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사는 법
10대 때 시간은 10km의 속도로 간답니다. 20대 때 시간은20km로 간답니다. 30, 40, 50대 때의 시간은 30, 40, 50km의 속도로 간답니다. 그럼 60, 70대의 시간은? 당연히 60, 70Km의 속도로 가겠지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시간의 속도에 적응할만하면 어느새 나이를 먹고, 그렇게 또 세월이 흐르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너무 빨라진 속도에 적응하기도 힘들어집니다. 그런데 더욱 힘든 것은 나이가 들수록 이 속도 제어가 잘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멈추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급하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인지 멈추어선 안 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어쩌면밀란 쿤데라가 《느림》에서 말하듯이 속도가 붙으면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멈추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심창희의 《지혜의 보석상자》에 다음과 같은 우화가 소개되어 있더군요.
"몹시 목마른 비둘기가 옥상에 앉아 있었다. 비둘기는 탈진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런데 저기 건너편 건물에서 무언가가 반짝거렸다. 그것은 시냇물처럼 맑아 보였다.
"물이닷!"
비둘기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날아가 시냇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비둘기는 날개가 꺾인 처참한 모습으로 길거리에 떨어졌다. 비둘기는 마지막 숨을 몰아 쉬며 헐떡거렸다.
"아아.... 분명히 물이었는데."
하지만 비둘기가 부딪힌 것은 시원한 시냇물이 그려진 광고탑이었다."
혹시 자신의 모습이 우화 속 비둘기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이 안드시나요? 비둘기처럼 살아왔다는 생각이 안드시나요? 쫓기듯 앞뒤 살필 겨를 없이 달려만 가다 보면 목마른 비둘기처럼 광고탑에 부딪히는 불상사가 생기고 맙니다. 그렇게 되면 어느 순간 일도, 사랑도, 가족도, 건강도 잃을 수 있습니다.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그대 만난 뒤 삶에 눈떴네》에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인생은 우리에게 쉬지 말고 길을 가라고 재촉하지만, 우리에게는 멈추어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에 멈추어 서서 삶을 되돌아볼 만큼 여유를 지닌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예를 들어 갑자기 병이 찾아왔거나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우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인생이라는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게 된다."
그렇습니다. 일이 터지고 나면 그제서야 '그때왜 그렇게 서둘렀지?'하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때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 잠시라도 멈추어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세요. 시원한 바람,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숨을 쉴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인생, 뭐 별거 있겠어요?
레기네 슈나이더의 《절약형 인간》에서 발췌한 한 구절입니다. 레기네 슈나이더가 우려하듯이 그런 삶은, 버리세요!
많은 사람들은 잠을 자면 시간을 뺏기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들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하루가 48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한탄한다. 우리는 비가 오고 폭풍이 불 때에 따뜻한 침대에 누워 누리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걱정과 근심 때문에 마음을 졸이고 아침이 올 무렵에야 잠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겨우 두 시간 후에 자명종이 울린다. 잠자기 전에 꿀을 넣은 따뜻한 우유나 차를 마시는 습관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침실이 잡동사니를 넣는 방처럼 변해가고 있다.[레기네 슈나이더(조원규 역), 《절약형 인간》, 한스앤리, 2005, pp.13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