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컨설팅'에 아주 관대한 사회 (feat. 국민청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은 정말 180도 바뀌었다. 여러 정책이 시행되면서 박수도 받고, 때로는 질타도 받고 있다. 박수받아야 할 것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잘한 것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국민청원'제도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있겠지만, 주변 반응을 봤을 때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사실 나도 한 번 청원을 한 적이 있다. 투표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이 했다. 최근 큰 주목은 아니지만, 내가 몸담았던 업계에서 굉장히 핫 한 청원이 있다.
'광고,홍보 등 PR 업계의 리젝션 피 도입'
주변에 있는 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청원 투표를 하고, SNS에 공유하며 청원을 독려하고 있다.처음 이 청원을 알게 된 계기는 플러스엑스의 신명섭 대표님의 글을 통해 접했다.
“우리같은 디자인전문회사는 리소스를 시간만큼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비용을 지출하는 것입니다. 즉 비딩을 위해서 2-3주를 2-3명 투입한다고 친다면 비용으로 환산하면 재경비포함 가령 1000만원이 들어간다고 칩시다. 그럼 우리들은 몇천만원짜리 일을 따기 위해 1000만원을 투자한겁니다. 근데 떨어지면 1000만원의 비용을 지출한겁니다. 작은 디자인회사에게는 디자인 제안 비딩은 손실이기에 우리는 경쟁피티제안은 참여안합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 게 당연한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가끔 외국계 광고/홍보 대행사에 일하는 친구들 보면 이런 부분에서 확실하게 진행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하다. 계약서 단계부터 부당한 요구나 추가 잔업에 관한 조항을 명확하게 넣어서 추후에 발생하는 일에 대해 대비를 하긴 하는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쉽지 않다.
청원 내용 중에 정말 공감되었던 부분을 몇 개 꼽자면,
- ‘갑’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양질의 제안을 공짜로 받는 걸 당연시하는 문화가 팽배합니다.
- 더 심각한 것은 최종 수주를 받지 못한 업체의 아이디어,제안 내용이 버젓이 도용된다는 점입니다.
짧은 경력이지만 광고 대행 업계에 있었기에 직 겪은 사례를 풀어보자면,
사례 1) 일단 싹 다 불러서 받아보자. '아이디어 착취형 광고주'
모 제약회사, RFP가 팀으로 도착했고 꽤 의미 있는 챌린지 가 될 것 같아 참가하기로 하고 OT에 갔는데, 13개 정도 되는 대행사가 앉아 있었다.
팀장 왈: 1차 제안서 받아보고 몇 개 회사만 걸러서, 따로 2차 PT를 진행 할 생각입니다. 00일 까지 제안서 PDF, PPT 보내주시고, 우편으로 따로 기획서 동봉해서 제출해주세요
.
이렇게 해서 다~~~제안서를 받아 2~3곳만 뽑아서 PT를 시킨다. 최종 2곳과 일종의 딜(RE베2트)로 진행했었고 딜을 받아드리지 않았던 우리 팀은 나가리 되었다. 캬캬..나중에 보니 우리가 제안했던 아이디어가 SNS 콘텐츠로 올라오는 것을 목격하고 뒷목을 잡았던 경험이 있었다.
사례 2) 자기 일인데, 대행사한테 모두 떠넘기는 광고주
퇴근하려는데 갑자기 되지도 않는 요청을 한다.
"상원씨, 이 데이터만 뽑아서 이 형식에 맞춰 엑셀로 정리해서 보내줄 수 있어요?"
열어보니 1000000000% 상사가 본인에게 시킨 건데 그대로 그걸 나한테 취합해 달라고 요청하는 느낌의 일. 알겠다고 하면, '고마워요~언제까지 가능해요. 내일 오전까지 될까요?' 라는 말과 함께 무언의 내일 오전까지 내놔라 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걸 내가 왜 해야 하 지?' 라는 생각과 함께 산뜻한 야근이 시작되고 아침 해가 뜨고 퇴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참 다양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서 대부분 대행사 사람은 나중에 광고주로 가려고 한다. 간혹 광고주로 가서 더 악랄하게 하는 대행사 직원도 있다.......허허
진짜 광고주만 아니었다면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고 퇴사를 했다. 근데 신기하게 길 가다가 만났다. 너무 반가워서 손잡고 인사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청원으로 인해 과연 리젝션 피가 도입될까?
일단 청원 자체가 청와대 쪽까지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200,000명의 투표를 받아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 8,000명을 가까스로 넘어섰다. 청와대에서 이 사안에 대해 답변을 하게 하려면 얄 192,000명의 청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통과된다고 해도 정부 차원에서 특별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래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다는 자체가 긍정적이다. 그리고 이 논의의 시작이 된 국민청원 게시판이 국민들의 의견을 담는 좋은 그릇의 역할을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너~~~~~무 많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와 가끔 정말 다뤄져야 하는 의견이 묻히기도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이 청원이 200,000명 넘어 조국 수석이 공식적인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0.000001%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티끌만큼 이 청원에 도움이 되고자 마지막 투표 독려를 해보려고 합니다.
광고, 홍보 등 PR 업계의 리젝션 피 제도가 시급합니다.
URL: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134397
에고... 갑의 횡보란.... 정말로 갑이 수망ㅎ은 을들을 경쟁시키고 뒤통수 치는 문화는 사라져야겠어요. 청와대 청원 게시판 가서 동의 한표 던지고 올게요! 남의 아이디어를 반려했으면 그 동안의 수고비를 주기는 커녕 도용까지 하다니.... 그런 부당함을 막으라고 정부가 있고 나라가 있는게 아닐까 싶어요!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보팅 팔로우하고 가요~
한 표 고맙습니다:-) 저도 팔로하고 보팅해요!!!
개인프로덕션을 운영중인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입니다.ㅎ
우연히 발견한 글에 극한의 공감을 느끼며 보팅하고 갑니다 :)
공감하셨다니 글 쓰는 보람이😁😁😁😁 댓글 고맙습니다!!!
이거 정말 중요한 이슈네요.
시안만드는게 거의 아이디어를 다 쏟아내야 하는일인데,
그게 당연시 되고 있다는게 말도 안되지요.
저도 청원에 공감 누르겠습니다~!
너무 만연해 있기에 바뀌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 앞으로 스팀잇을 통해 많은 영감 주고 받고 싶습니다! 고마워요!
갑의 횡포. 정말 공감합니다. ㅠㅠ
안 좋은 현상은 갑질 당하던 사람이 갑이 되면 더 악질이 된다는....슬픈.....현실...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