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동네를 걷고 또 걸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사이를 비집고 들어섰다. 별다른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시 한쪽 귀를 열고 뒤를 돌아보았다. 꼬마 아이가 뛰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한 번 더 외쳤다.
"안녕하세요~!"
처음 와보는 동네에서 그 아이는 나에게 인사를 한 것일까. 그 골목엔 아이와 나 둘 뿐이었다. 그래서 나임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아이의 인사에 약간은 당황했지만 애써 자연스럽게 미소를 띠며 "응, 안녕."이라고 답했다.
나의 어색함을 느꼈을까. 아이는 유유히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뛰어들어가 친구들과 함께 어울렸다. 조용한 동네에 몇몇 아이들의 이야기 소리가 잔잔하게 들려왔다.
동네를 닮은 아이
나는 그 장면을 은근히 곱씹어 보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당차고 밝은 아이의 에너지가 너무나도 강렬했던 것일까.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손에는 슬라임 같은 것을 만지작거리며 뛰어가던 아이의 모습이 어쩐지 자꾸만 생각났다. 왜 나는 별 것 아닌 순간의 기억을 되새겨보는 것일까.
조용한 동네에는 매우 낮은 돌담장이 있었고, 학교는 작지만 밝고 활기찬 것 같아 보였다. 순수하고 건강한 모습이 더 강하고 자유로운 것이라고 느껴졌다. 쉽게 마음이 다쳤던 어린 날의 나는 가져본 적 없는 자연스러운 단단함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것들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고, 자라면서 길러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자유롭게 풀어진 환경에서 자라나며 그것을 만끽하고 있는 듯한 아이의 모습이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아이는 이 동네를 참 많이 닮은 것처럼 보였다.
여기서 살면 어떨까.
로망으로만 살아갈 수는 없으니 섣불리 삶을 바꿀 순 없지만, 가끔 어딘가에 '살고 싶다'라는 감정을 종종 느낀다. 대부분 화려한 도심 속이나 관광지보다는 조용하지만 생기가 흐르고, 소박하지만 초라하진 않은 분위기를 가진 동네였던 것 같다. 이 동네가 가진 기운이 나의 일상을 조금은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되는 곳.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그런 곳들을 마주치게 되고, 그곳에서의 경험은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동안 잔상을 남긴다.
나는 내가 사는 동네와 얼마나 닮아있을까. 실용에 맞게 선택한 주거지를 '동네'라고 표현한다는 것조차 어딘가 아이러니하게 느껴질만큼 나의 동네가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