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서 돌아온 뒤부터 혹독한 겨울 날씨를 제대로 느끼고 있다. 대구가 이렇게 추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월은 트레이딩도 죽을 쑤고 날도 춥고 해서 마음도 싱숭생숭했다. 게임을 몇 판하고 예능을 보는 낙 밖에 없어서 대구로 막 돌아왔던 지난 가을처럼, 매일 산책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고 있다.
거리에 쌓인 낙엽도 이미 치워진지 오래고 동촌 강변엔 사람도 없다. 소나무 몇 그루를 빼면 나무들은 가지만 뻗어있다. 겨울이면 하늘 색깔도 영향을 받는지 노을이 지기전에 이미 색이 흐리다. 회색 배경에 뻗은 나뭇가지와 강변에 늘어선 건물들, 강 위에 놓인 구름다리를 보며 걸었다. 요즘은 18시가 되어서야 해가 지기때문에 저녁 5시 30분쯤 집에서 나오면 딱 좋다.
구름다리 위에 오르면 가운데 우뚝 솟은 조형물 때문에 작게 나마 두 갈래 길이 있다. 해가 지는 이 시간에는 보통 서쪽 방향의 길로만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는데 오늘은 날이 흐려 동쪽으로도 걸어보았다. 강물이 얼어있는 와중에 다리 밑에 물이 얼지 않은 곳이 있었다. 그 위로 오리들이 강물에 들어왔다 얼음으로 나왔다 했다. 물이 얼지 않은 부분이 둥그렇게 생겨서 수영장 같았다. 겨울이 되어 오리배 타는 사람 없는 강에 진짜 주인이 돌아왔다.
그렇게 구름다리 끝에서 다시 서쪽 방향으로 돌아오면서 저 멀리 아양교 불빛이 켜지는 걸 바라보았다. 다리 아래에 설치된 조명은 빨간색,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이런 식으로 바뀐다. 더욱 노을이 뚜렷한 날에는 해가 지기 직전에 볼만한 장관이 된다.
가끔은 말로만 듣던 이국의 도시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너무 더울 땐 홋카이도를, 너무 추울 땐 태국 어느 섬에서 지내고 싶다. 내가 프리랜서가 되면서 더 이상 꿈은 아닌 일이 되었지만 그래도 내 고향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서 가장 추운 겨울이지만, 나는 이곳의 겨울도 좋다. 찬 바람도 그 나름대로 정신을 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찬 공기를 한껏 들이키면 며칠 지속된 손실에 고통 받던 마음도 씻기는 것 같다. 동시에, 보다 원칙과 규율을 준수하기만 한다면 못 이룰 목표도 없겠단 생각도 들기 시작한다. 정신만 차리면 그렇게 멀기만 한 삶이 아니다. 겨울은 더 나빠질 것이 없다.
Bro 보고 싶어
ㅋㅋ미투. 카톡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