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우리가 히어로 영화에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다.
미덕의 승리죠.
히어로는 빌런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고 악의 신념 혹은 목표는 히어로가 추구하는 가치에 의해 분쇄 됩니다.
즉 히어로와 대립각을 세워줄 빌런이 없다면 히어로 영화는 단순한 마이클 베이 무비로 전락하게 됩니다.
마블은 예전부터 매력적인 빌런을 만든다고 호평이 자자 했는데 이번 인피니티 워에서는 요새에는 보기 힘들었던 타입의 빌런인 타노스를 출현시키게 됩니다.
타노스는 확신범 타입의 빌런인데요 우주의 구원이라는 대의 아래 자신의 학살 행위를 정당화 시키지만 결코 그 행위를 즐기지 않고 어떠 면에서 고뇌하면서 슬퍼하는 수도사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압도적인 힘과 의지로 10년 이상 활약해온 히어로들을 손짓 한번에 나가 떨어지는 피라미들로 만들고 있죠.
"생명을 저울질 하지 않는다"가 히어로의 미덕이자 신념 이었다면 타노스는 우주 스케일로 다수를 위해 소를 희생 시키는 캐릭터 입니다. 그리고 히어로들은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할 힘이 없어 타노스에게 패배하게 되죠. 이 차이는 영화 내에서 스타 로드가 가모라에게 방아쇠를 더 빠르게 당겼다면, 완다가 타노스가 타임젬을 얻기 전에 마인드 스톤을 파괴했다면? 이라는 가정을 우리에게 남깁니다. 대를 위한 소의 희생 뿐만 아니라 결단력과 실행력에 대해서도 차이를 보여 줍니다.
스타로드도 완다도 결국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려 했으나 결단력과 실행력이 부족해서 패배한 반면에 타노스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시킬 때 망설임이 없었습니다. 결국 히어로들보다 강한 힘과 신념, 그리고 의지를 지닌 타노스란 캐릭터는 이 영화의 주역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타노스와 같은 타입의 빌런이 서브 컬쳐물에 등장한 적이 없지는 않습니다. 단지 타노스가 더 부각되는 이유는 영화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겠죠. 더불어 맬서스 트랩을 우주 스케일로 믿는다는 점과 압도적인 능력이 기존 빌런들과는 매우 큰 차이점 이기도 하고요.
왜 영화 리뷰라면서 타노스 이야기만 하고 있냐 라고 하실수 있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말한 바와 같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주인공은 타노스 입니다. 사실 이 영화의 타이틀은 어벤져스가 아니라 타노스 라고 붙여도 아무 이상이 없을 정도 입니다. 오히려 그 편이 영화와 더 부합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타노스는 돌아온다'
라는 메세지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 영화는 기존 영화들 처럼 가족 끼리 보기에 좋은,신나는 기존 마블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엔딩이 우주가 반쯤 멸망 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거나 논란거리가 될만한 메세지를 던지지는 않습니다. 맬서스 트랩을 믿느냐 마느냐에 대한 논쟁이 있다 하더라도 그 스케일이 전 우주급인 시점에서, 또한 타노스 본인의 주장일 뿐 어떤 근거를 보여주지않고 있기에 타노스가 옳다 라는 말을 할 여지도 없고요.
그저 "와,타노스 엄청나네" 란 소감만 남겨줄 뿐입니다.
P.S 더불어 번역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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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렇게 많은 주연급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세지를 관객들에게 분명히 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웠습니다.
비록 히어로들 분량의 대량 조정이 있긴 했지만그리고 헐리웃 영화들은 주제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 것이 공식이니까 뭐, 이정도 주제의식을 던져준 것만 해도 충분했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