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진 시.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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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우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6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저자 : 윤동주 '




Photo by S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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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 좋아하는 시중 하나입니다. 감사합니다. 저 육첩 다다미 방에 앉아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밤비가 속살 거리는 저 밤엔 더 외롭지 않았을런지...

조국을 생각하며, 자책감을 가지고 있었을거같아요 .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 구절이 맘에 와 닿네요.
개털님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것 같아요 :)
11일 만에 첫글에 뵈니, 더 반갑습니다 !! ㅎㅎ
명상은 잘 하고 계시죠?

네. 명상은 잘 하고 있는데 fastthinking 님은 잘 지내고 계시는지요?

학교도 다녀야되고, 여러모로 할건 많은데 영양가는 없는 상태네요 ... 😂

엄청 오랜만 이시네요!!

거의 11일만일거에요 .. 😂
잘지내셨나요 ? ㅠ
전 방황의 끈을 끊고 다시 복귀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새벽에 글 쓴건데 인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좋은 시입니다. 윤동주 선생님의 시는 좋다고만 표현하기엔 사실 죄송한 시이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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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스티밋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