나나를 먹고 지x 이야..’
난 짜증이 났다. 먹을게 있으면 휴게실 가서 먹던가 해야지 사람들 공부하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먹는건 아니다 싶었다. 냄새의 진원지가 어딘지 확인했다. 누군지 면상을 좀 보고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이렇게 냄새가 진동하는걸 보면 가까운 곳이 분명했다.
역시, 내 자리에서 멀지 않은 뒤쪽 테이블 끝에서 어떤 여학생이 바나나를 열심히 먹고 있었다. 여학생의 눈은 책을 향해 있었고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한손엔 바나나를 들고 베어 먹으면서 다른 한손으론 열심히 노트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건지 무언가 이야기 하기엔 귀찮은건지 여학생에겐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
나는 메모지에 메모를 썼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시끄럽게 싸우기 싫었다. 그냥 가볍게 주의를 주고 싶었다.
‘음식물은 휴게실에서 먹는게 예의 아닐까요?’
정성스레 휘갈겨 쓴 메모지를 들고 여학생의 자리로 갔다. 밖으로 나가면서 여학생의 자리에 놓고 지나칠 심산 이었다. 여학생의 자리까지 가는길이 길게 느껴졌다. 가슴도 두근거렸다. 곧 자리가 가까워졌고 손을 뻗어 메모지를 놓을 수 있을 만한 거리가 되었다. 나는 들고 있던 메모지를 열중하고 있는 여학생 책상위 지갑옆에 꾹 올려 놓았다. 여학생은 나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1초간의 정지시간. 나는 아무말 없이 그녀를 지나쳐 밖으로 나왔다.
열람실 문을 나오고 있는데 뒤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허겁지겁 나오는 듯한 소리다.
“저기요. 이게뭐죠?”
등뒤로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한손에는 바나나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내가 준 쪽지를 들고 얼굴이 발그레 상기된채 나를 바라보는 그녀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