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27]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4) – 축구를 통해 본 제3세계와 축구

in #kr7 years ago (edited)

축구에서 제3 세계는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를 제외한 지역으로 보통 생각한다. 제3 세계의 축구는 국가에 따라 축구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한국은 '선이 굵은 축구'를 한다. 이는 유럽 출신의 감독이 여러 차례 대표팀을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특성상 남미 축구보다는 유럽 스타일의 축구가 더 맞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가 그렇다고 '유럽 축구 스타일'이라고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한국 축구는 '매운 고추맛 축구'라고 할 수 있다. 고추는 금세 매운맛을 느끼게 한다. 엄청 빠른 것이 한국 축구의 특징이다. 또한 용맹스럽고 투쟁적이다. 매운맛이 위장을 쉽게 헤치는 것처럼 '매운 축구'가 해를 입힐 때도 있지만 지도자(요리사)를 제대로 만나면 맛있는 축구(2002 월드컵 때처럼)를 한다.

그러나 박지성의 은퇴 후에는 용맹스러움이 많이 사라지고 ‘매운 축구’도 실종한 듯해 보인다. 요즘 팬들 사이에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열심히 뛰지 않는다”는 비난이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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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Park Ji-Sung / Date: 10 February 2008, 14:56 / Source: Man United V Man City /Author: Gordon Flood from Trim, Ireland

남의 것을 복사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뛰어난 일본은 브라질 축구를 벤치 마킹했다. 이는 마치 일본 과학이 서양의 과학을 열심히 배워 자기것으로 만든 과정과 비슷하다. 대덕넷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본이 발달한 서양 과학을 접하며 가장 잘 한 것의 하나가 온국민이 과학을 필수 요소를 넘어 충분 조건으로 인지했다는 것이다. 메이지 유신후 구미에 파견된 이와쿠라 사절단은 물론이고, 메이지 유신 이전의 막부와 번(藩) 정부도 이국 문물을 두려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생존을 도모한다는 인식을 가졌다. 그래서 맹렬하게 서양 배우기에 나섰다. 번 정부는 막부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밀항으로 번의 인재들을 유럽으로 보내 신학문을 배우도록 했다. 동시에 서양의 기술자와 과학자들을 초청해 새로운 문물을 가르치도록 했다."

일본은 축구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 축구 일본 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출신의 축구 영웅인 지코였다. 브라질 축구를 너무 좋아해 브라질 태생의 선수를 일본인으로 귀화시켜 대표 선수로 뽑을 정도였으니 일본의 '브라질 축구 카피'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일본은 또한 다른 세계축구흐름의 대세를 벤치마킹하고 받아들였다. 일본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알베르토 자케로니 (이탈리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하비에르 아기레(멕시코) 감독을 사령탑에 앉혀 다양한 변화를 꾀했다.

중국 축구도 국민성을 반영해 나가고 있다. 중국인은 느린 듯하지만 정말 중요한 상황에서는 광속을 내는 국민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축구 스타일은 굵게 하면서도 실리적인 축구를 한다는 평을 듣는다.

한 중국 전문가가 한국경제에 기고한 칼럼을 보자.

"중국의 만만디를 단순히 ‘느림’이라는 일원(一元)적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만만디의 ‘느림’이라는 앞면은 ‘빠름’이라는 뒷면을 감추고 있다. 공격형 축구팀과 달리, 수비형 팀은 공격을 서두르지 않는다. 웬만하면 전진 패스를 할 만한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골을 넣을 마음이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은 상황이 만만치 않으니까 우선 수비에 치중하지만 언젠가 공격을 해서 골을 넣을 심산이다."

이러한 '중국 스타일'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국적인' 축구를 개발한 지도자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식'이 자리를 잡으면 한국과 일본은 2인자로 밀려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시간은 좀 더 걸릴 듯하다.

한 축구 분석가는 "지금 중국의 모습은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절대 한국, 일본을 못 넘는다. 이는 90년 이전까지 전력에 비해 막상 실전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하다"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 분석가의 말에 반론하듯 중국은 2050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 국가대표팀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2020년까지 3천만 명의 어린이가 축구를 하도록 초등학교 축구팀을 2만 개 정도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아시아 최강이 되는 게 중국의 목표다. 중국의 경제 발전을 볼 때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중국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24년 만에 우승 시켜 UEFA 챔피언스 리그와 월드컵을 모두 획득한 최초의 감독이 된 마르첼로 리피 감독을 영입해 선진 축구를 닮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리피나 어떤 지도자가 만만디를 잘 이해하고 선진축구를 접목해 '중국형 선진축구'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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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란축구팀 Author: Javad Nikpour

중동 축구는 어떨까. 이란과 이라크는 유럽에 좀 더 가까운 축구를 한다고 평가되는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은 남미 축구에 더 가깝다.

이란은 2011년 4월부터 지휘봉을 잡은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영향으로 큰 변화를 경험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빈틈없는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역습으로 골을 넣는 방식을 선호하는 감독이다. 이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 훌륭한 경기내용을 보여준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외국 감독을 끊임 없이 영입하지만 선수들이 폐쇄적인 성향 때문에 외국으로 가지 않아 해외파가 거의 없다. 자국 리그에서 워낙 고연봉을 받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폐쇄적인 사회처럼 축구도 세계화에 전혀 따라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한계가 있다.

중동은 오일달러로 축구에 엄청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축구 인구가 적어도 세계 축구 주류에 끊임없이 들어가려고 시도는 한다.

중동축구는 한국 선수들도 영입하는 등 자신들보다 앞선 나라의 주요 선수들을 영입해 나아지려고 노력했다. 중동에서 축구를 했던 한국 선수들에 따르면 중동 축구는 “팀워크와 조직력은 별로다.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떨어진다. 중동은 대체로 다혈질인 선수가 많다. 쉽게 포기한다. 선취점을 내주는 순간 실망하는 경향이 있다.”

아프리카는 축구를 잘할 수밖에 없다. 모든 여건이 열악해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축구라는 운동에 온 국민(주로 남성이지만)이 매달리기 때문이다. 축구는 따라서 정치적으로도 중요하다. 아프리카 정치인들은 국민의 단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축구를 활용한다.

흑인의 유연성은 그 어느 인종도 따라갈 수 없어 일단 어떤 종목에 집중하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유럽 축구 클럽에서 활동하는 흑인들 대부분은 아프리카 출신이다. 아프리카 축구는 흑인 특유의 유연함에 파워가 가미돼 남미식 기술축구와 유럽식 힘의 축구를 효율적으로 접목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유럽 축구에는 1000 명 이상의 아프리카 출신이 뛰고있다.

이 밖에 중미 축구는 '20세기 형 남미 축구'이고 북미 축구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과학적 연구를 통한 전략으로 밀어붙이는 축구라고 할 수 있다.

축구에는 분명 국민성과 사회 분위기가 투영되고 있다. 앞으로 연재에서는 그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하게 된다.

[거꾸로미디어]

[연재물 다시 읽기]

[러시아 월드컵 D-30]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1) – 축구를 통해 본 미국의 문화충돌 https://steemit.com/kr/@gugguromedia/d-30-1
[러시아 월드컵 D-29]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2) – 축구를 통해 본 유럽중심주의 변화 https://steemit.com/kr/@gugguromedia/d-29-2
[러시아 월드컵 D-28]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3) – 축구를 통해 본 남미
https://steemit.com/kr/@gugguromed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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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축구관련 포스팅은 스팀잇에서 보기 힘든데 해주셨네요 ㅎㅎ 글 수준도 높네요. 잘보고 보팅&팔로잉하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저도 팔로우하러 갈게요~

축구에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아요ㅎㅎ

반갑습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요... 축구는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오 저도 정말 축구 완전 좋아하는데!! 앞으로 좋은글 기대하겠습니다 ㅎㅎㅎ

아 반가워요~ 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