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투자 행위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다. 비트코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투자를 함에 있어 인간의 감정은 두려움과 탐욕이라는 두 가지 감정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이른바 ‘투자자의 심리 사이클’이 형성된다.
지난 수년 간 주식 중개인 및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 감정 곡선(Wall Street Cheat Sheet)’이라는 도표를 이용해 투자자의 심리 변화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위 도표에서 알 수 있듯 곡선의 정점에는 ‘희열(euphoria)’이라는 감정이 존재한다. 투자 위험이 극대화되는 지점이다.
이 지점에서는 앞으로 투자가 잘못될 일은 전혀 없다고 확신하며 투자자 스스로 모든 생각을 정립해나간다. 주변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진입하면서 가격은 상승하고 상품의 가치는 최고점을 찍는다. 그러나 이때는 마치 거대한 태풍의 전야와도 같다. 작년 말 암호화폐 시장이 바로 이 ‘희열’의 지점에 머물러 있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단 7주 만에 개당 6,000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급상승했고, 이는 곧 앞으로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매수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로 풀이되었다. 더욱이 1월 첫 주에 접어들자 다양한 종류의 알트코인까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부분의 전문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5만 달러, 혹은 그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거품 현상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강력한 단속이 시작되면서 불과 2주 만에 사그라지고 말았다. 당시 한국과 중국의 암호화폐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지금은 어디에 서 있나?
이후 비트코인 시장은 ‘희열’의 정점을 지나 ‘안주(complacency)’와 ‘불안(anxiety)’ 그리고 ‘부정(denial)’의 지점을 통과했다. 물론 모든 전문가가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따라서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지만, 월스트리트 감정 곡선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희열’의 지점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6,000달러대를 회복하며 ‘부정’의 단계가 5개월 정도 지속되었다. 소폭이긴 했지만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암호화폐 시장이 최소한 연말 전에는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신호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은 지난 11월 14일 비트코인 가격이 6,000달러 아래로 내려가며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이후 비트코인 시장은 ‘패닉’ 상태로 접어들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격이 최저점을 찍기 전에 팔고 나가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코인데스크가 추적한 바에 따르면, 이후 약 한 달 간 비트코인 가격은 50% 가까이 하락하며 평균 3,327달러를 기록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11월 거래량이 전월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매도세의 급속한 증가는 이른바 개미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났음을 의미하는 신호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투매성 매도(capitulation: 투자자들이 수익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상황, 이 단어에는 항복한다는 뜻도 있다)이 아직은 시작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1월의 비트코인 판매량 증가는 단기간에 일어난 매도세로 그 기간이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았고, 이후 매수세가 회복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1월 1일 비트코인 시장에서 전개된 상황으로 현재로서는 감정 곡선의 ‘패닉’ 단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0달러가 붕괴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다음 단계는?
특정 상품에서 투매성 매도가 시작되면 주변의 비슷한 상품까지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투자자들은 극도로 비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심리 사이클을 연구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사이클을 파악하면 계속되는 시장 침체 속에서 최저점으로의 가격 하락을 예고할 만한 결정적인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여러 측면에서 검토해본 결과 비트코인 시장은 현재 투매성 매도에 꽤 가까이 다가서 있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위 도표에서 나타나듯 투매성 매도 이후 처음으로 겪는 감정 상태는 ‘분노’다. 이 지점에서 투자자들은 자신이 겪은 엄청난 손해에 대해 적당한 이유를 찾는다.
이후 투자자들은 자신이 직면한 재정 상태를 인지하며 ‘분노’에서 ‘우울’의 감정 상태로 넘어간다. 이때 투자자의 감정 곡선은 최저점을 찍는다. 일반 대중이 보기에도 더 이상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고 느끼는 시점에서 시장은 다시금 재기를 노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우울’ 단계의 투자자들은 감정적 타격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앞으로는 금융시장의 그 어떤 상승세도 믿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쉽게 납득되지 않을 수 있지만, ‘절망’ 단계는 오히려 위험이 최소화된 상태의 가장 좋은 투자 기회일 수 있다. 매도자는 시장에서 모두 빠져나간 상태고, 가격은 거품이 전혀 없는 기본적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은 이후에 다시 시작되는 시장 사이클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한 가지만 기억하자.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이 탐욕을 보이는 순간에는 두려워하되, 다른 사람이 두려워하는 순간에는 탐욕을 보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