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룡이형은 항상 '허허' 하며 바보같이 웃었다. 형이 진짜 바보여서 그렇게 웃었는지, 그렇게 웃다 보니 바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는 모르겠다. 무튼 누군가 형을 심하게 놀리고 우습게 굴어도 그저 허허 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바보같아서, 어떤 때에는 이름이 '바보'고 삼룡이는 그저 별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어떤 날은 집 근처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길래 다가가 같이 한 잔을 마셨다. "형 무슨 일 있어요?" 하니 "무슨 일은. 그저 배가 고파서." 하며 어묵을 게걸스레 입에 물어넣었다. 소주 몇 잔을 더 마시니 나는 건방진 마음이 들어 형에게 그쳐물었다.
"아니 형 왜 그렇게 살아요? 누가 놀리고 무시하면 기분 나쁘지 않아요? 왜 항상 허허 웃기만 하고 그래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무시하잖아요."
"응? 그랬나? 허허 나는 그냥 재밌으라고 그냥 있었지 허허"
그 모습에 순간 가슴이 답답하여 "아이 씨발 형 진짜 그따위로 넘기지좀 말아요. 병신처럼 뭐하는거에요 그게!" 라며 소리를 질렀다. 예의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한참 쳐다보던 형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 년 전에 아버지가 전재산을 털어서 비트코인인지 뭔지를 사셨어. 그 것 때문에 어머니가 노발대발 하시다가 홧병으로 돌아가셨잖아. 어머니 돌아가시고 상 다 치르고 아버지랑 소주 한 잔 하는데 아이디랑 비밀번호가 적힌 쪽지를 주시더라고. 몇 일 있다가 아버지도 양화대교에서 뛰어내리시는 바람에 졸지에 그 쪽지가 유언장이 되었지 뭐야."
"그러고 나서는 비트고 나발이고간에 생각하기도 싫어서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몇 달 전에 뉴스를 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난 거야. 부랴부랴 아버지 유품을 뒤져서 쪽지에 적힌 아이디로 접속해 봤는데 비트코인이 이백 사십개가 있더라고... 셈을 해보니 죽을 때 까지 일할 필요가 없겠더라. 너라면 웃음이 안나오겠냐? 허허"
나는 말 없이 남아 있는 어묵을 입에 구겨넣었다.
아무리 넣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하ㅜㅜ 부러워하기도 그렇고 안 부러워하기도 그렇고 기분이 복잡오묘해지네요.
무겁습니다.
무거울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삶입니다. 아차, 그냥 이야기입니다.
삶을 담은 이야기보다 무거운 것도 있습니까?
두고보십시다... 내 꼭 복수를...!!
팔기 전까진 내 돈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형이군요😏
철수님은 아랫글 댓글을 확인하십니다말없이 보팅만을..남기고 갑니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