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금의 끄덕임] 나만을 위한 혼술.

in #kr6 years ago

작은 국밥집앞.
그나마 동네에서 먹을만한 국밥집.

한남자가 익숙한듯 들어와 자리에 앉아 순댓국밥과 소주를 주문한다.
남자는 며칠째 저녁식사겸 술자리로 소주한병을 마시고 평소보다는 조금 늦은 귀가를 일부러 하는중이었다.

평소 같고 싶지 않았다고 할까?
늘 똑같이 반복되는게 조금은 지겨워졌다고나 할까.

조금은 먹을만한. 소위 안전빵이라 할수있는 곳에서 먹는 저녁과
소주한병.

그남자는 거창하게 위로,위안,분위기 이따위것들을 느끼려 간것은 아니었다.
그냥 한잔이 필요했고 같이 마실 사람이 지금 없었다는 것 그뿐이었다.

조용히 살짝 술기운을 느끼면서 본인에게 집중하고 싶은? 뭐 그런거..였다.

티비에서 나오는 시덥잖고 과장된 웃음소리와
누가 누굴 사랑한다느니 니가 알고보니 내딸이라느니...
등의 잡소리들이 생각을 헤집어 놓는다.

이어폰에서 흐르는 음악 또한 마찬가지.
그 좋아하던 노래들도 자기가 씹는 깍두기소리에 묻힌다.
그 씹는 소리가 거슬린다.

혼자 휘적휘적 거리면서 한잔,두잔 비워낸다.
쓴맛에도 오롯이 집중이 되고 구수한 국밥맛에도 집중이 된다.
그러다 남자는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걔는 이제 제수씨 좀 덜힘든가..?'
'걔는 여전히 출장중이겠지? 이쟈식은 연락좀 하라니깐...'
'뭐... 어차피 걔는 불러도 안나올테고...'
라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
국밥을 씹으면서 지난 여자친구 생각도 난다...

참....
별생각을 다한다..
이 대목에서 전 여자친구는 좀 아니잖냐?
라고 혼자 생각하며 남자는 피식 웃고 다시 한잔을 털어넣는다.

소주가 쓴지 남자는 눈을 살짝 찌푸린다.

그렇게 한시간정도 흘렀을까.
남자는 소주한병을 다 비웠다.
더먹고 싶은 욕심은 없는 듯
주섬주섬 외투를 걸치고 짐을 챙겼다.

계산을 하고 나와서 하얀달을 올려다본다.
'아...달 참 차갑게 이쁘네....아이....쓸쓸하구만......'
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뗀 순간....

그는 걸을수가 없었다.

그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저녁때쯤에 반주를 드시고 계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걱정하면서도 걱정하게 만드는 그 모습이 싫어
방문을 닫고 혼자에게로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던 그였다.

그렇게 그는 아버지를 외롭게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본인도 혼자였지만 아버지도 혼자로 만든것이었다.

아...
아버지참 많이 외로우셨겠구나...
내가 참 쓸쓸하게 만들었구나....

힘겹게 한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눈물이 바닥에서 스며올라왔다.

참 걷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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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차피 걔는 불러도 안나올테고...'

이거 나냐

너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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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혹시 국밥집에서 제가 나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쓰신 건 아니죠? 묘사가 엄청 생생합니다.

제가 지켜보고있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