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事冥然無分別 이사명연무분별
이사란 어휘가 익숙할 것이다. 이사가 되면 이제 업무를 직접 본다기 보다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경험이 많고 고위직이란 의미겠다. 어떤 경로를 통해 이 어휘가 그들의 호칭이 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불교에서 이는 이론적이고, 논리적이며 , 관념적이고, 원칙적이다. 사란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눈에 보이는 현상이다. 이 두 가지의 관념세계와 현실적 경험세계를 묶어서 이사라고 부른다.
화엄경, 이 법성게는 화엄경이란 철학의 엔솔로지다. 화엄경의 많은 철학들은 인간의 심리작용을 세계라고 표현한다. 하나의 세계는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되며, 그가 관계하고 있는 많은 객관적인 대상들은 이 주관과 맞물릴 때만 의미가 있다. 큰 톱니바퀴와 작은 톱니바퀴가 어울려서 시계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인 시계바늘과 시분초침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보이지 않는 기어들의 작용을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비전문가에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개의 철학들은 우리가 알기 어려운 영역에 신적인 절대성을 상정하고 그들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떠맡겨 버린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현상뒤의 자세한 내막을 우리는 굳이 알아봐야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처님은 그런데 너무 많이 신경써서 모르는 영역에 접근하려는 것은 지성의 한계를 넘으려는 불필요한 소비라고 말씀했다.
하지만 화엄의 철학은 이보다 더 발전된 우리들의 인식지평을 반영한다. 2500년 전에 우리에게 불필요했던 이론들이 1000년전에는 필요한 사유가 되었다. 불교에는 1인칭 시점에서 주관의 세계를 파악하는 유식철학이 있고,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객관의 세계를 분석하는 아비다르마 철학도 있지만, 이 화엄의 철학에서는 주관과 객관의 세계의 흥기와 소멸이 서로 어우러진 가운데서 일어난다. 대개 불교철학들은 주관에 입각해서 설명하려 하지만, 화엄의 철학은 주관이 객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객관이 주관에 어떤 반향을 주는지도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관계의 철학이다.
중국의 학자들에게 화엄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었다. 중국학자들에게 불교철학이란 사실 화엄철학을 의미했다. 그래서 신라출신 의상은 지금으로 치면 아이비리그 명문 당에 가서 최신 인기학문인 이 화엄을 공부하고 법성게란 글을 편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엔솔로지, 법성게는 그 주관으로서의 관념, 그리고 현실상에서의 대상의 관계를 여러차례 묶었다, 풀었다 하며 같다느니 다른것이라느니, 하나이니 둘이니 하는 구분 자체가 큰 그림에서 보면 착각이라는 걸 여러 모델을 비유로 들어가며 설명한다. 현상적 측면에서 구분되지만 동시에 관념적 측면에선 합쳐지는 것으로 원래부터 본질적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하나로 보였다가 둘로 보였다가...
우리는 늘 어떤 특정한 주체가 있고, 그것이 주인공이며 주변의 조건을 이겨내거나, 혹은 끌려다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불교의 제1조건은 원인이 아니라 조건이다. 모든 주체라는 것들은 조건의 산물이다. 각각 조건들의 MP나 HP는 모두 다르겠지만 더 중요한 조건이란 없다. 아무리 사소한 크기의 기어라도 하나가 빠져버리면 전체의 과정이 중단되거나 오작동 할 수도 있다. 조건 자체가 각각 모든 것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모든 객관 하나하나가 1인칭의 입장에선 주관임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가 알고 있는 바다.
일단 주관이 객관임을 완전하게 이해하고 이 둘이 원래 둘이라느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둘로 나눌 수 있는 부분이라느니 이런 현상의 상식의 가진이들에게 법성게는 지금까지 여러차례 밀가루 반죽 덩어리 두 개를 뭉쳤다가 떼었다가 다시 붙이고 뭉치기를 수차례. 이제 독자들은 어느정도 그것들을 구분하는게 의미가 없다라는 인식에까지 도달하게 되었을 것이다.
명은 어둡다는 의미다. 어두움을 뜻하는 글자이다. 대부분의 문화에서 어리석음, 죽음의 메타포로 쓰였지만 여기서 冥은 천자문의 玄과 훨씬 비슷하다. 混沌이란 말은 영어권 사람들의 caos와 매치 되어서, 마치 뭔가 질서정연하지 않은 엉망진창인, 사람들의 욕구가 엉켜서 아수라장과 같은, 어리석음의 상태라면, 동양의 철학에서 혼돈이란 결코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원래 세상은 언어와 생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상태이고 음양이 혼돈이란 상태로 섞여있는 것이다. 여기서 명冥은 몰지각의 상태가 아니라 무분별의 상태이다. 몰지각은 배움이 모자라서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이지만 무분별은 기존의 상식으로 시비를 가리고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는 상태이다.
몰지각과 무분별과 같은 이 한끗차이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해서 정보를 차단하고 공부를 안해서 안드로메다로 간 사람을 많이 봤다. 대개 몰지각한 이들은 자신이 무분별지에 올랐다고 생각하지만, 무분별지는 바보들에게 붙여주는 이름이 아니다. 같은 冥이라도 죽음을 세계를 의미하는 명부冥府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관념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우리가 이상적이다, 현실적이다 항상 구분해서 말하지만 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상태이며 그 고리는 NLL이나 철의 장벽처럼 딱 나누어 질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법성게 이야기]
法性圓無二相 | 諸法不動本來寂 / 無名無相切一切 | 證智所知非餘境 | 眞性甚深極微妙 | 不守自性隨緣成 | 一中一切多中一 / 一卽一切多卽一 | 一微塵中含十方 / 一切塵中亦如是 | 無量遠劫卽一念 / 一念卽是無量劫 | 九世十世互相卽 / 仍不雜亂隔別成 | 初發心時便正覺 / 生死涅槃常共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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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아닙니다. 3000이라뇨~ 축하드려요~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짱짱맨은 계속되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