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탈중앙화 네트워크에는 경제학이 필요하다 - 암호경제학 (Cryptoeconomics)의 시대

in #kr7 years ago (edited)

이론(Theory)을 배워도 적용(Application)하기 어려운 경제학


경제학은 대학에서 항상 인기 과목이다. 경제학과를 주전공/복수 전공하는 학생들도 많고, 경제학 전공 수업들을 보면 대형 강의실이 꽉꽉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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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막상 경제학 이론을 열심히 배우면 한 가지 아쉬움이 생긴다. 아무리 경제학 이론에 빠삭하더라도 배운 것을 가지고 직접 경제 정책을 만들거나 시도해볼 수는 없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내 나름대로 웹사이트를 만들어보거나, 경영학을 배웠으면 자신이 그 지식을 바탕으로 사업을 해볼 기회가 있는 것과 달리, 경제학 이론은 실제로 그것을 적용/발전시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의 규칙과 제도를 대부분을 결정하는 것은 국가이기 때문이다. 내가 경제 정책을 직접 디자인해보려면 정치적 권력이 있어야 한다. 관계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되든지, 국회의원이 되든지 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규칙과 제도를 결정하는 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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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도 소수이고, 들어가더라도 거기서 수십 년을 일해야 실제로 어떤 국가 경제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갈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제학과 졸업생은 ‘경제학 이론‘을 전혀 쓰지 않는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경제학이 삶에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 이론의 특성상, 실제로 경제 정책이나 제도를 적용하고 시행착오를 얻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암호경제학과 토큰 이코노미의 등장


하지만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상황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은 언론고시를 통과해야 기자, PD가 되어 미디어 관련 일을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미디어는 몇몇 신문사와 방송사들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 블로그, 유튜브가 등장하고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누구나 미디어가 되어 세상에 콘텐츠를 뿌릴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어떤 파워블로거들은 신문사보다 더 큰 힘을 가지기도 한다.

경제학을 배운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사회의 경제 구조와 제도를 설계해보는 것은 매우 소수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게임 체인저(Game-changer)가 등장했다.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 내에서 누구나 자신이 생각하는 경제 구조와 제도를 적용해 볼 수 있는 세상이 왔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하나의 작은 경제이자 사회다.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개발자들은 단순히 프로그래밍을 통해 기술적 부분을 구현해 내는 것 외에 다음과 같은 것들을 결정해야 한다.

  • 토큰의 발행량은 얼마 정도로 하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 보상(토큰)은 어떤 참여자에게 어떤 기준으로 줄 것인가?
  • 특정인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 어떻게 하면 인센티브를 통해 참여자들이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도록 유도할 것인가?

이것들은 컴퓨터 엔지니어링의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경제학이 연구해온 사회과학적 문제다. 통화정책/분배 정책/미시경제학/게임이론/행동경제학 등의 영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있다.

이미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 영역을 ‘암호 경제학(Cryptoeconomics)’이라고 부르고 있다. 암호경제학이란 간단히 말해 네트워크의 모든 참여자들이 자율적으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할 때 최적의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일을 말한다.

암호경제학에 대한 좋은 소개글. (좀 아카데믹하긴 하지만)
The Blockchain Economy: A beginner’s guide to institutional cryptoeconomics

암호경제학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핵심 요소다. 이 구조를 제대로 설계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성공과 실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설계할 때 경제학 기반을 가진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더리움 다음 버전(Casper)의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멤버 중 한 명은 수석 경제학자(Cheif economist)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Hashed People: 이더리움 파운데이션의 경제학자, Jon Choi가 말하는 크립토 경제학의 세계


누구나 새로운 경제 구조/정책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세상


쉬운 말로 하자면 ‘앱’에서 경제학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왔다.

특정 기업이 통제하지 않으면서도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네트워크(앱)를 만들려면 암호화폐 기반의 경제 시스템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경제 이론을 역사적 사례로만 배우지 않고, 직접 실행하고 적용하면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들을 보면 참신한 화폐 제도, 경제 정책을 도입한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 심지어 암호화폐로 글로벌 기본 소득을 실현하려는 프로젝트까지 있다. 어떤 것들은 말도 안 되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제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어쨌든 결국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디지털 기반이다. 정치제도와 물리적 한계에 제한받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과 달리, 블록체인 기반의 경제 시스템은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경제 정책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된다. 여러분이 비트코인의 화폐 정책이 마음에 안든다면, 포크해서 코드를 바꾼다음 배포할 수 있다.

혁신은 바로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다. 앞으로 몇십 년 뒤에는 경제학 교수님들이 수업 시간에 앞으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의 경제 제도와 정책에 대해서 가르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앞으로 수많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을 구현할 수 있는 개발자 외에도, 블록체인 내부의 경제 시스템을 개발할 사람을 구하느라 난리다. 산업이 너무 빨리 크다 보니 암호화폐의 경제 구조를 이해하는 경제학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올라가고 있다.

경제학을 써먹고 싶은 경제학도라면 정말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격 차트를 분석하라는 말이 아니다. 블록체인으로 어떻게 자율적으로 돌아가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 알고,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가가 되자. 암호경제학자(Cryptoeconomics)는 앞으로 가장 핫한 직업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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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정독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많이공부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