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주로 쓰는 컴퓨터 2대가 있습니다. 하나는 HTPC로 쓰고있는 윈도우즈 시스템이고, 다른 하나는 웹서핑 등 각종 잡다한 일을 처리하는 Xubuntu 시스템입니다. (편의상 Xu라고 부르겠습니다; Xubuntu는 Ubuntu를 기본으로 GUI를 간단히 하여 오래된 컴퓨터에서 더 잘 돌도록 만들어진 변종입니다.) 이 Xu로 저는 스티밋을 하고, 아내는 인터넷 검색 및 공과금 내기 등을 하고, 1학년 아이는 학교 권장 산수 학습 게임인 DreamBox를 합니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아이가 불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림박스를 하는 도중 반응이 느려 게임이 잘 안되고, 심지어는 컴퓨터가 Freezing 멈춰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컴퓨터 업글에 대한 재정 지원을 결정합니다. 한 가정의 돈의 흐름은 이렇게 결정됩니다.
저는 거의 모든 컴퓨터 부품을 새달걀에서 구입하였으므로 가서, 현재 사용중인 애들의 과거 기록을 살펴봅니다.
케이스: (찾아보니 케이스만 다른데서 샀나 봅니다 ^^;;) 대략 2006년 12월
마더보드: 2010년 1월 11일
씨퓨: 2011년 10월 6일
마더보드가 만 8년이 넘었군요. 결국 마더보트+씨퓨+램을 같이 바꿔야 겠습니다.
이제 새달걀에 다시 가서 쇼핑을 시작합니다. 저번 달 뉴스로 나왔던 인텔 씨퓨의 구조적 보안 결함문제 때문에 인텔은 아예 제외했습니다. 암드로 가니 최신 씨퓨는 Ryzen라이젠이군요. 얼핏 라이젠이 잘빠져서 인기가 높다는 뉴스가 생각납니다. 쇼핑은 언제나 즐거운 고민입니다. 20-30불 차이로 나란히 늘어선 라이젠 형제들. 뭘 사야 할까요... 처음에는 105불인 라이젠3 1200에서 시작하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6-core 95W는 너무 오버인 것 같아서 결국 1500X를 지르기로 결심합니다. 생각보다 예산이 조금 더 나올 것 같아 걱정됩니다. 하지만 이왕 사는거 채굴 확장성까지 고려하여 마더보드도 큰 거 ATX로 골라봅니다. 램은 비싸니 8GB 한 개만 고릅니다. 여기까지 $340. 여기에 그래픽카드 GTX 1050 2개를 더하면 대략 $650. 너무 비쌉니다. 재정담당관을 어떻게 설득시킬 것인가... (중략) ... 결국 암호화폐의 미래에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ㅎㅎㅎ
난관1: 합이 안맞는 볼트와 너트
컴퓨터 케이스를 눕혀놓고, 기존 마더보드를 꺼냅니다. 나사를 돌려 푸는데, 나사 밑에서 나사를 받쳐주는 녀석까지 같이 풀립니다. 힘이 좀 들지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이제 새 마더보드에 씨퓨를 설치한 후 케이스로 들어갑니다. 다시 나사를 돌려 고정하는데... 나사가 들어가다 말고 박혀버렸습니다.
오른쪽 3번을 먼저 케이스에 고정시키고, 마더보드를 놓고 2번 나사로 고정하는데, 2번이 3번에 들어가다말고, 마더보드가 흔들거리는 상태에서 빼도박도 못하고 박혀버렸습니다. 한 녀석은 왼쪽 1번처럼 못 머리가 분리되어버렸습니다. 더 큰 문제는 케이스 구멍의 나사 홈이 닳았는지 오른쪽 3번이 케이스에 박혀 헛돕니다. 그래서 마더보드를 고정도 못하고, 다시 뺄 수 도 없는 상태가 되었네요... 집게로 나사 머리를 잡고 잡아당기길 한시간... 손은 집게에 집혀서 피멍이 들고... 결국 무한도전 토토가3가 거의 끝나갈 무렵 겨우 빼는데 성공합니다... ㅠ.ㅠ
난관2: 날씨
기존 나사로는 마더보드를 고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인터넷으로 마더보드 고정나사를 따로 파는지 알아봅니다. 파는군요! 한 50개씩 파는군요. ㅠㅠ 아마존에서는 컴퓨터 본체에 들어가는 여러 종류의 나사들을 묶어 $10에 팝니다. 익일 배송비 역시 $10. 너무 비쌉니다. 집에서 12마일(19km) 떨어진 컴퓨터 대형 매장 Microcenter를 찾아가서 사오기로 결정합니다.
종일 집에 있던 애들도 밖에 나간다니 좋아서 따라 나섭니다. 가족이 다 같이 가게 되었으니 미니밴이 나섭니다. 그런데 눈이 오고 있었네요... 그리고 해가 지고 있네요... 운전해서 집을 나섰는데, 길에 슬러쉬가 쌓여있습니다. 분명 핸들을 꽉 잡고 있는데 차 방향이 좌우로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 불안합니다. 집 앞의 작은 언덕 앞에 도착했는데, 앞의 차가 유턴을 하네요. 왜저러지?
왜그러는지 곧 알게됩니다. 언덕 중간 즈음에서 우리차도 못올라 가고 바퀴가 헛돕니다. 미니밴 사기위해 팔아버린 S사의 4륜구동 아웃백이 그리워지던 순간입니다. 결국 우리 차도 유턴해서 20분만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디 멀리 나가는 줄 기대하던 만 3살 아이는 차에서 집에 안들어가겠다고 소리소리지르며 울고...
난관3: 서로 다른 규격
다음날 일요일에 Microcenter는 11시에 문을 엽니다. 다행히 아침부터 온도가 좀 올라 눈은 잘 녹고 있습니다. 역시 집이 지겨운 아이들을 태우고 가서 적당한 걸 하나 사옵니다. 플라스틱이라 진동도 좀 잡아줄 것 같고, 그냥 끼는 형식이라 설치도 쉬울거라 기대해봅니다.
가격이 좀 후덜덜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동네 구멍가게가 사라지고 대형매장만 남은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잠깐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순조롭게 저 하얀 플라스틱을 케이스에 고정하고 마더보드를 끼울려고 하는데... 저 위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아시겠지만, 하얀 애가 키가 좀 더 크네요. 그 큰 키가 불러온 파장...
마더보드가 전체적으로 올라오면서, 예쁘게 가려지지가 않습니다.
다음에 컴을 바꿀 5-10년 후에는 케이스까지 다 바꿔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난관4: 부주의로 인한 실수
소포상자를 뜯은지 대략 30시간이 지난 시점에 드디어 전원을 넣어봅니다. 그런데 삐~~ 삐~~ 삐~~ 하는 소리가 나면서 화면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마더보드 설명서를 찾아봅니다. 삐 소리가 길게 3번 나면 메모리를 다 빼고 하나만 껴서 시도해 보라고 되어있습니다. 전 메모리가 1개밖에 없지만 아무튼 뺐다 다시 껴 봅니다. 역시 같은 소리가 나고 화면이 안나옵니다. 다시 자세히 들어보니 삐~~~~ 삐~~ 삐~~ 입니다. 그러면 그래픽카드를 빼고 해보라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래픽카드를 아예 설치도 안했습니다...
불현듯 떠오른 불길한 생각. 부랴부랴 라이젠 씨퓨를 검색해봅니다.
이런 바.보.
라이젠에는 내장 그래픽이 없습니다. 정말 이러리라곤 꿈에도 생각치 않았습니다. 암드 하면 뛰어난 내장그래픽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근 1년 가까이 파코즈를 멀리했더니 이렇게 되는군요. 하지만 정말 다행인건, 원래 이러려고 산건 아니지만 그래픽카드를 하나 샀단 사실입니다. 일단 끼고, 다시 해봅니다. 화면이 나오는 군요. 휴...
난관5: 주인장이 알아서 해야하는 우분투
리눅스 시스템은 윈도우즈와는 달리 하드웨어에 제한이 없습니다. OS하드만 들고 이 컴 저 컴 왔다갔다 해도 문제없이 쓸 수 있습니다. 너무 최신 하드웨어만 아니라면요...
전에 암드 내장그래픽 시스템에서 인텔 내장그래픽 시스템(현 HTPC)로 잠시 바꿨을 때도 문제없이 실행되던 Xu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외장그래픽이라 그런건지 로긴 화면이 안나타나고 깜깜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우분투 선택 화면에서 Recovery모드로 들어가니 이게 또 잘 되네요. 결국 Recovery모드로 우회해서 들어간 후 재빨리 Nvidia 드라이버를 설치합니다. @deep-root님의 Ubuntu 환경에서 쉽게 그래픽 카드와 CUDA를 설치하는 방법로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자 이제 다 되었을까요?
아니었습니다.
신나게 이것 저것 하면서 새 시스템의 빠른 속도를 즐기던 중 갑자기 인터넷이 안됩니다. 처음에는 이유도 모르고 Restart재부팅 했습니다. 그런데 10분을 못가더군요. 다음에는 메뉴에서 "Disable Ethernet" 하고 다시 "Enable Ethernet"하니까 또 금방 됩니다. 구글에서 "Ubuntu network unstable" 검색해봐도 별 소득이 없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마더보드의 랜 드라이버에 생각이 미칩니다. 그래서 제조사 MSI의 홈피를 가봤는데, 리눅스용은 드라이버가 없네요. ㅠ.ㅠ 결국 구글신의 도움을 받은 결과 Realtek의 리눅스용 드라이버를 직접 설치하기로 합니다. 참고: How To get your Realtek RTL8111/RTL8168 working (updated guide)
sudo apt-get update
sudo apt-get install r8168-dkms
다행히 이후 별 문제없이 돌아가네요.
이후 CUDA 설치랄지, ccminer 설치랄지 삽질이 몇 개 더 있지만 이부분은 업글이 아니라 채굴 쪽이므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길고 긴 업글은 마무리가 되어갑니다...
와 고생이 많으셨네요. 그래도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 ㅎ
다 제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불평도 못합니다 ㅎㅎ
전 최근에는 직접 조립하는 건 포기했어요. 그냥 노트북이면 충분합니다. 삼지어는 구축했던 개인서버도 와이프가 쓰다 교체한 샌디 노트북으로 교체 했어요. ㅋㅋ 인텔이 놀았더니.. 데탑이 필요없어졌어오~~
(겜은 포기했습니다. ㅋ)
전 원래 겜을 안해서 그래픽 카드를 산 적이 없었죠. 올해 전까지는요 ㅋㅋ
노트북이나 화면 큰 일체형이 깔끔하긴 하죠. 클라우드로 다 올라가는 추세기도 하고..
어우 그래도 잘 마무리되었네요 ㅋㅋ 저는 엄두도 안납니다
네 마무리 되어서 다행이에요~
저의 일종의 취미생활이죠 ㅎㅎ
전 컴맹이라 글의 반은 이해를 못하네요 ㅎㅎ
새달걀은 세일이나 할인도 많이 하더라구요, 아멕스 카드와 연계해서요~
눈 오는 지역은 스바루가 최고라던데 진짜 그런가보네요...
예, 예전 아웃백 시절에는 웬만해선 거칠 것이 없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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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 셋업할 때 항상 시행착오를 많이 겪게 됩니다 ㅠㅜ 이렇게 중간중간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공유해주시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되더라구요! ㅎㅎ 언급해주셔서 감사하고 리스팀하고 갑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하죠. 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었기에 언급한 것 뿐입니다. ^^
우와... 새달걀이라던지 뭔가 생소한 단어가 보이더니;
해외 사시는 거였군요!
예전에 잠시 그레이 하운드 타고 메릴랜드 지나간 적은 있습니다 ㅋㅋㅋ
저는 윈도우 피씨 조립까진 해봤는데 리눅스는 엄두도 안나더라구요
대단하세요. 새 컴퓨터 확보하신거 축하드립니다 ^^
DC-뉴욕 지나가셨나요? ㅋㅋ
윈도 라이센스 가격이 비싸지는데 암흑판은 점점 구하기 힘들어 결국 넘어왔는데, 우분투는 윈도랑 큰 차이 없어요 (디테일이 좀 부족하긴 하죠 ^^)
애틀란타에서 뉴욕까지 18시간이었던가요... 그렇게 지나갔죠. ^^
아무래도 1PC로는 한국에선 그냥 윈도우 쓰는게 맘편한 것 같습니다 ㅎㅎ
아니, 그정도 거리는 비행기를...
18시간의 버스여행이라...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네요
가보지 않은 자의 만용이랄까요?
그것보다 일정을 급하게 잡다보니 표값이 너무 비싸더라구요 ㅋ
진짜 어쩔 수 없는게 아니라면 절대 안탈겁니다 ㅋㅋㅋ
슈퍼컴 만드셨네요^^ 축하드립니다
DareamBox 도 알게 됐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네, 어찌어찌하여 시간과 노력은 많이 들었지만 결국 가성비 괜찮은 컴이 나왔네요.
@palos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