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벳 골드마인 (Velvet Goldmine, 1998)

in #kr8 years ago

평소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고 그래서 음악 영화도 좋아하고 영화 음악도 좋아하지만 ost에 빠져 음반까지 구매하게 만든 영화는 딱 한 편이다. 바로 영화 ‘벨벳 골드마인’이 그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 영국으로 그 당시 유행하던 글램록을 다루고 있는데 장르가 장르인지라 여러 가지로 파격적인 영화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나를 사로잡은 것이 바로 뮤직...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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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대략적 줄거리는 1984년, 기자 아서 스튜어트가 1970년대 글램록에 대한 기사를 쓰기 위해 당시의 스타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자취를 좇는 이야기이다. 기자가 한 인물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그에 접근해가는 구조가 시민 케인의 스멜이 나기도 한다. 어쨌든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영화의 주인공 브라이언 슬레이드는 70년대 글램록 스타 데이빗 보위를 모델로 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그의 노래가 줄줄 흘러나올 것 같지만 그의 음악은 한 곡도 나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보위가 고소를 생각했을 정도로 이 영화에 대한 반감이 심하여 영화에 자신의 음악을 넣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 글램록 영화에 보위 노래가 하나도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싶지만, 그럼에도 영화 사운드트랙은 명곡들로 넘친다. 브라이언 슬레이드의 뮤즈(?) 커트 와일드의 모델인 이기 팝과 루 리드의 음악은 물론 티렉스나 록시 뮤직, 브라이언 이노의 음악과 그 외 커버곡들로 꽉꽉 채워져 있어 씨디를 사고 감격의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그 중 커버곡들을 부른 Venus in furs 라는 밴드가 있는데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찾아보니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더라...

나는 영화를 보고 맘에 드는 장면이 있으면 그 씬만 구간 반복하여 외울 때까지 돌려보는 못된 습관이 있는데 이 영화에선 ballad of maxwell demon을 부르는 장면에 꽂혔다. 브라이언은 19세기 부르주아 같은 복장(이라기엔 너무 현란하긴 하지만)을 하고 묘한 춤과 판토마임을 선보이고 maxwell demon으로 추정되는 초록색 양성애자 괴생명체(파충류...?)가 등장하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충격과 공포의 씬인데 처음 보자마자 꽂혀서 시름시름 앓았다. 처음엔 이게 뭐지...? 미니어처 집..? 담배...? 불...? 쟨 왜 기타를 쳐...? 우산...? 이게 뭔 말이야...? 하면서도 알 수 없는 끌림에 계속 보다가 중독되어 아직도 생각나면 간간이 보곤 한다. 노래도 중독성 쩔어서 끊을 수가 없다. 솔직히 아직도 백프로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나 그냥 멍때리면서 주인공 얼굴 감상하고 있다.

다음은 아서(크리스찬 베일이 이 역을 맡았는데 그가 연기 잘하는 건 알았으나 이렇게 너드미 뿜뿜하는 것도 찰떡같아서 놀랐다)가 브라이언 슬레이드 aka 토미 스톤의 정체를 눈치 채는 장면이다. 사실 이 장면을 좋아하는 건 연출 때문이라기보단 음악의 공이 크다. 인물의 감정이 나름 고조되는 장면인데 음악이 (내 기준) 정말 잘 맞아떨어져서 쾌감이 느껴졌다. 이 때 흐르는 음악은 브라이언 이노의 Dead finks don't talk 인데 이 노래도 내 취향 탕탕이다. 엄마는 내가 이 노래 틀어놓으면 ‘에그머니나 이게 뭐야!’ 하시지만 정말 좋은 노래다.

거의 음악 얘기만 구구절절하게 한 것 같은데 다른 좋은 점들도 많다. 글램록의 명성에 걸맞게 화려한 복장도 그렇고 배우들의 미모도 그렇고 내가 겪은 시대도 아닌데 이 영화를 보면 묘한 그리움이 솟구쳐 아련해질 수도 있다. 조금 호불호가 갈리긴 하나 그 시대의 음악과 뮤지션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볼 가치가 있으니 많이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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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ㅎㅎ 생각지도 못한 영화를 건졌네요 좋은 영화추천 감사합니다.

짤이 너무 눈이 아프네요. 한두번도 아니고....뮤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