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5년 전, 처음으로 방문한 캐나다는 도착하자마자 블랙아웃!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도러블이에요:)

추억에 잠겨 일기장을 읽는데 뭔가 툭 떨어지더라구요. 알고보니 2013년 겨울에 썼던 일기들이었어요. 저는 그때 3개월정도 캐나다 토론토에 있었거든요. 그땐 지금의 일기장이 없어서(네 저는 가능한 꾸준히 일기를 쓰는 어른이에요ㅎㅎ), 다른 노트에 썼던 일기를 뜯어서 이쪽에 옮겨놨었던 모양이에요. 2013년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글씨체부터가 많이 달라졌네요. :)

KakaoTalk_20180106_203812438.jpg

저는 캐나다에서도 불닭과 파닭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제가 토론토로 떠나게 된건 그곳에 친척이 살고 있어서였어요. 얼굴도 볼겸, 영어공부도 할겸 방학 동안 잠시 다녀오게 된 거였죠. 저 혼자서 비행기를 타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정말 떨렸어요. 뭔가를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편이었거든요. 잔 걱정도 많았고요. 혹시 짐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입국심사에서 탈락하진 않을까... 14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며 수시로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답니다^^ 이때의 경험 덕분에 그 다음해 또 토론토에 가게됐을 때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다녀올 수 있었어요.

DSC00952.JPG

공항에 도착하자 고모와 친척언니, 동생이 모두 마중을 나와 있었어요. 십 년이 넘도록 보지 못한 사람들인데도 본 순간 무척 안심이 되더라구요. 낯선 타지에 아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처음으로 내려서 바라본 캐나다는 눈의 왕국 같았어요. 온통 새하얀 눈투성이더라구요. 저는 추운걸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모집으로 가는 내내 무척 신이 나있었답니다.

그때의 저는 알지 못했었던 거죠...
무시무시한 토론토의 신고식을...

무시무시한 신고식! 블랙아웃

당시 배터리가 나가서(...) 찍어둔 사진이 없네요. 그러니 기념품샵에서 찍은 심술맞고 귀여운 루돌프 인형으로 대체하겠습니다

DSC00228.JPG

재밌게도 제가 집에 도착하고, 바로 이틀 뒤에 토론토에 블랙아웃이 찾아왔어요. 갑자기 그날 내내 폭우가 내리더니 결국 토론토랑 GTA 도시들이 모두 정전된 거였죠.

#블랙아웃?
'일시적으로 전기수요가 폭증해 공급능력을 뛰어넘을 때 발생하는 전체적인 동시 정전상태'입니다

심지어 그때 토론토의 날씨는 -20도 이하였어요. 숨을 쉬면 콧털이 얼어붙었다가, 그 안에서 녹아내려서 콧물처럼 콧구멍으로 흘러내리는 날씨였죠(아직도 생생한 감각)... 그런데 전기가 모두 나가서 난방을 킬 수가 없었답니다.

덕분에 저는 도착하자마자 집에서 외투를 입고 지냈어요. 밤에는 촛불을 켜뒀지요.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록 불은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문제거리들이 늘어났지요. 일단 수도가 막혀서 씻을 수 없었고, 냉장고 전력이 나가 안에 있는 것들을 대부분 꺼내서 빠르게 처리해야만 했어요. 핸드폰 배터리도 충전할 수 없었죠. 무엇보다 물이 내려가지 않는 변기....이건 너무나 큰 문제였어요!

고모네와 저는 집에서 무려 이틀을 버텼지만... 토론토는 여전히 깜깜하기 그지없었어요.

일주일간의 블랙아웃

네. 무려 일주일동안의 블랙아웃이었어요!
토론토는 자주 블랙아웃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의 블랙아웃은 언니도 처음 겪어본다고 하더라구요. 친척언니는 저한테 무척 미안해했어요. "오자마자 이러다니 토론토가 후져서 미안해 ㅠㅠ" 하면서요. 그래도 저는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진심으로 그 상황에서 일말의 짜증도 나지 않았답니다. 신기한 일이죠. 한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또 달랐을 텐데, 그때의 저는 여행객 마인드를 갖고 있었던 거에요.

어떤 상황이 닥쳐도

"뭐, 언제 또 이런 일을 겪어보겠어!"

하면서 넘어간다는 바로 그 여행객 마인드요^^

그래서 저에겐 아직도 이 일이 무척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어요. 토론토가 정말로 제대로 저에게 신고식을 해준 셈이죠^^

마침내 집에서 탈주했는데, 엘레베이터가 운영되지 않아서 이십 몇층을 계단으로 내려가야만 했던 일이나, 핀치(당시 제가 있었던 곳이에요)를 벗어나면 물은 나온다는 말에 몇 키로미터나 떨어진 고모네 가게에 걸어가서,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았던 일. 넷 다 기름지고 시커먼 얼굴을 해가지고는 중국 음식점에 앉아 볶음밥 먹던 일... 그러다가 마주보고 너무 못생겼다고 웃었던 일...ㅋㅋㅋ 정말로 전부 얼마 전 일처럼 생생하네요.

이런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해요. 돌아보고나면 다 좋았던 추억이 되잖아요.

DSC00190.JPG

심지어는 엄청난 추위를 뚫고 나이아가라 폭포에 갔는데, 안개가 너무 껴서 아무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날까지 말이죠. 친척언니가 저 너머에 미국이 있다고 했지만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던... 그런데 지금 생각해도 전혀 아쉽지 않아요. 맑은 날씨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다음에 또 보면 되니까요^^

DSC00181.JPG

아니면 그날 맛있는 걸 먹었기 때문인가...?

그 다음해에 저는 또 겨울에!!! 토론토에 갔지만 이번에는 블랙아웃은 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뭔가 제가 처음으로 토론토를 방문했던 그 해가 참 특별하게 느껴진답니다. 하지만 다음에는 꼭 여름에 가고 싶어요... 겨울 캐나다는... 이제 그만!!!!! ^^

여름의 캐나다여~ 날 기다려줘~

Sort:  

도러블님 안녕하세요!
저도 처음 비행기 탈 때 여러 걱정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
블랙 아웃 저는 진짜 경험해보고 싶은데 부럽습니다.

앗 정말요? 그렇다면 ryanhan님께 블랙아웃의 축복을 내려드릴게요(?)
꼭 블랙아웃을 맛보실 수 있길...!! 뾰롱

ㅋㅋ이제 저도 캐나다만 가면 되는건가요?
감사합니다!

우와 캐나다라니 ㅎㅎ 완전 부러워요!! 저는 아직 해외를 많이 경험하지 못해서 입국심사라는 것 또한 해본적이 없는데 그거부터 엄청 걱정될거같아요!! 저도 언젠간 캐나다에 여행하러 가는 날이 오겠죵 ?! ㅎ

당연하죠! :D 개인적으로 캐나다는 꼭 여름에 가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추워요 ㅠㅠ
입국심사 받을 때 통역관을 부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뒤늦게 안 사실이네요 ^^:;

블랙 아웃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그런의미에서 7데이 블랙앤화이트 챌리지에 도라블님을 지목했는데 이쁜 사진 올려주시겠어요!? ㅎㅎ

네 지목 감사해요^^ 챌린지 함께 해서 기뻐요!

다시없을 기억이네요;; 그래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하신다니 대단하신거 같아요.

한국엔 이런 일이 없으니 신기하고 그랬어요:D 추억으로 남아 더 즐겁게 느껴지네요

ㅋㅋㅋ 일주일동안 난민체험 진하게 하셨네요
나름 큰 도시인데 어떻게 일주일씩이나 블랙아웃이 나는지 정말 신기하네요

그러니까요 ㅋㅋㅋ 저도 너무 놀랐던...
그래도 한때의 추억으로 남았네요:D

글씨체 넘 이쁘시네요^^
그리고 캐나다라니,
꼭 한번 가고픈곳,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여름에 가시면,
도깨비 나온 곳 가시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