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담배를 못 끊을까
어느 한 인터뷰에서 《뉴스위크 》기자가 장 폴 싸르트르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싸르트르가 대답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사는 것과 담배 피우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실존주의의 거장 싸르트르에게 담배는 그의 삶의 일부라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싸르트르의 철학에 빠져 있던 시절, 싸르트르를 닮고 싶어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탈출구가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 담배는 단순히 피우면 없어지는 그런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나"를 지켜주고, "너"를 이해하고, "우리"를 만들어주었던 소중한 도구였습니다. 뿌연 담배 연기 속에서 인생을, 문학을, 예술을 이야기했고, 그 연기 속에서 철학이 싹텄으며, 혁명이 꿈틀거렸습니다. 차가운 소주와 함께 한 담배,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지금,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조서환은 《모티베이터》에서 말합니다.
"담배 끊는 사람은 독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근거 없는 말이고, 실제로는 실행할 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다. 실행할 의지가 없고, 실행할 자신이 없고, 또 그렇게 했을 때 순간적인 고통을 못 견디는 것이다."
의지를 갖고 실행해 봅니다. 하지만 그 결심은 3~4일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잦은 결심에 주변 사람들의 신뢰도 잃었습니다. 이런저런 말로 흡연의 당위성을 변명도 해봅니다만 구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담배를 물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며 좌절합니다.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의 《마지막 담배》를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우리는 고통을 이겨내며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고통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 우리는 흡연 후에야 흡연을 하지 않았을 때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담배를 사랑한다."
담배에 대한 사랑, 있습니다. 힘들고 괴로웠던 시절, 즐겁고 유쾌했던 시절, 담배와 함께 해서 좋았었습니다. 나누어 피는 담배 속에 삶이 있었고, 사람이 있었고, 세월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게 우겨봐도 흡연은 '니코틴 중독으로 인한 만성질환'일 뿐입니다. 최근에 발표된 한 의학논문에 따르면 흡연 중독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어서 금연이 쉽지 않은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다시 끊어볼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성공하자 굳게 다짐하는 의미에서 구보타 기소의 《담배는 끊을 수 있다》에서 발췌한 글을 읽어드리고자 합니다.
청소하기 위해서 일부러 방을 더럽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흡연자는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한다. 니코틴을 섭취하지 않으면 정상이 아닌 뇌를 일부러 만들어놓고는, 정상적으로 돌리기 위해 니코틴이 채 분해되기도 전에 열심히 담배를 피워대는 것이다.
일단 의존 상태가 되면 자신의 의지로는 흡연 욕구를 억제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주일만 참으면 금연할 수 있대도 참지 못한다. 담배를 피우라고 뇌가 끈질기게 유혹하기 때문이다.
조사할수록 니코틴과 뇌의 관계가 드러나고 금연의 어려움이 명확해진다. 그러나 포기하기는 이르다. 뇌에는 놀라운 잠재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 잠재력은 니코틴과 뇌의 강한 끈을 충분히 끊을 수 있다.[구보타 기소(홍성민 역),《담배는 끊을 수 있다》, 황금부엉이, 2008, p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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