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남편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으로 출장을 다녀오며 몇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당장 다음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아직도 곳곳에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반대한다.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확정이 되었을 때 얼싸안고 울고 웃던 장면까지는 그 심각성을 잘 몰랐었다.
몇 년 동안 각종 미디어를 통해 올림픽이 준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느 올림픽이 그렇듯이 안고 가는 각종 부작용과 문제점들은 인지하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올림픽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올림픽일까. 세계가 하나 되는 평화로운 축제, 선수들에게는 꿈이 이루어지는 명예의 무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반대하는 이유는 많다.
- 막대한 지출비용
- 부풀려진 부동산 문제와 경제 효과
- 쓰레기로 남겨지는 거대 스포츠 시설과 사후관리
- 심각한 지역 재정 적자문제
- 기업의 비리와 부실 시공
- 불합리한 올림픽 특별법 제정과 거대 조성사업
- 불법 벌목과 불법 건설
- 무시되는 노동자의 인권 등
하지만 나를 정말 분노하게 한 건 바로 가리왕산의 죽음이다.
우연히 인터넷 뉴스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민간인의 출입도 금지시킬 만큼 철저하게 보호해왔던 정선 가리왕산에 축구장 110개 크기의 알파인경기장을 개발한다는 것을.
단 3일간의 경기를 위해 500년이 넘는 원시림을 파괴해버렸다. 5만 8,616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갔다.
가리왕산은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조선시대 때부터 민간인들의 출입을 금했고 우리나라의 주목의 유일한 자생지이다. 따라서 현행법상 개발 자체가 엄격히 금지된 곳이다. 하지만 2012년 산림청은 평창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 부지로 가리왕산을 확정했고 특별법으로 가리왕산 일부를 보호구역에서 해제시켰다.
평창 일대의 부동산 이해관계와 무능하고 무지한 대통령의 선택이었다.
정선알파인경기장의 건설과정에서 계획보다 훨씬 많은 나무가 베어졌고 약속 된 것보다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다.
올림픽이 가져다주는 어떠한 혜택도 우리의 미래를 넘겨줄 만큼의 가치는 없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검색해 본 가리왕산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그곳에서 행복한 사람들의 여행 사진들뿐이다. 세계인들의 축제, 올림픽의 이면에 감춰진 가리왕산의 죽음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솔직히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조차 보기 싫을 정도로 회의적이다.
나는 평소 산과 자연을 사랑해서 직접 가꾸고 보호하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다.
녹색연합 같은 단체에 정기 후원을 할 정도의 재정적 여유나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
내가 알게 된 진실을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고, 옳다 생각하는 것에 작은 소리를 보태는 일을 하고 싶다.
2024년 올림픽 유치에 대한 공개회의에서 반대하는 보스턴 사람들
Nolympics Campaign(Amsterdam)
참고:
천년 주목 살던 산에 전기톱 소리 가득 (2017.12.29 한겨례21)
평창올림픽반대연대 http://noolympic2018.blogspo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