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뮤지컬 영화에 환장한다. 아마 그 시작은 초등학교 때 본 영화 ‘렌트’였던 것 같다. 렌트를 보고 뮤지컬 영화에 입문하여 헤드윅, 시카고, 물랑루즈 등을 차례차례 깨나갔고 유명한 건 거의 다 봤다... 싶었을 때 진 켈리에 빠져 고전까지 두루 섭렵한 참된 덕후가 되었다. 한번 덕질의 피크를 찍고 나니 눈이 다른 곳으로 돌아가 뮤지컬 영화 덕질은 장기 휴면에 들어갔다.
그렇게 휴면 상태로 7-8년 정도 흘렀을 무렵, 어떤 영화를 보게 된다. 이름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본 적은 없는 뮤지컬 영화였다. 아마 과제 때문에 별 생각 없이 틀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위에 언급한 뮤지컬 영화들을 모두 재끼고 나의 넘버 원 뮤지컬 영화가 된다.
‘록키 호러 픽쳐 쇼’의 주인공 프랭크 앤 퍼터는 트랜실베니아의 트랜스섹슈얼에서 온 스윗한 복장 도착자이다... 주인공 설명만 봐도 이게 뭔 소린가 싶은 이 영화는 1975년에 만들어진 시대를 앞서간! 컬트 영화의 레전드! 이다. 영화니까 뭔가 내용이 있긴 한데... 이거 줄거리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패스한다.
이 영화를 왜 좋아하느냐 묻는다면 나는 먼저 ‘프랭큰 퍼터!’ 라고 외칠 것이다. 프랭크(팀 커리)는 내가 아는 영화 캐릭터들 중 가장 섹시하고 요염한 인물이다. 특히 그 매력은 sweet transvestite에서 폭발한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비쥬얼부터가 대단하다. 그리고 그 목소리와 애티튜드까지 완벽하다. 영화 자체도 여러 번 돌려봤는데 그 중에서도 sweet transvestite는 프랭크의 모든 표정과 행동 디테일을 외울 정도로 돌려봤다. 또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샷은 프랭크가 약간 경멸스런 표정으로 마시던 물을 카메라에 휙 뿌리는 것이다. 프랭크 진짜 또라이 같고 짜증나는데 미워할 수가 없다. 진짜 뭐 저런 게 다 있어 싶은데 다 용서할 수 있다. 뮤지컬 공연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유튜부를 통해 몇 클립을 찾아보는데 내겐 팀 커리의 프랭크가 부동의 1위이다.
뮤지컬 영화이기에 노래도 주구장창 나오는데 노래가 정말 다 좋다. 맨 처음 빨간 입술이 둥둥 떠다니며 부르는 노래 science fiction/double feature부터 위에서 언급한 sweet transvestite와 터챠터챠도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rose tint my world - i'm going home이 가장 인상 깊다. 특히 로즈 틴트 마이 월드는 (내 기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노래이고 (내 기준) 가장 좋다. 노래 가사인 don't dream it, be it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라 생각한다. 보수적 미국 사회에 욕망을 누르고 사는, dream만 하는 브래드와 자넷이 문란한(..?) 외계인 프랭크를 만나 터챠터챠를 부르며 욕망을 발산하여 be it이 되는 것이다. 또 영화는 여러 패러디와 상징이 넘쳐 이래저래 재미있게 볼 수 있다. science fiction-의 가사는 40-50년대 sf영화 제목들로 점철되어 있고 초반 결혼식 장면에선 깨알같이 아메리칸 고딕 분장한 리프래프와 마젠타도 볼 수 있는 등 50년대 문화들이 여기저기 들어가 있어 찾는 재미가 있다.
워낙 좋아하는 영화라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라 기도했는데 작년에 재개봉하여 신나게 보러 다녔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극장에서 보고 나니 원작 뮤지컬이 궁금하고... 뮤지컬이 올라오긴 하려나 했는데 올해 올라온단다. 덕후의 통장은 오늘도 비어있다.
I enjoyed reading this post of yours, @caration. Keep it up. I have just upvoted & followed you as well!
헤헤헤 저도 이영화 참 좋아하는데 말이죱...ㅋㅋㅋㅋㅋ 정말 프랭크는 너무너무 떽시한것...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