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공통점에 대해서...
언제부턴가 사람을 대충 보고 판단했는데 그게 들어맞을 확률이 스스로 생각해도 무서울만큼 높아졌다. 아쉽게도 이런 일은 사람을 좋게 판단했을 때보다 나쁜 선입견일 경우에 훨씬 많다. 조금만 더 수련하면 훌륭한 사람을 만나 옆에 찰싹 붙어서 떡고물을 받아먹는 날이 오겠지.
대충 뭘 보고 판단했을까를 곰곰 생각해 봤다. 그동안 만난, 결국 '사짜'로 판명된 사람들의 나름 공통적인 부분들이 몇개 떠올라서 적어보려고 한다.
사짜는 다들 아시겠지만 '士(선비 사)'가 아니라 '詐(속일 사)'다. 인간 스캠 말이다. 정말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사기꾼도 있지만, 어떤 기대감을 가진 상대가 뭐든 내놓게 만든 뒤 그것만 취하는 일을 업으로 삼거나 즐기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사짜라고 정의하겠다. 돈이든 지식이든 아이디어든 남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성취한 걸 꽁으로, 날로 먹으려고 하는 사람들 말이다.
혹시 일부 해당된다고 발끈해서 욕댓글을 달거나 다운보팅을 하진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다 그런 건 아니다. 나도 해당되는 게 있을 수 있다. 괜히 발끈하시는 분은 제발 저려서 그런 것으로 간주할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명함이나 직함이 이상할 정도로 많다.
상당히 좋은 직장에 다니는 어떤 분과 만났는데 명함이 굉장히 많았다. 해당 조직의 공식 명함으로도 충분한데 이 양반이 왜 이럴까 했다. 무슨 모임 회장, 협회 머시기, 박사까지... (박사 얘기는 따로) 갈수록 그 직책에 있는 사람이라기엔 너무 시정잡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몇년 뒤 그 조직에 소식을 물어보니 불미스러운 일로 그만둔 지 오래됐다고 했던 기억이.
누군가에게 '나 이런 사람이니까 믿어도 좋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한다. 돈사기든 몸사기든 마음사기든 대체로 신뢰를 먼저 충분히 쌓은 뒤, 상대가 믿을 때 한방을 놓는 식으로 진행된다. 상대가 나에 관한 정보가 전혀 없을 때 신뢰를 심는 첫 단계로 명함이나 직함만큼 좋은 것도 없겠다.
재력을 드러낸다.
너무나 전통적이며, 이 계통에서 진리라고 해도 좋을 듯. 세계 어느나라에서든 일단 부자로 보이면 1차 방어막은 없어지니까. 요즘엔 참 드러내기도 쉽다. 옛날 사짜들은 재력을 보여주려면 직접 만나야 하고 실물을 가져와서 보여줘야 하는데 이젠 소셜네트워크에 사진만 올리면 된다.
그게 진짜 내 거든 아니든, 굳이 페북을 켜고 보여주지 않아도 요즘 사람들 궁금하면 다 찾아본다. 대놓고 돈자랑 하지 않는 것이 고수인데 미안하지만 대체로 품위있게 드러나진 않는다. 나처럼 잘 모르고 눈치없는 사람도 아 돈 많은갑다 싶을만큼 냄새를 풀풀 풍겨야 한다.
네트워크를 과시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과, 혹은 유명하거나 대외적으로 신뢰가 많이 쌓여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진들을 올리면 된다. 상대방은 마치 사진 속 유명인이 이 사람의 신원을 보증해 줄 것처럼 착각을 할 수 있다. 이게 다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믿을만한 사람들이 나오는 모임에 잘 나간다. 구석자리를 지키더라도 사진 한 장만 잘 찍으면 된다.
법을 잘 알거나 그런 척을 한다...
조금 의아할 수 있는데 내가 본 사짜 중에, 그러니까 그들의 명함 중에 '법학 박사'가 그렇게 많았다. 실제로 법학 박사인지는 확인해 보진 못했지만 암튼 그렇게 적혀 있다. 법을 잘 안다는 느낌을 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잘 안 돼서 법적문제가 일어나도 전문성이 있으니 안심하라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실제로 이들 주변에선 법적인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점잖고 유식한 척 하고 있어도 알고 보면 맡고 있는 자리에서 이권을 둘러싸고 고소, 맞고소, 기소, 불기소, 무혐의, 명예훼손, 무고... 막 이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법학이 아니라고 해도 박사라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박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대학의 교수라거나 어디서 무슨 강의를 했다는 얘기도 많이 하더라.
아 쓰다 보니 몇 명의 얼굴이 머릿속을 바람처럼 스치운다.
다음엔 그들의 이야기를 좀 써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사족(蛇足)
매주 하나씩 하다 보니 다섯번째 오마주입니다. 오늘 제가 오마주 해드린 글은, 현직 기자이신 @shiho 님의 글이자, 제가 처음으로 @shiho님을 뵙게 된 글입니다. @shiho님은 스티밋에서는 기사에 쓰지못한 이야기들, 예를 들면 기사의 뒷면, 기자의 딜레마 같은 심도 깊은 주제부터, 가벼운 일상 글들을 주로 쓰고 계십니다.
가장 핵심 글은 스팀 10만원 가면 퇴사한다는 다짐이죠.
@stylegold님의 『오마주』 프로젝트에 의해 재발굴된 글입니다.
원글 링크 : [척]그들의 공통점
원글 저자: @shi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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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님의 댓글이 더 재밌네요..ㅋㅋ
본문 내용이 소제목 아래 같은 내용으로 복사되어 있어요..
오마주 하시면서 잘못 붙이신거 같아요...
앗! 바로 잠들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ㅠㅠ 지금 안그래도 피곤한 새벽인데...
통화를 하면서 오마주 하다보니 ㅎㅎ 감사합니다^^
저는 3만원되도 퇴사각을 볼거같은데요? ^^ / 10만원이면 바로 해외로 떠납니다 ㅎ
3만원만 되도... 정말 좋겠네요 ㅋㅋ 다행히 전 좋은 단가로 사둔 스팀이 좀 있는데..
요즘 장 보면 아쉽더라구요 ㅠㅠ 상승장 가즈아~~!!
아직 스팀이 그만큼 없어서 ㅋㅋㅋ
저도 '사'짜는 나름 잘 구분하는 분별의 은사를 가진 것 같습니다.ㅎㅎ
크...'은사'님이시군요!! 꼭 오래 두세요~~ 나쁜 버릇 도지지 못하게 조심하시면서요!!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넵~ 요즘 고생 많으세요!
이 글을 보고나니 저두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긴하네요. 좋은 일 하자고 모여서 열심히 했는데 알고보니 전부 그 사람의 커리어가 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 아쉬울따름이었습니다.
학교 선배나 동네 선배 같은 연장자였을 것 같네요 ㅎㅎ 그런 분들 많죠.. 본인에게 이득 되는걸,
자기계발이라는 명분하에 진행하면서 속이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나중에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니 정말 벌려놓은 일들이 많더군요.. 하..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ㅎㅎㅎ 사짜들의 혀놀림이 돈과 연관되어있으면 전 바로 거릅니다만 더 정리를 잘해주셨어요 ㅋㅋㅋ
네.. 실제로 이 글 쓰시고 실수를 바탕으로 경험한 사건에 대해서 포스팅 해 주셨었는데
참 재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돈 때문에 동업자와 언론 싸움 법정싸움까지 갔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