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모습
한 축구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추천되었습니다. 그 감독은 당대 최고의 선수들만을 모아서 최강의 팀을 꾸렸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가 꾸린 팀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월드컵 예선이 시작되고 보니 이 팀의 문제가 심각하게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운이 좋았는지 어렵사리 본선에 진출합니다만 첫 경기의 졸전에 사람들은 실망했습니다. 그에 대해 그 감독은 부상 선수들도 많고, 선수들이 감독의 말을 듣지를 않아서 제대로 된 작전을 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축구를 하느냐, 내 잘못은 없다, 라고 변명을 했습니다. 결국 그 감독은 월드컵 기간 중에 경질되었습니다.
한 축구 감독이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추천되었습니다. 그 감독은 훈련과정을 통해서 자기 전략 구사에 적정한 선수들을 추려 팀을 꾸렸습니다. 사람들은 우려했지만 그 감독은 뚝심 있게 밀고 나갔습니다. 예선전을 치르면서 드러난 엉성한 팀 플레이에 많은 질타가 있었지만 감독은 말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치른 몇 번의 평가전 패배에 감독은 또 말했습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문제는 그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나에게 있다, 그러나 다 잘될 거다, 책임지겠다. 사람들은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월드컵 본선이 시작되고 이 팀은 기적처럼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리고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을 냈습니다. 사람들은 열광했고, 그 감독의 능력을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나 감독은 말했습니다. 이 승리의 주역은 내가 아니라 선수들이라고, 그들의 땀과 피가 오늘을 만든 것이라고.
리더십의 기본이 무엇일까요? 켄 제닝스와 존 슈탈-베르트의《섬기는 리더》에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리더는 다른 사람을 최우선시함으로써 맨 앞에 설 자격을 얻는다. 다른 사람을 자극하는 것이 리더의 주된 임무이다. 다른 사람들이 최고가 되지 않고서는 리더 역시 최고가 될 수 없다."
공은 자기와 함께 한 사람들에게 돌리고 과는 자신에게 돌리는 모습, 아마도 이런 모습이 리더십의 기본이 아닐까요?
한동안 지난 정권의 수장과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로 세상이 시끄러웠습니다. 지난 정권의 수장이 해명을 하지만 아마도 사람들에게 그 해명이 얄팍한 변명으로 들리나 봅니다. 이야기의 사실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문득 한 축구 감독의 리더다운 행동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아빈저연구소에서 펴낸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에 보면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한 아기가 있습니다. 이제 막 기기 시작한 아기는 뒤쪽으로 자기 몸을 밀면서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그만 가구 밑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아기는 울기도 하고 가구에 이리저리 부딪치기도 하면서 몸부림을 치지만 꼼짝 못하게 됩니다. 그러자 아기는 가구를 증오합니다. 그러고는 빠져 나오기 위해 또 다시 자신을 뒤로 미는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아기는 더더욱 꼼짝달싹 못하게 됩니다.
아기는 문제는 가구에게 있지, 결코 자신에게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문제는 아기 자신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왜 자신이 문제인지를 아기가 알지 못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기는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아빈저연구소의 책은 다음처럼 말합니다.
자기 기만은 이와 같다. 자기 기만은 문제의 진정한 원인에 눈이 멀도록 만들며, 자기 기만으로 일단 눈에 멀면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해결책'은 상황을 실제로 악화시킬 따름이다. 자기 기만이 리더십에 극히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리더십이야말로 상황을 개선시키는 능력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우리가 스스로를 기만하는 그 정도만큼 항상 손상되는 것이지 가구 때문에 손상되지는 않는다.[아빈저연구소(이태복 역),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상자 밖에 있는 사람》, 물푸레, 2001, pp.10-11]
왜 늘 멋진 리더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