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스코이-56 two go

in #kr6 years ago

-한달 후 /동화증권 객장 안
현재가 5000원. 동화건설이 상한가로 올라서 있다.잠시 상한가가 풀렸다가
다시 상한가. 갈피를 못 잡고 왔다리갔다리 하는 중이었다. 미친년 널뛰듯하
는 주가때문에 개미 투자자들도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자신을 왕개미로 착
각하고있는 승일은 자신을 슈퍼개미로 착각하고 있는 정일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착각은 자유.
"누구 약 올리나. 출렁이는거 보면 꼭지 같기도하고.주식이나 여자나 꼭지에
선 항상 설렌단말이야."
얼마 전 동화건설 주가폭락으로 인해 세제도 없이 설겆이 당한 정일이 쑤세
미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소리쳤다.
"야야 쳐다보지도 마. 지금 시절이 어느시절인데 허위감자와 유증을 해.미친
거 아냐 자식들. 시발 금감원새끼들은 이런거 감시 안 하고 대체 뭐하냐고."
승일이 체념한 듯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주식판이 아싸리판 된게 어디 하루 이틀 일이냐.아마 금감원 애들도 저주식
못사서 안달일꺼다."
"시팔,저 썩을 회사때문에 투자원금 다 날렸어.신용 얻어쓰는 바람에 반대매
매까지 당한 사람이야 내가." 자랑이다.
얼마전 몰아빵 쳐서 크게 당한 생각을 하니 분통이 터졌다. 반대매매까지 당
하고 나니까 기다렸다는듯 그때부터 주식이 올라가니 생각만해도 열통이 터
졌다.그런데 얼핏 듣자하니 승일이 하는 말투가 꼭 정일 자신을 비웃는것 같
았다. 말투가 왠지 그렇게 들렸다.자격지심은. 정일의 이런마음도 모른채 승
일은 친구 정일이 얼마나 말아 먹었는지 몹시 궁금해했다. 사람심리가 다 그
런거지뭐.
"이번에 얼마나 날려 먹은 거냐?"
정일은 이번 폭락으로 60평생 벌어놓은 돈의 대부분을 날려 먹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그로기, 콤마 상태였다. 아따 호구 왔능가.화가 치밀어서 정신
이 왔다리 갔다리 했다. 이성을 잃고 쌍욕을 퍼부어 댔다.역대급 호구.
"씨팔 말도 마.5억짜리 상가가 경매로 날아갔어.이제 아파트 하나 남았네.에
라이 좆이나 건빵."
좆이랑 건빵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 있냐. 쳐 돌았냐.
"800원에서 거의 2200원까지 갔던 주가가 다시 1000원까지 꼴아 박았었
으니 아마 너같은 사람 많았을 거다. 그러게 신용을 왜 써 인마."
너같은..너같은..너같은..
정일의 귀에 "너같은"이란 말이 계속해서 쩌렁쩌렁 울려댔다. 도대체 그 "너
같은" 이란 말에 무슨 뜻이 숨어 있는 건지 알고 싶었다.병신새끼를 두고 그
렇게 부르는건가? 아니면 의리를 져버리고 혼자 주식 산 배신자란 뜻인가?
둘다 재수없긴 매한가지였다. 생각의 나래에 발톱을 달고 있던 정일이 순간
울컥했다.또 시작이야.
"너 같은 놈? 너지금 말에 가시가 들어있다"
"이새끼 봐라. 돈은 지가 잃고 왜 나한테 또 지랄이야.막말로 혼자 쳐 먹겠다
고 니가 몰래샀다가 쑤세미질 당한 거잖아! 그걸왜 나한테 지랄 쌈 싸먹냐?"
"너 이새끼 뭐라그랬어, 다시 한번 말해봐!"
서로 멱살을 잡고 엉겨붙었다. 언성이 커지자 주위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주식판에서는 흔한 광경인듯 별로 신경 쓰지않
고 곧 자기들 일에만 집중했다. 전광판을 바라보며 각자의 종목을 살폈다.
전에 한판 싸우고나서 아직 제대로 화해도 하지 않은 승일과 정일이었다. 땀
구멍이 사라질 정도로 심하게 쑤세미질을 당한 정일은 오랜친구이자 동료인
승일이 야속하기만 했다. 어찌되었던 간에 크게 피해를 본건 정일인데 위로
는 커녕 오히려 시비를 걸어오자 울분이 터져나왔다.죽고 못살 사이처럼 가
깝게 지내던 놈이 이렇듯 서운하게 대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입에 개거품을
물고 승일에게 덤벼들었다.혀깨물고 뒤져라 호구야.
"너 고작 이런 놈이었냐?"
"내가 뭘? 너나 잘해 인마."
끝까지 화해할 생각은 없는 승일이었다. 정일 또한 먼저 손을 내밀기는 죽기
보다 싫었다. 혼자 몰래 주식사서 내가 미안하다,딱 그말 한마디만하면 모든
걸 이해할 용의가 있는 승일이었다. 그러나 정일은 끝까지 자기만 억울하다
는 식이었다.의리를 져버린 놈이 자기만 잘났다고 우기고 있다.그게 너무 괴
씸했다. 분위기는 계속 서로의 신경전으로 이어졌다.아따 초딩들.
"이런 새낄 친구라고. 내가 미친놈이다. 미친놈."
새끼란 말이 나오자 슬하에 자식새끼와 손주새끼를 여럿 두고 있는 승일이
욱했다. 막가자는거네.
"새끼?너 이새끼 오늘 너죽고 나살자!"
둘이 본격적으로 엉겨 붙으려고 자세를 잡았다.이제부터는 멱살잡이가 아닌
주먹질이 오고가야만 갈등이 해소 될것처럼 보였다.
"왜들 이러십니까 친구끼리."
폭발하기 바로 직전 영춘이 둘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끼어들었다.고추가루냐
끼어들게. 정일이 승일을 죽일듯 한번 째려보더니 영춘을 반갑게 맞았다.
"영춘이 어서와.친구는 무슨.."
돈때문에 친구한테 까인 승일도 할말이 많았다.까고 있네.
"나도 너랑 친구 안 해 새꺄. 꺼져."
(이렇게 친구 사이가 끝나는 건가? 시발 좆같군.)
정일은 왠지 이건 아니다 싶었지만 승일이 저렇게 막나오자 지기 싫었다. 이
상하게 큰돈을 잃고 난 다음부터는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했다. 그래
도 여기서 승일이 놈한테 밀리면 그대로 녹아 죽을것만 같았다. 아이스크림
이냐.반드시 이겨야만 앞으로도 제대로 숨쉬며 살 수가 있을것만 같았다. 그
래서 더 막가기로 했다. 지랄한다.
"누구세요? 이 시발놈아."
그깟주식때문에 친구한테 까이고 친구를 까는 승일은 세상살이가 참으로 허
망하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까고들 있네.정일은 큰돈을 잃었다.돈잃고 속좋
은 놈이 어디 있으랴. 한편으론 지금 정일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이해는 가는
데 용서가 되질 않았다. 용서는 켜녕 잘근잘근 밟아 버리고 싶었다.가장 친한
친구사이가 돌아서는 순간 가장 큰적이 되어버린 것이다. 속담 같다.
"누구냐고? 시발놈아,내가 니애비다."
부모 욕까지 쳐멱여가며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 둘을 영춘은 어이없이 바
라보았다.평소에 그렇게 친하게 지내더니 싸울땐 초등학생 수준만도 못했다.
영춘이 둘을 뜯어 말렸다.
"나이 잡수신 양반들이 정말 왜들 이러셔. 자자 진정들 하시고 차나 한잔 하
면서 풀자고."
커피 한잔 마신후 셋은 다시 객장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분위기가 뜨악했
다. 정일과 승일은 아직 서로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남아 있었다. 때마침 영
춘이 두명 모두가 관심갖을 만한 화제거리를 꺼내 들었다.
"요즘 장안에 동화건설이 큰 이슈던데. 두분 혹시 아시나?"
기분 좋은 우연이랄까. 정일과 승일의 관심 대상이 서로에 대한 분노가 아닌
주식으로 재빨리 쏠렸다. 정일은 어떻게 해서든 본전을 찾고 싶었고 승일은
좋은정보로 수익을 내고 싶었다.승일이 영춘에게 물었다.
"안그래도 지금 그 얘기중이였어.정보력 빠른 자네가 한번 말해보게.저게 지
금 유증성공으로 가는 건가?" 
"그거 하나로는 절대 저렇게 못가지."
2000원짜리 주식이 1000원까지 순식간에 꼴아박았다. 그때부터 약올리듯
꾸준히 올라 오늘은 상한가, 5000원. 1천원까지 떡하락했던 주식이 꾸역꾸
역 올라 무려 5배가 된것이다. 정일은 궁금했다.아니 분통이 터졌다.다들 돈
버는데 바보같이 자기만 손해를 본것 같아서.아따 호굴세.
대체 무슨재료로 끌어올린거지? 유상증자 말고 또 무엇이 있단 말인가? 간
절하게 알고 싶었다. 그 어떤주체가 그 어떤재료를 가지고 자기처럼 선량한
개미를 유린하고 등쳐먹고 있는지를. 좆도 모르는줄 알았더니 당한 걸 알 긴
아네.
"그럼 또 뭐가 있는데?"
영춘에게 유상증자는 먼 옛날 이야기였다. 이미 동화건설은 화려하게 옷을
다시 갈아입고 무대위에 올랐던 것이다.미스코리아에 출전한 미모의 아가씨
처럼 그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근데 요즘 왜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TV에서 안 틀어주냐? 끝났냐?
"정일 사장님이 유증보고 들어갔다가 저번에 크게 당했다며? 이렇게들 정보
에 약하니 뒷북만치지. 눈앞에서 흔들리는 나무만 보지 말고 그 나무를 품어
안은 숲을 보란말이야 이 양반들아."나뭇군이냐 씹쌔야.
욕쳐 먹어도 싸지. 승일은 정일을 비웃으며 말했다.너나 잘해.
"내버려둬. 저새낀 맨날 반쪼가리 찌라시만 들고 오잖아.에라 반푼아."
"이 새끼가 또.."
영춘이 보기엔 둘 다 한심했다. 진짜 애들도 아니고 초딩처럼 왜들이러는지
정말 남들보기에 창피했다. 이런 수준이하들과는 더 이상 말도 섞고 싶지 않
았다.자기까지 수준 떨어질까봐.늦었어 븅아.
"자꾸이러면 나 간다."
승일이 바로 꼬리를 내렸다. 쪽팔리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이게 대체 뭔
짓인지. 더 이상 추락하기 싫어서 자중하기로 하고 영춘을 붙잡았다.
"알았어 이제 안 그럴테니 아까 그 숲속의 비밀 좀 알려주라 응?"
"그래뭐 우리가 초딩들도 아니고 그만하자."
정일도 화해에 동참했다.동참을 했다기보단 동화건설에 대한 최신정보를 영
춘에게서 듣기 위해 성질을 죽였다.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서 뭐라도 하나 얻
어내고 싶었다.본전 찾아야지. 영춘은 뭐라도 좀 줘가면서 달래라 개야,하는
표정으로 승일에게 말했다.
"공짜로 알려줄 순 없고. 내가 얼마를 주고 산 정보인데."
영춘은 그 성격상 한번 입을 다물면 그걸로 끝이다. 따라서 지금 쑈부를 쳐야
만 한다.대가를 치룰 맘이 1도 없는 승일은 뒤로 한발 빠졌다. 아쉬울거 없다
이거지. 그러나 쑤세미통에서 방금 기어 나온 정일은 마음이 급했다. 빠르게
영춘에게 쑈부를 쳤다.
"오늘 복어회 쏜다. 이왕 망한김에 이판사판. 죽더라도 먹고나 죽자."
복어회라면 언제라도 영혼을 팔 준비가 되어있는 영춘이었다.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였다. 동네에서 제일 맛있는 신선횟집. 그집에서 내오는 삼지구엽초
와 복어회의 조화는 다른지역 미식가들도 인정하는 바였다.더군다나 짧은 치
마를 입고 회를 날라다 주는 미쓰박의 엉덩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흘렀다.
회를 먹고 있는건지 그녀의 허벅지를 빨고 있는건지 착각이 들정도였다.보기
드물게 술과 고기,그리고 여자..이렇게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지상낙원이었
다. 그게 다 전략이여 븅들아.자주 못가는 이유는 값이 너무 비싸서였다.벼르
고 별러서 일년에 한번 가는 연중행사였다. 그걸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는 정
일이었다.
"정말 쏘는거다?나중에 딴말 없기!"
설겆이 전혀 안 당할것 같아 보이는 승일이 도끼눈을 뜨고 정일을 위아래로
훑으며 노려보았다. 또 시작이니.
"걱정마 내가 증인 설께. 회만 안샀단봐라 복어대가리가 북어대가리 될때까
지 두들겨 패줄테니."
옆에서 엉뚱하게 끼어들어 잡음을 내는 승일을 한방 갈겨주고 싶었지만 정일
은 참았다. 지금은 감정에 놀아날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날려먹은 상가
되찾아야만 했다. 집에서 마누라가 죽일라고 든다. 생전 요리도 안 하던 여편
네가 여차하면 배때기를 쑤실라고 그러는지 요즘 들어서 부엌칼을 자주 갈아
제끼는데 너무 무섭다.상가집 안되려면 상가 되찾아와야한다.영춘의 말에 귀
를 쭁긋 세웠다.
"모여 봐.동화건설이 얼마전에 감자루머로 2천원에서 800원까지 반토막 났
었잖아."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마친 정일이 맞장구를 쳤다.
"그 토막사건으로 여럿 한강 갔지, 나도 한강갈 뻔했다니까."
승일도 남모르는 말못할 상처가 있었나보다.
"그때 당한 우리 중학교 동창놈은 한강물 더럽다고 농약 마셨잖아."
동감대가 생기자 다시 친해진 승일과 정일이다.자기들도 멋쩍은듯 헛기침까
지 해가며 없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사람은 남들 흉보면서 친
해진다. 다들 그렇게 산다. 영춘이 토막사건을 계속 이어나갔다.
"2000원짜리가 800원까지 반토막났다가 다시2200원까지 2배 올랐잖아?"
승일이 이때를 안 놓치고 우쭐해 했다.
"정일이 저놈이 유증소식듣고 산게 바로 그때라니까.내가 그때 운좋게 10%
먹고 나왔다니까."
옆에서 애가 타는 정일이다.
"자랑 그만하고 김씨 말좀 들어보자. 그래서?"
"그후에 리비아에서 부족간 갈등이네 임 하순회장 원정도박이네 악재발발해
서 1000원까지 조정받고 지금은 다시 5000원. 5배 올랐잖아."
"그랬지 많이 올랐지."
여태껏 동화건설만 뚫어져라 지켜봐온 정일이었다.그러나 전에 크게 당한게
있어서 5배 오를동안 주식을 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구르며 지켜보고만 있
었다. 문제는 정보였다. 지금 영춘처럼 믿을 만한 정보통만 있었다면 남은 전
재산을 쏟아부을 텐데. 아쉬움만 남았다.
영춘은 마치 설계도를 펼쳐보듯 그동안 동화건설 행보를 계속해서 설명했다.
"처음 2배, 그러니까 천원에서 2천원간건 유상증자 건으로 오른게 맞아."
정일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다.
"실제로 유증은 안 했잖아? 불공정 공시로 벌금도 때려 맞았고."
영춘은 그러니까 니가 설겆이나 당하지, 하는 표정으로 정일에게 말했다.
"아무리 가짜 유증이라도 호재는 호재니까 주가에 이미 흡수가 된거라 이말
이야 내말은."
승일이 이마에 물음표를 달고 명춘에게 폭풍질문을 했다.
"그럼 이번 5배는 뭐지?"
마치 저만 알고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를 하려는듯 영춘은 실눈을 뜨고 조용
히 입을 열었다.
"아마도 개미들이 전혀 모르는 초특급 대형호재가 있겠지?"
승일은 고개가 부러져라 끄덕이며 말했다.
"일리 있는 말이야!몰입이 되!"
정일은 타는 똥줄을 부여잡고 갑갑한듯 다시 물었다.똥싸네.
"그러니까 그 호재란게 대체뭐냐고?"
영춘이 물밑에 숨겨진 보물을 건져 올리듯 천천히 그리고 낮게 속삭였다.
"그건있잖아..이따가 복어 먹으면서 얘기해 줄게.." 그새끼 감질나게.
-신선횟집
한낮이라 텅비어있는 가게 안에서 영춘,정일, 승일이 편하게 자릴잡고 오붓
하게 앉아 있었다.미쓰박이 마치 박아 달라는듯 초미니 스커트를 입고 엉덩
이를 씰룩거리며 물을 들고 테이블로 다가왔다. 30대 초반의 그녀는 얼굴도
이쁘고 몸매도 작살이라 동네에서 인기가 많았다. 어쩌면 미스 박이 있어서
회맛이 유난히 더 좋은것 같았다. 오죽하면 장보다 뚝배기 맛이란 말이 있겠
냔 말이다. 미스박이 걸을 때마다 옆구리가 터진미니스커트 사이로 그녀의
허벅지가 하얗게 미소를 지었다.다들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맛있겠다.물이..
꼴값떠네.
"어머머 어빠들 오랜만이네.."
셋중에 그래도 친분이 좀 있는 승일이 먼저 아는 척을 했다.니들 잤지?
"미쓰팍 잘 지냈어?"
"그럼요 근데 어빠들 왜이렇게 얼굴보기가 힘들어?"
정일은 승일이 이쁜 미스 박과 친한것 같아서 열이 받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
해 주머니에서오만원권 지폐 4장을 꺼내 미스박 손에 건네주었다. 그러면서
엉덩이도 한번 툭건드려 보았다. 20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듯 찌릿찌릿했
다. 간만에 살맛? 났다. 돈도 없는새끼가 지랄한다.
"어머 우리 어빠 화끈하기는. 땡큐..식사는 뭘로?"
"우리 항상 먹던걸로..헤헤"
박양이 사라지자 똥줄이 활활 타고 있는 정일이 영춘에게 물었다.
"5배. 대체 뭣때문에 간거냐고."
"미안. 아깐 여기저기 귀가 너무 많아서 얘길 못하겠더라고."
"알았으니까 빨리 말해봐."
보채는 정일을 향해 영춘이 드디어 꼭꼭 숨겨 두었던 반지를 돌렸다.
"당신들 보물선 얘기 들어봤어? 돈스코이 말이야."
생전처음 듣는 말에 접수가 안되는 정일이 어설픈 발음으로 되물었다.
"뭐라, 똥스꼬이?"
아무리 똥줄이 타도 그렇지 똥스코이가 뭐니 씨뱅아. 돈스코이에 자꾸 똥칠
할래? 승일은 뭘좀 알고 있는 눈치였다.
"돈스코이라.그게 정말이야?"
정일은 여전히 퀘스쳔 마크를 마빡에 붙이고 있었다.
"돈스꼬이?"
영춘이 검지손가락을 세로로 세운후 입에 가져다 붙이며 신신당부를 했다.
"쉿! 이거 초특급 비밀정보니까 딴 사람들한텐 절대 흘리지 마."
어디가서 질질 흘리고 다닐것 같은 정일이 말했다.
"그래도 너무 많이 올랐는데.1000원에서 5000원까지 무려 다섯 배야."
영춘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돈스코이 정도면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실소를 터트리며 더욱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 보물선에 금괴 5천톤이 실려있대!"
승일과 정일의 입이 말린 북어처럼 떡벌어져서 다물어 지지 않았다. 그들은
입을 벌린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서로의 입크기를 재는건 결코 아니
었다. 뭔가알 수 없는 눈빛을 서로 주고 받았다. 영춘이 벌어진 승일과 정일
의 입에 약을 뿌려댔다.
"돈으로 얼마인지나 알아?자그마치 150조야 150조. 이거 아직 시작도 안한
거야. 얼른 상한가에 매수 걸어둬.혹시 아나? 운 좋아서 몇주라도 건질지."
정일이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 말했다.
"컥..150조!"
-동화증권 객장 출입문 앞
승일,정일, 영춘은 객장 문앞에 서 있었다.영춘이 핸드폰으로 동화건설의 시
세를 살피고 있었다.주가는 상한가에서 5%사이를 빠르게 오르락 내리락하
고 있었다. 그는 급등락을 하고 있는 동화건설주가에 대해 친절히 부연설명
까지 했다.좆이나 뭘안다고.
"이것봐 세력이 잠궜다 풀었다 하잖아.개미 털기야. 뻐스 문닫고 출발하기전
에 올라탈 마지막 기회라고 보면되."
정일은 주식을 사기로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의심스럽다는듯 고개
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어째 물량 떠넘기고 있는 것 같은데."
살까말까 고민 중인 승일에게도 부담스러운 가격대였다.
"너무 고가라 좀 위험하지 않을까?"
영춘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주식격언을 공짜로 인용했다.
"여자와 주식은 줄때 먹어라,라는 말이 있지. 만약에 말이야 횟집 박양이 오
늘 한번 줄께,그러면 할꺼야 말꺼야?"
두말하면 잔소리지.중학생부터 80노인네까지 동네 양아치들이 전부 박양따
먹으려고 줄서서 난리인데 주면 감사합니다,하고 먹는거지. 이때 아니면 언
제또 자기 차례가 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살아 생전에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
임에 틀림없었다. 여자얘기가 나오자 생각이 바뀌는 정일이었다.꼴통.
"시발, 이번에도 물리면 정말 한강 가야 돼!"
영춘이 앓는 소리를 하는 정일의 마빡에 마지막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금값 막 오르지?앞으로도 쭉쭉 더 오를거란 말야.지금 한주당 5000원이지,
300만원까진 문제없어.논밭 팔아서 사둬. 팔자 고친다 정말."
영춘이 금반지를 돌리자 승일이 잽싸게 계산기를 꺼내 두드렸다. 역시 상고
출신 다웠다.
"가만있어봐 5천 만주 나누기 150조 하면..300만원 맞네 맞아."
돈스코이의 엄청난 값어치가 바로 이자리에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정일이
비명을 지르며 문을 열고 객장 안으로 뛰어 들었다. 핸드폰으로 매수,매도를
할 줄 모르는 그였기 때문에 창구에서 브로커에게 직접 주문을 해야 주식을
살수 있었다. 왜사니 왜살아.
"비켜! 비켜!"
정일과 승일은 매수주문을 넣으러 앞다투어 브로커가 있는 창구를 향해 내달
렸다. 눈에 보이는게 없었다. 보고 싶은것도 없었다. 오로지 동화건설 뿐이었
다.
"썅, 비켜!"
그러나 이미 한발 늦었다.
"줄 서 있는거 안 보이세요? 뒤로 가세요."
떡대좋은 남자 직원이 이들을 저지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창구 앞엔
아기 업은 아주머니, 군인, 심지어 스님까지 줄을 서서 앞다투어 동화건설을
매수하고 있었다. 창구마다 줄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일과 승일은 애
가 타서 발만 동동구르고 있었다. 영원한 호구들일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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