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푸출장 2일차.
이른 아침, 커튼사이로 비치는 프푸의 하늘은 여전히 파랗고 흰구름 두둥실이다. 커튼을 제쳐 창문을 열었다. 아침 공기가 차다. 어쩌다 미세먼지 없는 도심이 낯설게 된 걸까?
전시장 오픈 시간은 09시. 07시에 조식을 끝내고서 오늘의 일정을 체크했다. 전시장까지는 걸어서 15분 거리다. 08시 40분에 전시장 입구에 도착했다. 이미 참관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출입카드를 목에 걸었다. 한국에서 동종 전시회를 주관하는 실무자 입장이라 입구에서부터 각종 사인물이 시선을 잡아끈다. 구석구석 매의 눈으로 스캔하며 전시장에 들어섰다.
Texprocess는 봉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통적 생산설비를 비롯, 디자인, 제품개발, 각종 자동화장치와 니팅 테크놀러지를 총망라한 전문 전시회다. Techtextil과 동시개최로 의류, 패션웨어, 실내 장식 및 가죽제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기술 섬유 사용자를 위한 최고의 국제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주최측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더 높은 수준의 글로벌 메이커들이 참가하였으며 더 많은 수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들이 전시장을 찾았고, 더 많은 엔드유저와 딜러, 바이어들이 만족하는 전시회"라며 "참가업체와 바이어 모두에게 긍적적인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Texprocess는 의류와 섬유 프로세싱 분야를 아우르는 유럽 유일의 빅 전시회인 만큼 이 분야 전세계 선두 기업들이 참가해 섬유 벨류 체인에 따른 모든 생산 가공 공정들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패스트패션의 대두와 온라인 쇼핑의 일반화로 디지털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추세에 맞춰 빅데이터, 인공지능, 오토메이션, 사물 인터넷 등이 재봉기와 연결되어 실시간 생산데이터를 주고 받는 시스템들이 대거 선보여 관련 산업의 발전속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첫날 전시장 순례를 마감했다. 내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GT Korea 2020'을 위해 내로라하는 빅 메이커 관계자들을 만났다. 또 이 전시회의 주최 측과 미국, 일본, 중국 등 관련 전시회를 주관하는 협회 관계자들과 연이어 미팅을 가졌다. 산 다니며 단련시킨 종아리이건만 왼종일 이렇게 발품을 판 탓일까, 뻐근하다. 걸음 어플을 확인해보니 23,993 걸음이다.
일행 넷은 5시 넘어 전시장을 나왔다. 잠시 숙소에 들러 옷차림을 가볍게 한 후 중앙역 앞 트램정거장으로 갔다. 뢰머광장과 마인강 산책을 위해서다. 시내지도를 펼쳐 목적지를 가늠해보고 구글앱도 켰다. 트램을 타고 대여섯 정거장 거리다. 일단 승차티켓부터 사야 했다. 우리 일행이 자동 매표기 앞에서 버벅대는게 어설퍼보였던지 안내원이 안내부스에서 나와 자세히 일러주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트램에 올랐는데,,, 지도에 독일어로 표기된 명칭을 더듬거리다가 내려야할 정거장을 지나쳤다. 어차피 약속시간이 정해진 것도 아니어서 서두를 일이 없다. 맘 편하게 다음 정거장에 내려 마인강가로 이동했다.
눈앞에 펼쳐진 마인강 풍경은 그대로가 그림이다. 마인강은 라인 강의 중요한 지류 중 하나다. 마인강가에 서면 프푸의 과거와 현재가 한 눈에 보인다고들 한다. 사방을 빙둘러 보았다. 구시가지와 고층 빌딩군의 신시가지가 말그대로 한 눈에 들어왔다.
해가 긴 저녁시간을 이용해 미세먼지 없는 강가를 조깅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관굉유람선은 오가지 않고 강가에 정박해 있다. 알아보니 운행은 오후 5시면 끝난단다. 강을 가로질러 신구시가지를 연결하는 철제다리에 올라섰다. 아이젤너 다리다. 우리의 남산타워 철제 난간에 채워진 자물쇠만큼이나 사랑의 자물쇠는 이곳 역시 다르지않다.
마인강변을 산책한 후 찾은 곳은 뢰머광장.
구시가지 중앙에 위치한 이 광장의 건물들은 15~18세기에 지어졌다고 한다. '뢰머(로마인)'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도 고대 로마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면서부터다.
광장 주변에는 구시청사와 중세건축물 오스트차일레(Ostzeile)가 있다. 구시청사는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대관식이 끝난 후에 화려한 축하연을 베풀었던 유서깊은 곳이며, 프랑크푸르트 최초의 박람회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이곳 광장에선 곧잘 벼룩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https://i.imgur.com/lBOgHvv.jp
뢰머광장의 맛집으로 SNS에 도배된 'Romer Bembel'은 바로 중세건축물인 오스트차일레에 자리하고 있었다. 소문만큼이나 좀체 앉을 자리가 나질 않는다. 줄을 서서 대기했다. 20여분 기다려 레스토랑 안 2층에 자리를 안내받았다. 독일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독일 정통맥주에 슈바인학센(독일식 족발)과 소시지다. 어제 맛을 보았는데도 분위기가 또 달라서인지 여전히 군침이 당기니 이를 어쩌나~.
<3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