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바웃 타임 (About Time, 2013) - 시간여행자의 갑질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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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팀은 스무 살의 생일을 맞아 성인이 되던 날, 자신의 핏줄이 태생적으로 시간여행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찾으면서도 소극적인 태도로 살던 그는 시간여행 능력을 이용해 좀 더 나은 형태의 인생을 만들어 가죠.

시간여행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과 비교해 보면 어바웃 타임의 이야기는 비교적 소박합니다. 소재의 클리셰인 나비효과로 인한 재앙이 여기서도 어느 정도 갈등을 일으키지만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틀 안에서 해결되는 수준이고, 팀의 능력이 영향을 미치는 대상 또한 주변 사람들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SF 소재를 로맨스의 진행 장치로만 활용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일상은 의외로 평범합니다. 영화의 주제를 생각하면 올바른 구도죠.

문제는 너무 큰 소재를 너무 작은 이야기 밑에 깔아놨기 때문에 주제 자체가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힘에는 책임이 따르고 권리는 의무를 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타인의 과거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스스로의 삶을 긍정적으로 끌어올리는 팀의 행동 뒤에는 아무런 의식이 없어요.

무언가 일이 잘못 풀렸을 때 주인공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오직 본인의 삶뿐입니다. 팀의 이기적인 성향이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시퀀스는 그가 여동생의 삶에 개입하는 부분이겠죠.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여동생의 삶을 회복시키면 팀의 가족 구성(태어났던 자식)이 변합니다. 과거 타인의 변화가 현재 본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안 팀은 여동생의 삶을 비참했던 때로 되돌리고, 본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만 능력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어바웃 타임의 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과거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고 그에 따라 더 나은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세계입니다. 팀이 시간여행 능력을 이용해 계속해서 스스로의 인생을 개선해왔음을 고려하면 여동생에 대한 그의 처사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죠. 힘의 행사에 따르는 이익은 모조리 챙기면서 책임만 엉뚱한 이에게 떠넘긴 꼴입니다.

영화는 온통 주인공의 (언뜻 허술해 보이나 사실은 완벽한) 삶에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제시될 수 있는 의문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합니다. "평범함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뻔한 메시지를 이토록 기묘하게 전달하는 영화도 드물 거예요.

어마어마한 특권을 가진 사람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 무소유의 덕을 가르칠 수는 없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평범함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기만이죠. 아무리 예쁜 포장지로 감춰도 빈 상자는 빈 상자일 뿐.

  1. 시간여행자의 연인 전담 배우인 레이첼 맥아담스가 나옵니다.
  2. 팟캐스트 방송 밥상 엎고 영화에게 이단옆차기 16회에서 다루었습니다.

2.5/5 어바웃 타임

2017 02 01.
2018 01 08.
"나는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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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을 이렇게도 볼 수 있군요ㅎ 아름다운 로맨틱영화로 기억하시는분들이 대부분이니까요ㅎ
그나저나 저 팟캐스트 재미있나요?ㅎ

레이첼 맥아담스를 좋아해서 본 영화지만 정말 별로였어요. 저 팟캐스트는 제가 진행하는 방송이라 저한테 재밌냐고 물어보시면 상당히 신뢰도가 낮은 대답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 암튼 재밌음!

어멋!ㅋㅋ 팟캐스트 주인이셨군요!!ㅋㅋㅋㅋ 저도 영화 좋아하는데 팟캐스트 들어가볼께요ㅋ

저도 예전에 어바웃 타임 포스팅 한적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읽고 갑니다.
잘보고 가네요~ ^^

또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