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과 조선족 사무원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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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라면을 먹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가 있어 적어 봅니다.

중국 사람들은 지금도 신라면을 좋아합니다. 제가 처음 중국왔을 떄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라면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특히 젊은 친구들은 뭐 먹고 싶니 그러면 바로 신라면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15년 전 제가 처음 중국 청도에서 학원 생활을 할 때 였습니다. 사무 보던 아이가 중국 조선족 이었는데 나이가 10대 후반이고 시골에서 청도 온 지 몇 일 밖에 안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실수도 잦고 원장한테 거의 매일 혼나곤 했습니다.

그런던 어느날 수업 중에 잠시 쉬는 시간에 나와서 보니 그 아이가 퇴근했어도 벌써 했었을 시간에 일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원장이 오늘까지 끝내라고 했다고 그러더군요. 저녁은 먹었냐 했더니 아직 못 먹었다고 합니다. 참... 그 모습이 애처롭고 해서 배 고플텐데 뭐 먹고 싶냐고 했더니 신라면이 먹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수업 끝나고 사 줄테니까 일 끝내고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수업 끝나고 나오니 그 아이가 일을 다 끝냈는지 앉아 있더라고요. 한창 나이에 혼자 타지에 나와 있는게 안 스럽기도 하고 해서 나가서 고기 먹을래? 했더니 자긴 신라면이 제일 먹고 싶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들으니 또 가슴이 찡해 옵니다.

그래서 근처 분식집에 가서 신라면 하고 이것저것 시켰는데.... 제가 지금까지 이렇게 신라면을 맛있게 먹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아주 그냥 후후 불어가면서 먹는데 정말 맛있게 먹더군요. 그렇게 맛있니? 했더니 자기는 신라면을 제일 좋아한다고 하면서 정말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먹더군요.

그후 한달뒤 월급 받았는데 저보고 지난 번에 고맙다고 자기가 밥 사준다고 하네요^^ 그래서 지난 번 그곳에 가서 저녁 먹는데 역시 신라면을 그렇게 맛있게 먹는거예요. 그 후 가끔 같이 가서 밥 먹고 했는데 6개월인가 일하더니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 간다고 하면서 저보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하면서 청도를 떠났습니다. 그 후 신라면을 먹을 떄면 문득문득 지금 30대 중반이 되어 있을 그 아이가 떠 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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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박봇 입니다.
보클합니다 :) 좋은 밤 되세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중독성 있는 맛이지요.
가끔 그렇게 스쳐지나간 인연들이 있더라고요. ^^

살면서 그런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흘러 문득 떠오르는 그런 사람들...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게 인생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