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취업 한 곳은 카드사였는데 대학을 입학하면서 부터
너무너무 가고 싶었던 업종이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그 이유를 생각하면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가장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데이터가 모여 있는 곳이
카드사이고 그 정보를 기반으로 한 회사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큰 비젼과 미래가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거 같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카드사에 취업을 했고
재미 있게도 입사 1년만에 카드 대란이 일어 났다.
카드 대란은 카드 발급수량을 늘리기 위해 신용이 안되는
친구(?)들에게도 무분별하게 카드를 경쟁적으로 발급 하고
카드 사용 대금이 제때 회수 되지 못하면서 회사의
자금 유동성이 막히는 사태로 이때 이제 막 1년 차를 때고
2년차가 된 난 생각치도 않은 한 계열사의 구매팀으로
전출을 가게 됐다. 이때 꽤나 절망 했던 거 같다.
그래서 아직 신입을 때지도 못한 내가 이직을 결심하게 됐고
우연히 학교 취업게시판에서 보고 지원한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디지털 광고 업종을 처음 경험해 보게 됏다.
그 이후로도 여러 회사를 거쳤지만 결과적으로 이 업을 15년째 하고 있다.
다행이라면 내가 이 업이랑 꽤 잘 맞다는 점이고
불행이라면 내가 이 업을 하면서 안해도 될 경험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나름 이 일을 오래 하면서 남들보다 많이 알지는 못해도
남들 만큼은 잘 알고 있다고 자부 하면서 살았는데
요즘 블록체인 기반의 광고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내가 이 업을 제대로 잘 이해하고 있었던가 하는 의문을 수없이 반복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광고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 막연히
탈 중앙화, 신뢰가 필요 없는 거래, 토큰 거래 등이 생각난다.
처음 위블락을 하면서 난 이 구조의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방식으로 적용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단순히 프로세스의
변화라고 생각한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거 같다.
하지만 위블락 백서를 작성하면서 내가 지난 15년간 디지털 광고 사업을
경험하고 실행한 것이 과연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매우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디지털 광고.. (뒤에 광고라고 정의한 키워드는 모두 디지털 광고로 한정한다.)
광고는 어떤 목적을 달성 하기 위해 참여자를 모으기 위한 행위를 의미 하며
그 의미는 결국 광고에 참여하는 사용자에 의해 그 가치를 가져 간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만들었던 광고는 광고주의 광고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 여기서 효율이라 함은 광고주가 납득할 수 있는
최대의 광고비를 소진 시키는 목적으로 상품을 만드는 것이였다.
단편적으로 모바일 광고에서 많이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광고를
수없이 기획하고 만들었지만 단 한번도 사용자가 왜 광고에 참여 해야
하는지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참여를 높이기 위해선 사용자의 시선을 끄는 자극적인 소재나 문구를 사용하고
사용자에게 남아 있는 관심사 정보나 데모/지역 타켓팅을 적용 했다.
그러면 광고 효율은 조금 올라가고 이는 곧 광고주의 만족도를 의미하고
다시 광고비로 추가 소진을 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법 외에도 DSP간에 경쟁을 유도 하기 위한
ADX, RTB, SSP등의 Programmatic Buying 기법들이 흔히 사용 되면서
광고주가 납득 할수 있는 수준의 최대 광고비를 소진 시키기 위해
디지털 광고는 끊임 없이 노력한다.
근데.... 나도 스스로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은
사용자는 서비스가 가져와야 하고 서비스가 가져온 사용자를
광고 담당자들은 PV, UV, DAU 등으로 산정 하고 일방적으로
광고 전달을 강요한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요즘 디지털 광고에서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관심사 정도를 수치화 하거나 지역 정보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전달 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그 정의 역시 광고주 사이드에서 이루어 진다.
내가 지금 핸드폰을 구매 하려고 정보를 찾고 있다고 가정 하고
그 핸드폰을 구매 했다면 다음날에도 이 사용자는 핸드폰에 관심 있는 사용자 일까?
디지털 광고에서는 흔히 이런 유저를 리타켓팅 하거나 핸드폰 관심 유저로
묶어 지속적으로 관련 광고를 내보낸다. 하지만 이 사용자에게
핸드폰을 교체 할 향후 1~2년간은 핸드폰에 크게 관심이 없을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클릭당 10원에서 몇 십만원까지 경쟁을 통해 광고를
노출 할 경우 그 가치 상승에 대해 사용자에게는 그 어떠한 보상도
제공 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만들어 내는 광고비의 가치는
매체나 중계자들의 수익을 만들어 이들을 유지 하게 만든다.
(재미 있는 건 사용자에 따라 발생 하는 광고 소진 가치도 다르고
한명의 사용자가 동일한 광고에 참여 하면서 발생하는 광고 소진
가치도 다르다.)
하지만 매체나 중계자는 광고주의 광고비를 보고 움직이기 때문에
결국에 사용자 보다 광고주를 더 우선할 수 밖에 없다. 아니 광고비를
기준으로 합리적이라는 선에서 최대한 소진을 시켜야 만 한다.
우린 이런 광고 시장에서 살고 있다.
근데 왜 한번도 이 시장이 이상하다고 기울어진 시장이라고
내가 참여한 가치를 왜 중개자나 매체가 모두 가져가야 하는건지에 대해
어떤 의문도 제기 하지 못했던 걸까?
그건 기존 시장이 그래왔기 때문일거다.
소수의 주주에게만 부가 몰리는 이익 실현을 우리는 당연히 생각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대가로 우리는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우리의 경제적 가치를 일방적으로 제공 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런 생각은 위블락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여전히 광고주 입장에서 최대한의 광고비를 뽑을 수 있는
합리적인(?) 광고 플랫폼을 기획 하고 있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