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지난 2018년 2월 14일, 베트남 중부 내륙 지방의 퐁냐케방 국립공원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목격한 위대한 전쟁의 서막에 대한 기록이다. 중원의 지배자가 누가 될 것인지 매우 궁금했지만, 하찮은 인간사 비행기 일정에 쫓겨 역사를 끝까지 목도하지 못한 아쉬움을 미리 고백한다.
내가 묵었던 '퐁냐 가든 하우스'에는 이름에 걸맞는 정원이 있었다. 손님들이 묵는 집 쪽에는 대나무로 짜여진 지붕이 있는 야외 테이블과 꽃밭이 있었고, 작은 키의 돌담 너머에는 제법 광활한 공터가 있었다. 3일간 지켜보니 이 마당의 주인은 한쌍의 닭 커플인듯 했다.
갈색의 수탉과 흑색의 암탉. 그들은 앞마당의 지배자일 뿐만 아니라, 동네에서 가지고 있는 지위도 상당한 듯 했다. 닭의 서열은 동네 닭들의 합창을 통해 추리한 것이다. 퐁냐의 숙소에 누워있으면 밤이고 낮이고 가리지 않고 울어제끼는 닭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를 듣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평생 거의 최초로 닭 울음 소리를 유심히 듣게 되었고, 숙소 앞쪽의 수탉이 목청껏 울어대면 온동네 닭들이 제창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 뜻밖의 발견은, 어짜피 피할 수 없는 시끄러운 닭소리라면 그래도 우리집 닭이 대장인게 뿌듯하지 않냐는 정신승리의 업적을 달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사건은 마지막 날 아침에 발생했다. 동네 산책을 하고 돌아와 아침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마당을 구경하고 있었다. 마당에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서열 1위의 닭 커플이 있었고, 이 날은 우물쭈물 동작이 어설픈 어린 강아지 한마리도 마당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강아지는 뭔가 좀 불쌍하게 생긴게 무척 귀여운 인상이었는데, 주로 하는 일은 땅파기, 꽃구경 같은 평화로운 일들이었다. 누가 봐도 아무에게도 위협적인 존재가 아닌 그 강아지는, 닭들에게도 마찬가지 인상이었던 것 같다. 닭들은 관대하게 강아지에게 마당의 입장을 허가해주었다. 강아지가 땅을 파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닭들은 그 자리에 찾아가 땅을 쪼았다. 아마도 흙이 패여 부드러워진 자리에서 지렁이나 곤충 따위를 찾던 것일테다.
막 주문했던 아침 식사가 도착했을 무렵, 평화로운 마당 뒷편에서 젊은 수탉 한마리가 나타났다. 강아지는 아무 생각 없이 여전히 마당 한 구석에서 풀구경 꽃구경에 심취해 있었지만, 이 중원의 지배자인 닭들은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젊은 수탉은 한가로이 지렁이나 찾을 심산이 아니었다. 그의 야심은 너무나 분명했다. 서열 1위 수탉을 제치고 중원의 왕이 되는 것이다! 그는 넘버1 갈색 수탉보다 덩치도 작고 근력도 약해보였다. 신체적 능력이 최고조에 달한 현 서열1위 수탉에 비해 뭔가 많이 부족하지만, 젊음의 근성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잠시 서로 마주보고 간을 보다, 나무 그루터기 근처에서 휙 날아올라 싸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 흥미진진함에 빵에 잼 바르기를 멈출 수 밖에 없었고, 꽃구경을 하던 강아지는 깜짝 놀라서 깨갱거리며 꼬리를 말고 도망쳤다.
1차전은 싱거울 정도로 금방 끝났다. 젊은 수탉은 패기있게 덤볐지만, 쪼이기만 하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은 침입자에 더욱 안좋아졌다. 이제는 검은 암탉도 싸움에 참전했다. 마당의 패왕 커플은 검은 암탉이 외부자를 그루터기로 몰고 가면 수탉이 높은 곳에서 내려들며 위협을 가하는 식이었다. 닭도 팀플레이를 하는줄은 몰랐는데, 호흡이 일품이었다.
그러나 이 싸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렇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절대 마당을 벗어나지 않던 젊은 수탉이다. 그렇게 도발이 지속되면 지친 패왕은 결국 어쩔수 없이 침입자를 용인할테고, 시간이 지나 패왕은 늙고 젊은 수탉이 체력적으로 최고조에 오르는 때가 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인간사에서, 동물사에서, 수도 없이 반복된 일이다. 내가 3일간 지켜본 닭 한쌍의 이야기는 퐁냐케방의 무수히 많은 곳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겠지만, 유한한 생명의 호기심이 최대 특징인 영장류의 한 종으로써 세력 교체의 드라마를 직접 목도하고 싶은 욕심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다음주화요일날 베트남으로 출장을갑니다.. 미리 경치를 보내요^^
오아아! 베트남 어디요? 베트남 정말 좋아요!! >.<
와 길거리를 보니 진짜 베트남생각이 엄청나네요 ㅋㅋㅋㅋㅋ
우리네 세상사랑 별 다를게 없네요 ㅎㅎ
뭔가 존버정신같기도 하고 말이죠
문득 이유님 생각이 났는데, 그새 제가 못본 포스팅이 올라와 있었군요. 당연히 여행기려니 읽었는데 동물의 왕국 여행기였다는 ㅋㅋㅋ 잘지내고 계신가요. 잘 지내시리라 믿고 오늘은 이만 돌아갑니다.
헉.. 이유님! 갑자기 이유님이 생각나서 와봤는데 한달째 안오시는군요! 어서 돌아요세용~~~ 저도 사실 두달 잠수타다가 왔지요 헤헤헤 :)
인디구가 기다리고 있겠숩니다!!
이유님 잘 지내시나요??? 보고싶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