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와 비트코인캐시

in #kr7 years ago

이 글은 작년 11월 즈음 비트코인캐시(BCH)가 한창 핫할 때 작성한 글이다.
당시와 상황은 다소 변했지만 디코노미란 행사에서 관련 주제의 토론이 있었다는 소식에, 본질적 가치를 고민하며 이 글을 작성하던 당시를 생각하려 업로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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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파운더’(The Founder, 2016)]

맥도날드의 탄생

샌 버나디노 근처에서 음식을 팔던 ‘맥도날드’형제는 주방의 효율성을 높이고 당시 유행하던 드라이브인 형태 식당들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주문한 지 30초만에 음식이 나오도록 하는 ‘스피디 시스템’을 고안한다.
또한 사람들이 주로 찾는 햄버거, 감자튀김, 탄산음료로만 메뉴를 축소 시키고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이 아닌 직접 걸어와 줄을 서야하는 테이크아웃 전문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다. 형제는 능률화된 작업대식 부엌을 만들어 속도와 효율성을 높인 칼군무와 같은 음식 준비 공정을 마련해서 주문한 햄버거가 30초 안에 나오는 세계 최초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맥도날드’를 탄생시킨다.

1954년, 한 물 간 52세 세일즈맨 ‘레이 크록’은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며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 캘리포니아에서 ‘맥도날드’를 발견한다. 주문한 지 30초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적인 스피디 시스템과 테이크 아웃, 그리고 식당으로 몰려드는 엄청난 인파, 강렬한 황금아치에 매료된 레이는 며칠 뒤 맥도날드 형제를 찾아가 그들의 이름을 건 프랜차이즈를 제안한다.
오랜 설득 끝에 계약을 체결하지만 공격적인 사업가인 ‘레이’와 원칙주의자 ‘맥도날드’형제는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다. 답답함을 느낀 ‘레이’는 ‘맥도날드’형제의 의견을 무시한 채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고 미국 전 지역으로 매장을 넓힌 그는 결국 1961년 ‘맥도날드’ 형제의 지분을 사들여 ‘맥도날드’의 사장이자 CEO가 되어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뻗어 나가는 전설적인 패스트 푸드 공화국을 이루는데 성공한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의 창립자가 아니였다.
하지만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를 세계적으로 만들었고 스스로 창립자라 부르며 회사를 인수하자마자 회사의 역사를 자기만의 이야기로 바꾸어갔다. 품질을 최우선으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고 가족적인 분위기를 위해 직원들의 복지에 힘썼던 이상주의적인 기업가 맥도날드 형제는 초라한 보상금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것이 맥도날드 탄생의 비화이자 영화 ‘파운더’의 줄거리다.

비트코인캐시의 탄생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는 ‘맥도날드’ 형제와 ‘레이 크록’처럼 지향점과 가치관이 다르다. 정확히 얘기하면 이들을 지지하는 커뮤니티의 이념과 철학이 다른 것이다. 사실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오랫동안 분열되어 있었다.

비트코인캐시 하드포크를 단순히 개발자 집단인 비트코인 코어와 채굴자 집단인 비트코인 언리미티드의 기나긴 내부적 갈등으로 일어난 우발적이고 감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블록사이즈에 관한 기술상의 견해차이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만 이해하면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의 관계, 비트코인캐시의 미래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비트코인캐시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블록사이즈가 아니다. 바로 ‘캐시’라는 이름이다.

블록사이즈를 늘리려는 이유는 아무리 많은 거래라도 빠른 속도로 트래픽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다. 이를 단순히 이익실현을 위한 소수 권력자들의 욕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블록사이즈 증가를 지지하는 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비트코인을 현실세계에서 정말로 ‘캐시’처럼 쓰기 위함이다.

‘비트코인 코어’로 대표되는 개발자들은 애초부터 블록사이즈 증가를 반대해왔다.

8월에 Segwit과 2X가 NYA로 합의되었지만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코어는 비트코인캐시가 하드포크 되자 NO2X라는 캠페인으로 반대세력을 응집시킨다. 개발자 중심의 반대세력은 블록사이즈 증가는 애초 사토시 나카모토가 생각한 비트코인의 철학 이념과 위배되며 이런 단기적인 방법은 불필요한 부작용만 발생시킬 뿐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비트코인의 본질적인 가치추구와 이념실현을 위해 확장성에 대한 문제를 장기적으로 함께 고민해보자고 커뮤니티에 제안했다.
이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모 핀테크기업이 자체 시스템에 비트코인을 도입하기 위해 비트코인 코어에 엄청난 계약금과 함께 사업제안을 했다. 드디어 비트코인이 메이저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지만 비트코인 코어는 비트코인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비트코인 예수”에서 최근 “비트코인캐시의 예수” 또는 “비트코인의 유다”가 되어가는 로저버가 이 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Bitcoin Cash is Future Cash. Bitcoin is Future Bitcoin"

‘비트코인 언리미티드’로 대표되는 채굴업자들은 지속적으로 블록사이즈를 늘리자고 주장했다.

Segwit2X를 지지해왔던 중국 최대 채굴업체인 비트메인의 수장 우지한을 필두로 돌연 비트코인캐시의 하드포크를 감행, 결국 본인들의 의지대로 8MB로 블록크기를 증가시킨다. 하드포크를 감행한 것이 스케일링 문제 해결 외에도 Segwit 상태에서 ASIC BOOST를 사용할 수 없다는 소수 권력의 단순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시장에서 유통되는 비트코인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와 욕구가 반영된 결과이다.
비트코인캐시의 로드맵을 보면 관계자와 지지세력들의 철학이 드러난다. 비트코인캐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뒤에서 알아보기로 한다.

결국 비트코인 지지자들과 비트코인 캐시 지지자들의 의견충돌은 비트코인을 이념실현수단으로 보느냐 아니면 서비스제공수단 혹은 결제시스템으로 보느냐의 차이, 자산저장수단인 금으로 보느냐 아니면 거래매개수단인 현금으로 보느냐의 차이에서 나온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고유가치를 이어나가려던 ‘맥도날드’ 형제와 시장에서 프랜차이즈로 성공시키려던 ‘레이 크록’의 생각 차이처럼 말이다. 재밌는 점은 비트코인 코어와 비트코인캐시 모두 자신들이 비트코인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진정한 적자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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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bitcoincash.org]

비트코인캐시의 야망

비트코인캐시의 행보는 우려와 기대가 섞여있다.

많은 사람들은 우지한 같은 소수의 채굴자들이 이익실현을 목적으로 자신들이 권력을 쥐고 좌지우지할 수 있는 비트코인캐시를 만들었다 생각한다. 프리마이닝을 통해 엄청난 양의 비트코인캐시를 소수가 확보한 점, 상장되고 약 한달 동안 채굴된 전체 채굴량의 97%가 2개의 지갑 주소로 전송된 점,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 사이에서 해시파워의 이동을 통해 본인들의 채산성을 유지한 점, 11월 폭등폭락에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를 다량으로 확보하고 있는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했다는 점 등의 합리적 추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점은 분명 마이닝의 집중화를 통해 권력을 가진 소수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생태계를 교란시킨 사례이다.

반면 비트코인캐시의 로드맵을 살펴보면 또다른 야망을 엿볼 수 있다.
로드맵에 따르면 익명성을 강화하는 사이드체인, MAST, Schnorr Signature 기술, 난이도 조절 알고리즘 변화, transaction malleability를 위한 플랜, 새로운 Merkle Tree형식의 병렬 솔루션, UTXO commitments, 매초 4000 트랜잭션 처리를 위해 BFT(Byzantine fault-tolerant algorithms) 모델을 적용한 Bitcoin-ng, 샤딩 등 기존 비트코인 코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야심찬 계획들이 즐비해 있다. 이런 기술개발들은 모두 하드포크가 수반되는 계획들이다. 따라서 이런 거창한 계획들이 말만 번지르르한 공염불이 될 가능성도 사실 크지만, 이를 통해 이더리움 버금가는 비트코인캐시만의 자신감은 확인할 수 있다.

11월 13일, 비트코인캐시 개발진은 난이도 조정 오류의 보완을 위해 DDA 하드포크에 성공하며 이 로드맵이 허황된 계획이 아님을 일정부분 증명했다. DDA를 통해 급격한 난이도 변화와 타임스탬프 조작을 방지했고 급격한 해시변화에 따른 자동 난이도 조절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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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화 ‘파운더’(The Founder, 2016)]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지 압니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는 2017년 8월1일 비트코인의 478,558번째 블록을 기점으로 갈라졌다.
향후 비트코인캐시가 2인자 전략으로 비트코인을 헷지수단으로 발판삼아 발전할지,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 비트코인의 아성에 도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맥도날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레이는 도전적이지만 위험하다. 형제는 안정적이지만 구태의연하다. ‘순수한 장인정신’이 ‘교활한 돈’에 당한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쨌든 이들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다. 누군가는 자본주의의 냉혹함을, 누군가는 그 체제가 주는 기회를 솔깃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약 50년이 지난 지금의 자본주의 생태계에서도 레이의 방식이 통할 것인가?
비트코인캐시가 답해줄 것이다.

레이크록이 한말이다. “무슨 생각하는지 압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수요도 따라 늘죠. 닭과 달걀, 바로 이 경우를 두고 하는 얘기죠. 당신은 현명하고 멀리 보는 사람이라 좋은 아이디어를 들으면 바로 알죠. 어때요?”

당신은 어느쪽을 지지하는가.

[References]


영화’파운더’리뷰: https://goo.gl/WJnUxX Bitcoin Cash Roadmap: https://goo.gl/jJXu5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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