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자의 사진엽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당신에게
거의 한 달 만에 편지를 띄웁니다! 그동안 잘 지내고 계셨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드디어 새로운 곳에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남섬에 도착한 후 동쪽 해안을 따라 고어까지 내려와 있어요. 추석 바로 다음 날 오클랜드를 떠났습니다. 캠핑을 하면서 서쪽 해안을 따라 북섬의 끝인 웰링턴까지 천천히 내려갔지요. 지난주 토요일 새벽 세 시에 웰링턴을 출발하는 페리를 타고 3시간을 이동해 이른 아침 남섬의 픽톤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남섬에 도착하고 나서부터는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10월 10일부터 이곳에 있는 큰 농장에서 일을 하며 숙식을 제공받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날짜를 맞추기 위해 동쪽 해안을 따라 나흘 동안 부지런히 달렸지요.
태어나 처음으로 '길 위의 생활자'가 되었던 2주는 낯선 감각으로 가득했습니다. 처음 길을 떠났을 때는 이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였기에 더더욱 우주를 떠도는 기분이었어요. 뉴질랜드의 탄복할 자연 속에 매일 '집'을 짓고 허물기를 반복하고, 화장실을 가거나 부엌을 쓰기 위해 많은 걸음을 걷는 시간이 일상에 새로이 추가되었습니다. 이동하는 와중에 틈틈이 가고 싶은 곳을 둘러보고, 남섬에서 지낼 곳을 알아보았어요. 북섬의 로토루아에 있을 때 지금 머물고 있는 고어의 농장과 연락이 닿았고, 모든 '길 위의 생활'은 고어에 도착하는 날짜로 수렴되었습니다.
볼보 해치백의 이전 주인이었던 맷이 두꺼운 '론리플래닛 뉴질랜드' 책자를 함께 준 덕에 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십 년 전에 출판된 책이었지만, 필요한 여행 정보는 거의 다 들어 있었어요. 이 책의 마지막 사용자일 것 같다는 생각에 좀 더 평온한 마음으로 형광펜과 연필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인터넷이 원할하지 않았고, 침낭 속에서 기록을 남긴 경우가 많아 (침낭 밖을 나오는 순간부터는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했거든요) 단편적인 메모는 휴대폰에 저장해두었습니다. 오클랜드를 떠나 대략 열 두 군데의 소도시와 마을을 둘러본 이야기는 저의 여행기인 '두리의 모험'에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편지에는 최근의 근황을 전해드리고 싶으니까요.
고어에 도착한 그제 저녁부터 폭우가 쏟아졌고 어제는 눈과 우박이 몇 차례나 쏟아졌습니다. 남극과 가까워진 것을 피부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이런 날씨에 여전히 야외에서 생활해야 했다면 상당히 고생스러웠을 것입니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안락하게 지낼 곳이 생긴 것이지요! 이 집에서는 누구 한 명이라도 감기에 걸리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거실에는 항상 난로를 피워 따뜻하게 해 놓습니다. 한국에서나 오클랜드에서나 하루 종일 난방을 하는 호사를 누려본 적이 없기에 제 인생의 가장 추운 지역에서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농장에 도착하고 삼일 만에 주말을 맞았습니다. 이틀 동안 이곳의 주인 부부인 도날드와 브리짓, 그리고 한 달째 지내고 있는 웬디로부터 차근차근 이곳의 생활을 익히고 있는 중입니다. 갑작스러운 한파로 건강이 좋지 못한 암양이나 어린양들이 죽어 있어서 농장에 온 첫날부터 여러 군데의 방목지를 둘러보며 죽은 양들을 데려와야 했습니다. 우유통을 가져가면 새끼양들이 "매애~~" 하며 달려 나와 통에 달린 꼭지를 쪽쪽쪽 빠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너무나 귀여워 얼른 그다음 배급 시간이 기다려지지만, 수천 마리가 살고 있는 농장에는 아주 심각한 일들도 매일 일어나고 있답니다.

Kaikoura, New Zealand / ⓒchaelinjane, 2018
이곳의 이야기는 다음 편지에서 계속 이어가도록 할게요! 오랜만에 보내는 사진은 남섬 카이코우라(Kaikoura) 지역의 어느 도로 위에서 담은 것으로, 전광판에 "PLEASE TAKE CARE(조심하세요)"라는 글씨가 나오는 순간을 찍었습니다. 눈 덮인 험준한 산맥이 구름마저 압도하고 있었어요. 한국도 빠른 속도로 겨울로 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환절기의 당신도, 극적인 날씨를 견뎌야 하는 이곳의 양들도 부디 계절을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이전 편지를 일요일에 부쳤으니 이번 편지를 토요일인 오늘 부치면 요일의 고리는 얼추 잘 끼워 맞춘 셈이네요! 긴 시간 편지를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편지는 늦지 않게 부칠게요!
2018년 8월 16일 목요일, 조절 가능한 불행에 대하여
2018년 8월 22일 수요일, 사진과 글로 호흡하기
2018년 8월 28일 화요일, 숲의 바람을 전합니다
2018년 9월 3일 월요일, 숲에서 배우는 것들
2018년 9월 9일 일요일, 안전지대 밖에서
2018년 9월 16일 일요일, 소용돌이와 근심으로부터 힘차게 떠납니다
+ 너무 오랜만이죠! 무려 한 달 가까이 스팀잇에 접속하지 못했네요. ㅠㅠ 계속 이동하다가 뉴질랜드 남섬 끝자락에 있는 고어에 정착한 지 오늘로써 삼 일째랍니다! 근황 글을 쓰는 대신 '기록자의 사진엽서' 시리즈로 안부를 전하는 편이 낫겠다 싶어서 아침에 일을 마치고 곧바로 편지를 썼습니다. 그동안 기록해둔 게 많아서 캠핑 이야기는 또 언제 다 올리나 싶네요. ㅎㅎㅎㅎㅎ 최선을 다해 모험기로 풀어내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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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들려봅니다.
늘 건강하세요.
뜸하시다 싶었더니 캠핑도 하시면서 머물 곳을 찾아보셨네요. 그렇게 이동하면서 한동안 살아보는 게 로망인데 부럽습니다. 이제 다시 자주 오시는 건가요? :)
마셸린님! 너무 반가워요-! 헤헤 네 정착한 곳이 와이파이가 그냥 펑펑 터져서 앞으로 다시 자주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짧지만 그동안 경험했던 떠돌이 생활도 부지런히 글로 옮길게요 ㅎㅎㅎㅎ :))
와 정말 고생하셨네요! 두리의 모험에 어울릴만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한, 상당히 스펙타클한 모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근황을 읽었을 뿐인데도 벌써부터 두근두근해지네요XD 차근차근 포스팅 해주세요. 재밌게 읽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D
으아아 토랙슈님----! 긴 시간 기다려주셔서 감사해요 ://)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었지만 기억에 진하게 남을 날들이었어요 ( ͡°͡° ͜ʖ ͡°͡°)
이곳에서 잠시 안정적으로 지내며 글도 부지런히 써 볼게요! ㅎㅎㅎㅎㅎ
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팔로우할게요 @chaelinjane님
감사합니다! JY님 :))) 반가워요!!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생생한 여행자의 기록이군요!
한파로 양들이 죽기도 하군요,, 채린님은 한파를 잘 견뎌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편지도 기대할게요.^^
소울메이트님 무척 오랜만이에요! 헤헤헤
감기 안 걸리게 무척 조심하고 있답니다 ㅎㅎㅎㅎㅎ
난방이 잘 되는 곳에 있어서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
소울메이트님도 감기 조심하시구요!!!! ( ͡°͡° ͜ʖ ͡°͡°)
ㅎㅎㅎ 다시 쓰시는군요. 남극과 가깝다니, 신기합니다.
인석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 저도 제가 남극과 가까운 곳에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
그간 경험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기록으로 풀어내볼게요. ㅎㅎㅎㅎㅎ
인석님 댓글 보니 따뜻한 차 한 잔 타 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담 ㅎㅎㅎㅎ
아까 낮에 채린님 편지를 피드에서 발견하자마자 너무 반가와서 보팅부터 해놓고 이제야 숙소에 돌아와 읽는데 미소가... 저절로... 막 그냥... 두리의 모험 기다리고 있어요! 게다가 양이라니! ‘양’은 지금 제 여행의 키워드인 동물이에요! 오늘도 몇 번이나 양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횡설수설하게 되는 댓글이지만 반가운 마음을 어서 전하고 싶었어요! :-)
동글님!!!!!!!!뀨우우우 ㅠㅠㅠ 잘 지내셨죠!! 댓글에서 커다란 반가움이 가득 전해지네요 ㅠ__ㅠ 저는 축복 받은 사람 ㅠㅠㅠ 와 우리 이제 '양'으로 통하게 되는 건가요!!! 밀린 동글님 글들 읽으러 얼른 가야겠어요!!!!!!!!!!!!
진귀한 경험들을 하고 계시네요 :)
헤헤 해적님! :) 잘 지내고 계셨나요! 매일매일이 새롭고 정신이 없는 나날들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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