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추억하는 지난 겨울(1) - 참회 그리고 촛불집회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goodtogreatstock입니다.
지난 겨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나라가 온통 난리가 났었죠. 역사의 현장에 저도 한 몫 단단히 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그 주범들이 다 구속되고 재판을 받고 청산이 되는 만큼, 그 뒷 이야기를 밝히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촛불집회, 최순실 청문회 뒤에 숨겨진 저의 이야기를 간단하기 풀어보고자 합니다. 


참회

그것은 나에게 크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던 일이었다. 아니, 나와는 이제 아주 먼 이야기, 나와는 관련없는 이야기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직 실패로 전업투자자로 나선지 6개월, 나의 온 신경은 주식에만 가 있었다.  매일같이 주식트레이더의 차를 얻어타고 지방에 가서 회사를 보고, 보고서를 써서 팔아 연명하던 하루하루,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방황할 틈도 없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때도 운동권은 아니었으나 운동권 아니냐는 오해를 받았었지만, 증권사 물이 든지 7년째.... 나의 몸은 국가가 망한대도 쉽게 반응하지 않는 몸이 되어있었고, 나의 발은 돈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석상이 된지 오래였다. 당연하게도, 박근혜고 나발이고 당장 먹고사는게 문제인데 어쩌나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할 무렵, JTBC는 국정농단 사건의 중요한 기점이 된 뉴스를 보도했다. 

'최순실게이트의 물증인 태블릿 PC가 발견되었다' 

그랬다. 박근혜는 전 국민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은 전대미문의 무당과 샤머니즘과 결합하여 권력을 사유화한 선진국 최초의 미친대통령이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것을 처음으로 온 국민이 알게 된 것이다. 왕조시대에나 보던 정신병자와 그를 지배하는 무당.... 중국 서진시대의 사마충의 환생을 21C 정보화 시대, 미신이 파괴된 이 시대에 보고야 말았다. 이 얼마나 참혹한 현실인가? 왕조시대에 갖혀있는 사람들의 환상과 죽어마땅한 독재자의 사망이 부른 동정심, 그리고 청산되지 못한 역사.... 내 머릿속은 아주 많이 복잡해졌다. 


뉴스를 보고 든 생각은 두가지였다. 

세월호 유가족을 보고 이제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생각했던 나는 참 개새끼다.  그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간접적으로 짓밟은 것과 다름 없다. 어떻게 이 미안함을 유가족과 희생자들에게 갚을 수 있을까? 그리고 정윤회 문건 당시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던 정윤회, 박관천, 그리고 최경락.... 이 세사람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것을 그냥 넘어갔던 것도 참 개같은 일이다고 생각했다. 

'그래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것은 정의를 떠나 주식이라는 시장을 앞에 둔 현실이기도 했다. 주식은 박근혜의 목숨과 같이 떨어지고 있었고, 시장은 아주 암울 그 자체였다. 어떻게든 저년을 끌어내리겠다는 생각.... 그 생각이 지난 겨울 나를 움직인 동력이었다. 

행동

그러나 나는 무력했고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기껏해야 인터넷에 글을 쓰고 촛불집회에 나가는 것 뿐이었다.  당시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주변인들이 꽤 많았으며, 전 회사사장이 친박핵심중의 핵심인 김재원의 빽으로 사장이 된 된 만큼, 전 직장에 내가 이런 행동을 한다는게 알려져서도 안되었기 때문에 나는 촛불집회에 혼자 나갈 결심을 했다. 집회에 혼자가면 외로운데라며 투덜거리면서도 이제는 행동뿐이라는 생각이 나를 이끌었다. 그런데 3차 집회에 참여하기 전 기적같게도 한 여사친에게 전화가 왔다. 도저히 주변에 같이 가자는 말을 못하겠다며 나에게 같이가자고 했던 그 친구와 함께 11월을 광화문 광장의 찬 바닥에서 4주, 12월에도 1주를 보냈다. 그저 분노를 표출하고, 얼어죽더라도 그 분노를 쏟아내고 말겠다는 의지 아니었을까 싶다. 잘 보이는 자리를 맡기 위해 12시부터 가서 앉아있었던 정성과는 별개로 촛불집회는 너무나 추웠다. 

그녀에게 내가 물었다 

"안 추워?"

그녀가 답했다. 

"추운데 여기서 들어가면 박근혜가 웃을꺼 같아서 그 꼴은 못 보겠다."

괜한것을 물었다. 여기서 철수하면 누가 가장 좋아하겠는가? 너무도 당연한 질문이었다. 

 

내가 즐겨찾던 커뮤니티인 MLB 파크에 촛불집회 후 글을 하나 올렸다. 박근혜를 찢어죽이겠다는 열망과 분노가 뒤섞인 욕설글이었다. 압도적인 추천을 받고 좌측담장 맨 위에 올라갔지만(추천수 1위를 뜻한다.)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정지당했다. 2주동안의 게시물 금지를 받고 나는 다른 커뮤니티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디시인사이드의 주식갤러리에 임시로 글을 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