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시]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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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이유를 모른다는
죄책감이 목을 죄는 어느 밤에

돈이 뭐라고 제대로 틀지도 못하는
보일러 탓에 차가운 바닥에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소리를 질렀다

도시는 개인의 고통에 무관심해서
내가 내지른 소리는 망설임 없이 부서진다

살아있음의 증명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사람 하나 들어가는 이 작은 방에
죽어가는 중인가, 살아가는 중인가

태양이 뜨는 아침에
숨이 끊어지는 삶이 무수하게 많은데
나는 아침에 살아있을까

두려워 이불로 어깻죽지를 감싸고
방 안을 둘러보면
표지가 닳은 책 몇 권
배터리가 고장 난 노트북 하나
검게 때 묻은 회색 가방 하나
목에 하얗게 때가 탄 검은 패딩 하나
끈 풀린 헤진 갈색 작업화 하나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내 삶은 보잘것없었다고 할 테다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집주인 아주머니는 욕이나 할 테다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오후에는 모두가 잊을 것이다

내가 아침에 죽는다면
오후에는 이미 잊혔을 것이다

오후에는
이미 잊혔을 것이다


시의 내용이 무거운 탓에 댓글에 저를 걱정해 주시는 분이 계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덧붙여 적습니다.
이 시는 저와는 무관한, 어느 고된 삶에 대해 생각해본 것을 쓴 것으로
저에 대한 걱정 없이 시 자체로 읽어주시고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부족한 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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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어두움이 엄습하네요 ㅠ
이유없이 태어난 인생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을 희망으로 바라보는 옳은 선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ㅠㅠㅠㅠㅠㅠㅠ
이 글은 제가 상상한 어느 삶을 옮긴 시입니다
저는 행복하게 잘 살고있는데...ㅠㅎㅎ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드린 것 같네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제가 상상한 삶들을 시로 곧잘 옮겨 적어보고는하니,
내용이 다소 무겁더라도 걱정하지 마시고 읽어주세요:)
부족한 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쓰신 건가요? 여러가지 상황들이 묘사가 잘 되어있어서

참 좋네요

네, 직접 쓴 시입니다
부족한 시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는데, 편안함 밤 되시길 바래요:)

마지막 3연은 정말 인생의 허무함이 절절하게 묻어나네요.

쓰면서 제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부분입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매일 밤에는 죽었다,
다시또 매일 아침에 삽니다.
결국은 모두 윤회의 쳇바퀴..

가슴찌릿 잘보았습니다~^^

죽어버리면 오후에는 사람들에게 이미 잊힐질도 모릅니다
그러나 버티고 산다면 내가 죽고싶었다는 사실조차도
오후에는 잊어버리고 말고는 하죠.
모두가 힘든 밤을 버티고 내일의 아침을 보기를 바랍니다ㅎㅎ
부족한 글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요, 시는 일기가 아니죠,
시 자체로 굉장히 잘 봤습니다,

혹여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더 있을까하는 걱정에 적어놨습니다..ㅎㅎ
따듯한 걱정이지만, 그렇게 걱정을 끼치는 제 마음이 편치 않은 듯 해서..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제목 앞에 "시"라고 장르를 구분해주시는게 어떨지

좋은 생각 감사합니다
수정 가능한 글은 제목을 정정해놔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봉주흐!!!
감사합니다
죽음을 기억하고 죽음과 함께 사는 사람은 영원히 사는 거라고 믿어요
죽음과 삶은 느림과 빠름 그리고 강렬도라고 믿어요!!!

죽음과 함께 사는 사람은 영원히 산다..
많은 생각이 드는 말씀이네요
부족한 시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있을때만 모든게 존제하지요~~

맞습니다 스스로가 있어야지만 세상도 있지요ㅎㅎ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