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지나고 나서 보니, 넋두리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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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봉으로 보면 $4200~$3970 사이의 박스권이다. 특히 $4000 아래에서는 꼬박꼬박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전체적인 거래량은 감소한 상태라 뚜렷한 반전으로 보기는 어렵다. 즉, 대세 상승인지 하락인지 판단이 안 서는 장이다. 이런 장에서 자리만 잘 잡으면 가두리 매매가 가능하다. 지나고 나서 보니 $41.5 위에서는 무조건 숏(혹은 롱 청산), $40 아래에서는 무조건 롱(혹은 숏 청산)이 통하는 장이었다.

지나고 나서 보니.

이 얼마나 무의미한 말인가. 나 같은 매매꾼에겐 방금의 움직임 같은 건 필요 없다. 오히려 방금 전 잔상이 독이 될 때가 많다. 크게 보면 차트가 어떤 움직임의 경향을 띈다해도 매 1분, 매 5분을 모두 예측할 수는 없다. 그래서 확률이 높은 자리에서만 들어간다. 가령 바닥을 다지고 반등을 할 때 데드캣 바운스든, 바닥을 찍은 확실한 반등이든 적당히 먹을 자리는 있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에서 한 숟갈만 뜨고 숟가락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저 가두리장에서 나는 롱과 숏을 거꾸로 잡아 한참 헤맸다. 다행히 조심하는 매매 덕분에 1BTC로만 거래해서 손실 폭이 크지는 않았다. 1BTC가 0.5BTC로 줄어들면 20배 레버리지를 써도 10개 밖에 못 산다. 이익도 적지만 손실도 적다.

저것으로 본전 회복을 꿈꾸다가는 역시 골로 갈 수 있다. 머릿 속에서 본전 두 글자는 지우고 타이밍을 맞추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스캘핑이든 스윙이든 비중은 매우 낮게 들어가서 시장 흐름과 맞춰보는 것이다. 이때 모든 흐름을 예상할 필요는 없다. 손실을 계속 본다는 것은 내 예상과 어긋난다는 뜻이기 때문에 애매한 문제는 모두 스킵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문제가 나오는데 정답을 고르지 않고 넘어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트레이더분들이라면 아실 것이다. 매매하면서 가장 지키기 힘든 점 중에 하나다. 나는 그럴 때 30분봉에 맞춰보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1분, 5분, 15분봉에 맞춰져 있던 템포를 늦추고 페이스를 회복할 시간이 생긴다.

물론 그렇게 해도 해도 안될 때도 있다. 그럴 땐 잠시 떠나있는 게 상책이다. 트레이더마다 컴퓨터를 끄고 낚시를 하거나 소설을 보는 등 자기만의 요령은 있다. 나 역시 익숙한 책을 본다던가, 클럽을 간다던가 하는 소소한 취미거리가 있다. 가끔 바둑을 두기도 한다. 안될 때는 최대한 몸을 피해있으면 이익이 나는 날, 저절로 보상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매매 생활을 하면서 더욱 존경하게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이창호 9단이다. 이것이 나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지는 다음에 별도로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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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해도 안될 때는 잠시 접고 떠나있는 게 상책이죠ㅎㅎ 무엇이든 관계없는 사람을 만나고, 세상속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술잔도 기울이고... 운동도 참 좋더라구요... 전 댄스를 좋아해서 스포츠댄스,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러 다닙니다. 지금은 안그린지 좀 됐지만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구요... 그렇게 시간 보내고 나면 어느새 갈팡질팡않고 방향이 잡히더라구요^^

오 그림에 탱고까지! 멋지시네요ㅋㅋ 매매를 하면 안될 때 잘 피해있는 게 더 필요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나아져야겠죠. @sonsie님도 성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ceesub님두 성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