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는 건 흔한 일이지만 같은 영화를 하루에 여러 번 보는 건 흔하지 않다.
얼마 전, 조조로 한 영화를 봤는데 하루 종일 그 영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심야로 다시 보고 왔다. 그리고 다음 날 한 번 더 봤고 또 보고 또 보고... 그러고 있다. 당황스럽다. 솔직히 영화가 막 재미있고 그런 건 아닌데... 아니 재미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그냥 계속 보게 된다. 그냥 가만히 있다가도 ost가 생각나서 유튜브에 들어가 ost를 듣다보면(음원 사이트에 안 올라와있다... 왜죠) 그장면이 떠오르고 그러면 극장으로 달려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내 지갑을 털어간 마성의 영화가 무엇이냐...
‘킹 아서: 제왕의 검’ 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아서왕 전설을 토대로 한 영화이다. 다들 알고 있는 그런 내용이다. 심지어 다 떼어놓고 플롯만 놓고 보면 이게 뭐람... 노잼.. 이란 생각이 절로 드는 노잼 무비이다. 근데 재미있다... 연출과 음악이 다 해먹었다. 일단 연출... 가이리치 냄새 폴폴 나는 연출이다.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에게 한 장면만 보여줘도 ‘가이리치’라고 외칠 것이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기는 하나 난 극호라... 너무 좋았다... 과거와 현재를 정신없이 오가며 사이사이 은근하게 껴있는 유머... 나의 취향... 또 스피디하고 스타일리쉬하여 별 내용 없는데 엄청 재미있게 느껴진다. 아서의 성장과정을 빠르고 좀 정신없이 보여주는데 리듬이 굉장해서 넋 놓고 보게 된다. 액션씬은 cg도 그렇고 카메라 워크도 현란해서 어지러운데 이것 또한 홀린 듯 보게 된다.
또 이 영화는 사운드, 음악이 반이기에 꼭 극장에서 봐야한다. 특히 사운드 좋은 곳이면 더더욱 좋다. 집 근처에 극장이 여러 곳이 있다. 그 극장들을 다 돌며 킹아서 순회를 하였는데 역시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시설 쾌적한 극장에서 본 것이 최고였다. 초반에 코끼리 나와서 부술 때 귀 찢어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음악 나올 때 사운드가 귀에 꽉 차는데 마치 내가 영웅이 된 것 같은 느낌... 쾌감 최고... 사실 이 영화 집에서 보면 노잼이라 느낄 것 같다. 큰 스크린과 빵빵한 사운드가 이 영화의 가치를 극대화시킨다. ost도 영화와 잘 맞고 중독성이 엄청나다. 특히 하악하악 하는 ost가 있는데 이 노래 들을 때마다 그 장면이 떠오르고 한 번 더 보고싶다는 욕망이 솟아오른다. 음원 사이트에 올라왔으면 좋겠다...
캐릭터는 주드 로가 연기한 보티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오만하고 자아도취 쩌는 캐릭터를 좋아해서... 물론 현실에선 그런 사람 만나면 때리고 싶겠지만... 영화나 책에선 그런 캐릭터 너무 좋다... 하여튼 보티건은 왕이 되고자 자기 형을 죽이고 그 과정에서 힘을 얻기 위해 자신의 아내 그리고 훗날 딸마저 죽이는 피도 눈물도 없는(눈물 흘리긴 하는데 하여튼) 권력에 미친 캐릭터로 나온다. 이렇게만 보면 뭐 저딴 인간이 다 있어 싶은데 내가 이 캐릭터에 빠진 건 아서 처형하기 전 장면 때문이다. 군중들이 하일 보티건 외칠 때 자아도취 쩔어서 자기가 심취한 표정 짓는데 진짜 도라이 같아서 너무 좋았다. 주드 로의 미모 또한 빛났고... 그리고 의상도 좋았다. 올블랙이라니 보티건의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배우들도 좋았다. 특히 에릭 바나는 분량이 쥐꼬리만 한데 멋짐이 폭발한다. 아서로 나오는 찰리 허냄도 주인공다웠고 에이단 길런도 멋있게 나온다. 또 마법사로 나온 아스트리드 베흐제 프리스베는 처음 봤는데 얼굴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마법 쓸 때 눈알 바뀌는 것도 처음엔 좀 웃겼는데 볼수록 괜찮았다. 근데 마법사 이름 한 번도 안 나와서 정체가 뭘까 했는데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기네비어라고 나온다. 어쩐지 둘이 좀 묘하더라...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스토리 빼고 다 열일했다. 연출도 좋았고 음악과 편집, 배우들의 연기, cg까지 괜찮았는데 시나리오가 일을 너무 안했다. 안타깝다... 본래 6부작으로 기획했다는데 이걸 6편씩이나 찍으려 했다니 워너는 무슨 생각으로... 이번 편이 망해도 너무 망해서 아마 다음 편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 나또한 다음 편은 무리일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꼭 나왔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홀로 열심히 n차를 찍고 있다... 작가들은 반성하라... 그리고 한 편만이라도 더 찍어주세요... 제발..
저는 최근에 겟아웃이라는 영화를 두번봤어요^^ 극장에서 아직도 하고 있을까요? 한다면 조만간 가서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