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시경은 참 어렵고 그래서 완벽하기 어려운 검사입니다.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DrTanzania 입니다.

전 대학병원에서 내시경으로 먹고 사는
소화기내과 의사입니다.
하루에도 많은 위/대장 내시경을 하고 있죠.

대략 10 여 년 전 제가 전공의 시절에만 해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분들이 적었지만
요즘은 1-2 년 간격으로 위 내시경을 받는 분들이 워낙 많아지셨고
(국내 모든 의료 기관에서 연간 행해지는 내시경이 400 만건 정도됩니다)

이에 따라 위암 같은 경우는 워낙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말은 의사 입장에서는 진단해야하는 위암의 크기나 특징 자체가 더욱 작고 불분명해 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의사의 역량에 따라 위암의 진단율이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또 내시경 당시의 환경에 따라 위암의 진단율이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뜻이죠.

위암이 있을 때 내시경으로 위암을 진단해 낼 확률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 70%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의사에 따라 90% 까지 올라가기도 하고 형편없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또한 불량한 내시경 기계, 검사 받으시는 환자분의 비협조 (움직임이 심하거나, 구역질이 심하거나, 트림이 심하거나, 호흡이
가쁘거나) 에 따라 형편없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만약에 소화기 증상이 있어서 위내시경을 받고 치료를 받았는데도 증상이 반복된다면
한 번의 위내시경 검사를 너무 신뢰하지는 마세요.

좋은 의사 + 좋은 장비 + 훌륭한 환자 협조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게 쉽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 진단한 위암 사진을 한 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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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래에 은색 기계의 폭이 2mm 정도 됩니다.
검사 중에 빨간 색으로 표시된 아주 작은 2mm 크기의 손톱 모양 하얀 흉터가 보여서
완전 근접해서 관찰을 해보니 검은색으로 표시한 영역에 위암이 있더군요.

만약 제가 2mm 크기의 저 작은 흉터를 무시했거나 기계가 안좋아서 화질이 나쁘거나
환자분이 구역질, 트림, 움직임이 심했다면 절대 위암 진단을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아마 이번에 놓쳤다면 2 년 뒤에 진행된(어쩌면 매우 나쁜 상태의) 위암으로 진단을 받으셨겠죠.

소화기 증상이 있다면 좋은 의사분 만나서 진료 잘 받으시고 적절한 치료에도 반응이 없다면
내시경 재검 받는 것도 여유있게 생각하세요.

위 내시경 검사를 잘 받기 위한 팁을 써봅니다.

  1. 경험 많은 소화기내과 선생님을 만나자.

내시경 기계의 조작법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깨 너머로 배워도 하루, 이틀이면 기계의 기본적인 조작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일주일 정도면 혼자서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할 정도로 익숙해 질 수도 있죠.

하지만 내시경 검사의 목적은 내시경 기계를 환자 입에 넣었다가 꺼내는게 아니죠.

검사의 목적은 숨어 있는 이상 소견을 찾아내고

이런 이상 소견을 정확하게 글로 표현해 판독하고

이런 판독을 근거로 가능한 진단명을 추려내고

그에 따라 적절한 진단, 치료의 방침을 세우는 거죠.

또한 검사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이상 반응, 검사 기계의 오류도

즉가 즉각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기계의 조작법을 배우는 것과 달리 이런 능력은 하루 아침에 얻어지지 않습니다.

대학 병원에서 교수님들의 매서운 감시 하에

매일 매일 이루어 지는 내시경 훈련과 컨퍼런스를 통해 서서히 서서히 만들어 지는 거죠.

  1. 금식은 철저히

내시경 검사는 시야 확보가 아주 중요한 검사입니다.

음식물이 남아 있으면 관찰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부족할 수 있고

검사 시간이 굉장히 길어져 의사와 환자 모두 힘들 수 있습니다.

색깔 있는 음료수도 주의하셔야 합니다.

투명한 액체와 달리 검사할 때 시야를 심각하게 방해합니다.

  1. 수면 내시경이 만능은 아니다.

병원에서는 "의식하 진정 내시경" 이란 용어를 강조하지만 아직 "수면 내시경" 이란 표현이

사람들에게는 더 익숙합니다.

실제 검사를 할 때 환자를 완전히 재우는 일은 잘 없지만

약의 효과 때문에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 일어나면서 환자들은 "검사 중에 잠을 잤다" 라고 곧잘 생각하게 되죠.

"수면 내시경" 검사는 환자를 완전히 재우는 검사가 아닙니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검사를 편안하게 받을 수 있게 진정을 시켜서 진행하는 거죠.

그래서 "의식하 진정 내시경" 이라고 의사들은 부릅니다.

많은 환자들이 "의식하 진정 내시경"을 편안하게 받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일부 있습니다.

의식이 저하된 상태에서 호흡을 제대로 못하거나 트림을 너무 많이 하거나 침이 넘어가서 기침을 하거나

또는 몸부림을 심하게 치는 분들도 있죠.

이런 경험이 있는 분들은 무리하게 의식하 진정 내시경을 하는 것보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내시경을 해보는 것도 한 번 시도해 볼 만 합니다.

훨씬 편안하게 검사를 잘 마치고 가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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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