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고 있는 코르셀레스-레스-아르트(Corcelles Les-Art)는 본(Beaune)에서 남쪽으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다. 부르고뉴의 광활한 지역을 모두 커버할 수는 없으므로 (사실 그럴 필요도 없고) 우리는 D974도로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며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가기로 계획을 잡았다.
(통신 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 와인 사진은 대표 한 장으로 대신 합니다)
#뫼르소 (Meursault)
처음 방문지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뫼르소 (Meursault). 마을 중앙에는 성당과 연못이 있고 바로 옆에 카페와 상점이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카페에는 느리게 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동네 주민과 말없이 물끄러미 주변을 훑어 보는 노인이 있을 뿐이다. 낯선 동양인이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신기한 듯 내게 와서 말을 거는 카페 청년은 참 건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곳에서는 시간이 참으로 천천히 흐를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매일 매일이 비슷하니 문득 깨어보면 훌쩍 세월이 지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의 법칙에 따라 느리게 동네 구경을 하고 와인밭 몇 곳에서 사진을 찍었다. 화이트 와인의 명소 답게 포도밭에는 청포도가 많았다.
본 로마네 (Vosne-Romanee)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마네 꽁티가 있는 지역이다. 물론 나는 결코 마실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포도밭중에서 로마네 꽁티 밭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지도를 보고 좁은 길을 구비 구비 달린 이후에 겨우 찾을 수 있었다. 로마네 꽁티는 테이스팅 룸을 운영하지 않았다. 하긴 워낙 소량 생산하니 그럴 법도 하다. 표지석도 밭을 표시하는 클로, 돌담에 로마네 꽁티라고 새겨 넣았다. 밭에 들어오지 말아 달라는 안내 문구와 함께. 화려한 장식 없이도 충분히 존재감을 발휘하는 엄청난 자신감이 부러울 뿐이다.
#부조 (Vougeot)
클로 드 부조는 부르고뉴 지역 와인을 밭 단위로 나누고 테루아의 개념을 정착시켜 와인 체계화에 영향을 끼쳤다. 수도원에서 와인밭을 다량 소유하게 되었고 같은 지역이라도 밭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좋은 와인밭을 돌담(클로)을 쌓아 구분했다고. 현재는 80명 와인밭 소유자들이 연간 22만병을 생산해내고 있다.
#샹볼 뮤지니 (Chambolle Musigny)
내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신의 물방울에 보면 샹볼 뮤지니에 대한 묘사가 근사하게 나온다. 그래서 가고 싶었나보다. 발음도 멋지다. 샹볼 뮤니지! 부조 마을 옆에 자리잡고 있었다. 도멘이 몇군데 있었지만 시음하는 곳은 아니었다. 그 곳 사람들에게 물었으나 마을에 테이스팅 룸은 없다고. 밭을 지나다 포도 한 알 따먹었다. 작은 포도알이 그렇게 달고 과즙이 풍부할수가 없었다. 언젠가 식탁에서 만나자꾸나! (적금을 들어서라도 샹볼 뮤지니 2018을 구해서 먹어봐야 겠다)
쥬베르 샹베르탕 (Gevrey Chambertin)
부르고뉴에서 마을단위 와인 생산지 중에서도 규모가 있는 지역이다. 도심도 꽤나 커서 겨우 테이스팅룸을 찾을 수 있었다. 세가지 종류를 시음했는데 그야말로 테루아를 맛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전적으로 아마추어인 내 느낌으로 피노느와는 밝은 맛과 서늘한 맛으로 나뉜다. 밝은 피노는 과일향이 풍부하고 와인에서 짱짱한 햇빛이 느껴진다. 향은 풍부해도 맛은 대체로 직선이다. 반면 서늘한 피노는 허브향이랄까, 미네랄 맛이랄까 익숙치 않은 씁쓸한 향이 난다. 무게감만 좀 있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모르긴 몰라도 이런 맛을 부르고뉴 피노의 특징으로 인정해주는 것같다.
시음한 세 종류는 밝은 맛 서늘한 맛 두가지의 밸런스가 잘 잡힌 맛으로 개성이 뚜렸했다.
돌아다니다가 점심은 부조 마을 동네 식당에서 먹었는데 와인을 병입한 것을 따주는 게 아니라 그냥 병에 담아준다. 아, 동네 양조장에서 막걸리 주전자에 내주는 그런 느낌. 나 정말 와인 만드는 고장에 왔구나..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낯선 동양인을 신기하게 바라볼정도로 한국인 관광객이 없는 동네군요^^. 사진이 한적해 보여서 좋아요.
예. 한국 사람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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