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한다. 덕후이다. 이쯤 되면 그냥 모든 영상매체를 좋아한다고 봐도 무방하긴 한데 그래도 다큐멘터리는 특히 더 좋아한다. 그냥 어려서부터 그랬다. 밥 먹으면서 정글 다큐멘터리 보고 그랬다. 자연을 다룬 다큐는 물론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그리고 인간극장이나 다큐3일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까지 모조리 챙겨보는 참된 어른으로 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 개봉하는 다큐가 있으면 달려가서 챙겨보는 편이다. 다큐 영화는 극장에서 자주 볼 수 없어서 더 그렇다. 그래서 얼마 전 ‘노무현입니다’를 보러 갔다.
사실 나는 노무현이란 인물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이 없다. 그가 대통령이었을 당시 나는 어린 초딩이었기 때문에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물론 쓸모없는 걱정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러 갔을 때 놀랐던 점이 있다. 좌석이 꽉 찬 것이다. 작은 상영관이지만 웬만해선 사람이 많이 안 들어서 널널한 관이었는데 내 앞 뒤 양 옆 대각선은 물론 맨 앞줄까지 사람이 가득 차서 놀라웠다. 새삼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느꼈고 더 궁금해졌다.
일단 연출이 너무 좋았다. 편집은 물론 음악까지 정말 잘 사용해서 한 장면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미 결과를 다 아는 일임에도 두근두근했다. 은근하게 유머도 꽤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 장면전환이다. 아 이제 좀 숨통 트이나 했는데 바로 가장 착잡한 장면으로 넘어가서 으악 했다. 너무 잔인한 편집이었다...
그리고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이었기에 그 많은 사람들이 그를 회상하면서 그런 눈을 하는 걸까. 물론 영화에 그 답이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행복하고 아련한 표정을 짓는데 너무 슬펐다. 특히 그의 마지막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눈물이 또르륵 흘렀다. 안 울고 싶었는데 극장 곳곳에서 코 먹는 소리가 들려서 눈물샘 폭발했다. 그 장면전환에서 눈물을 또로록 흘리고... 그의 마지막을 얘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또 눈물...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비를 맞으며 오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또 눈물... 영화 후반부는 그냥 눈물 파티였다. 그가 지금까지도 정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 영화를 보면서 새삼 생각한 건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말도 잘 하나보다... 내가 말을 못하는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오는데 기억에 가장 또렷하게 남는 건 유시민 작가의 말이었다. 그를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말한 부분도 그렇고, 후에 파도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짧은 말인데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또 자신이 그를 어떻게 생각하고 기억하는지를 가장 잘 표현한 것 같아 기억에 콕 박혔다.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영화적으로 상당히 잘 만든 영화라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만족스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