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노인과 바다

in #kr7 years ago

요새 백수가 되면서 따분하게 느껴져 있는 시간이 많아 집에 있는 노인과 바다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든 생각은, 이게 그토록 재미없고 지루하던 그 노인과 바다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세월이 지나고 접하자, 내가 몰랐던 헤밍웨이의 문장력이 뛰어난 것인지를 느끼게 되었다.
절제된 문장이고 딱딱한 문장이었지만, 그 문장의 울림이 주는 여운은 강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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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인생 말기에 쓴 작품으로 보면, 이 소설은 작가 인생의 반영작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뒷부분을 보면, '작가 내면을 반영'한 작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첫째, 노인과 바다의 싸움이었다. 노인은 바다를 대자연으로서 존경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서운 존재로서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이 바다 한가운데로 나아간 것은 그가 진정한 인생의 싸움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 바다 한가운데서 노인은 '그놈'을 낚지만 동시에 '상어'들에게 놈을 뜯겨 대가리와 뼈, 꼬리만 남게 된다. 인간의 인생에서 얻는 것이 있지만 그것은 한때의 기쁨이고, 그걸 얻기 위해 희생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보았다. 노인은 '그놈'의 목숨을 뺐으면서도 그것이 '죄'인가를 고민한다. 그러나 인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짓밟고 위에 서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노인에게 바다는 바로 세상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둘째, 노인과 소년의 대비다. 노인은 소년을 사랑스럽게 여기며 그에게 기대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는 정작 바다에 나갈 때 소년을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소년은 노인에게 없는 건강함, 아침잠, 젊음이 있었다. 그 소년은 노인의 분신과도 같이 나오는데, 이는 아마 노인의 젊었을 적 추억이 아닐까 싶다. 노인은 바다에서 외로이 고군분투하며 소년을 떠올리지만 끝내 혼자서 싸워 모든 것을 이겨냈다. 그리고 살아돌아왔다. 돌아오자마 소년이 그를 보살피긴 했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노인처럼 늙어버린 때가 분명 올 것이다. 그러나 그 때에도 인간은 싸울 수 있고, 싸워야만 할 상황이 온다. '먼 바다'로 나갈 때 말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소년'을 추억하겠지만, 소년은 그 곳에 없다. 진정한 홀로서기는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싸워 이기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