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경님의 수필을 소개합니다.
남편과 결혼한 10년 사이 아이 셋을 낳았다.
우리는 다섯 번의 이사로생긴 동료애와 매일 육아 전쟁으로 쌓은 전우애까지..
더해서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친밀감이 생겼다.
이제 서로 알 만큼 알았다 생각했는데 우리에게도 해묵은오해가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얼큰한 라면을 좋아한다.
남편은 '사소한 식성조차 통한다'라고생각하지만 실은 남편을 만나지 전까지 난 라면에 달걀을 즐겨 넣었다.
그것도 달걀을 풀지 않고 통으로 익혀 먹는 '통달걀파'였다.
연애초기 , 남편 자취방에서 지인들과 라면을 먹었다.
남편이 오로지 라면만 넣고 끓이자 친구들이 "달걀이라도넣어야지" 하면서 야박하다고 한마디씩 했다.
남편은 조금도 굴하지 않고 이래야 라면 맛을 제대로 느낄수 있다고 큰 소리쳤다.
그의 편을 들고 싶었던 나 역시 진정한 고수는 이런 '순수 라면'을 먹는다며 거들었다.
그 뒤로 남편 식성을 배려해 달걀없는 라면을 끓이다 보니 어느덧 나도 그 맛에 익숙해졌다.
얼마전 아는 선배집을 찾았다.
두집 아이들이 신나게 놀다 점심때가 되어 집에 가려는데 선배 어머님이 급히 우리를 붙잡았다.
간단한 점심을 준비했으니 먹고 가라며 달걀 넣은 라면과 김밥을 주었다.
남편은 배부르다면서도 라면 국물까지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오는 길, 남편에게 말했다.
"나이가 들면 식성이 변한다던데, 당신이 달걀 푼 라면 먹는걸 보니 우리도 이제늙었나봐"
살짝 습습해지려는 찰나 남편이 대답했다.
'내 식성 안 바뀌었는데? 오랜만에 달걀 넣은 라면 먹어서 국물까지 싹싹 마셨어.
원래 좋아했는데 지금껏 당신한테 맞추느라 그냥 먹은거지."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우리는 거날의 기억을 되짚었다.
당시 남편 자취방 냉장고에는 달걀이 없는 날이 더 많았다.
그날도 괜히 휑한 냉장고가 민망해 큰소리 냈는데 내가 덩달아 맞장구 친 것이었다.
신혼초 내가 "자~~ 순수 라면!! 하면서 정성껏 끓여 주는데...
"달걀은?" 하면서 분위기 깨뜨리기 싫어 잠자코 있었단다,
서로 배려하느라 오랜시간 달걀없는 라면을 먹었다는 사실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스타일이야? 달걀을 풀어? 말아? 남편은 확실하게 말했다.
"당연히 안풀어야지 달걀은 통으로 먹어야 제맛이야!!"
남편도 통달걀파!! 숨겨온 식성마저 같다는 사실에 흐믓했다.
우린 앞으로 10년간 그동안 못 먹었던 달걀까지 두배로 넣기로 했다.
" 당신, 이번에는 정말이지? 또 나에게 맞춰 준 건 아니지??"
행복한 부부시네요
식성이 다르면 아무래도 덜 행복 할거 같거든요
부부라는게 서로배려할때 행복해 지는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