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조화, 미슐랭 1스타 '알라 프리마'

in #kr7 years ago (edited)

동양과 서양의 조화, 미슐랭 1스타 '알라 프리마'

안녕하세요, 해랑입니다. 그 사이에 일도 많았고 휴가까지 껴있어서 스팀잇에 집중하기 유난히 어려웠던지라 정말 오랜만에 포스팅을 해봅니다. 오늘은 제가 휴가 중에 방문한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 '알라 프리마'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전날 ‘알라 프리마’ 런치 코스를 예약하고 시작 시간에 맞춰 들어갔습니다. 안쪽으로도 자리가 더 있었는데 요리가 서빙되기 전까지의 모습을 구경하고 싶어 카운터석을 예약했습니다.

이렇게 자리에 앉아서 분주하게 재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테이블에 놓여진 메뉴판에는제가 방문한 8월 10일자 런치 코스 메뉴와 함께 원산지가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메뉴 이름 대신 재료가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키워드를 제공하고 나올 메뉴를 상상해보라고 유혹하는 듯 했습니다. 저희는 런치코스와 함께 3 glasses 와인 페어링을 주문했습니다.

애피타이저가 나오기 전에 애피타이저와 곁들일 와인이 먼저 나왔습니다. 아튀흐 메츠 크레망 알자스의 피노 누아 품종 와인입니다. 적당한 드라이함과 어우러진 스파클링의 청량감이 입맛을 돋구어, 식전에 마시기 제격이었습니다.

‘줄전갱이, 펜넬, 허브‘로 소개된 애피타이저입니다. 일본에서 고급횟감으로 쓰이는 줄전갱이 회와 펜넬 퓨레, 위에 올라간 신선한 야채와 허브, 그리고 이 모든걸 감싸고 있는 얇은 화이트 발사믹 막의 적절한 맛의 조화가 느껴졌습니다. 예전 미슐랭 음식점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저는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을 잘 느끼는 편이었지만 펜넬 퓨레와 허브 덕분에 비린 맛을 거의 못 느끼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동서양의 식재료와 조리법이 적절히 사용되어 독특한 풍미를 자랑했습니다.

샐러드를 기다리는 동안 다음 와인이 준비되었습니다. 영롱한 오렌지 빛을 띄는 라디콘 와인은 화이트 와인을 레드 와인 생산 절차를 따라 만든 오렌지 와인으로, 끝엔 진한 누룩 맛이 남아 오래 감돌았습니다. 이 와인을 마시고 알라 프리마의 소믈리에의 높은 수준에 감탄하며 와인 페어링을 3 glasses 에서 4 glasses 로 변경했을 정도로 독특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에멘탈치즈, 야채, 허브’로 소개된 샐러드가 나왔습니다. 아까 라디콘 와인 사진에서 뒤쪽으로 이 샐러드를 준비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로 예뻤습니다. 비주얼에 감탄할 틈도 없이 부어진 따뜻한 드레싱에 다시 한 번 탄성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치킨 육수를 열 시간 이상 끓여서 에멘탈치즈를 갈아 넣었다고 하는 이 드레싱이 묘하게 신선한 야채, 허브와 어우러지며 마치 스프같이 속을 편하게 달래주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이쯤 되니 처음에 받은 키워드로 다음에 나올 요리가 어떻게 조리 되었을지 기대하는 재미도 생겼습니다. ‘금태, 쌀, 케이퍼’로 소개된 생선 요리입니다. 쌀이 어떻게 나오나 궁금했는데 바지락과 함께 갈려 소스로 서빙되었습니다. 잘 구워진 금태 위에 올라간 튀긴 케이퍼로 풍부한 식감과 맛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했다고 생각됩니다.

금태 요리와 함께 라디콘 와인을 끝내고 제공된 샤또 소를레이 오 메독 2009 입니다. 운좋게 막 오픈하는 와인을 제공받아 부쇼네 확인 후 서빙해주셨습니다. 원래 무거운 감이 있는 와인인데 몇 년 숙성을 거쳐 산미가 있고 좀 더 가벼워져 다음으로 서빙될 육류 요리와 함께 곁들이기에 더할 나위없이 좋은 상태가 되어있었습니다.

전날 예약할 때 알러지 여부를 확인하셔서 일행 중 돼지고기 알러지가 있다고 했더니,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가 나왔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레어처럼 보이지만 벚나무 잎에 싸 살짝 쪘는지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미디엄에 가까운 식감과 함께 은은한 향이 입 안을 감돌았습니다. 또한 팥 퓨레가 함께 서빙되어 동서양 식문화의 적절한 조화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브로콜리, 보타르가, 성게알, 양배추, 스파게티니’로 소개된 요리가 나왔습니다. 스파게티면을 삶을 때 다시마, 브로콜리 육수에 삶았기 때문인지 성게알 스파게티보다는 성게알 비빔국수에 가까운 맛이었습니다. 미슐랭 서울에 소개된대로 '이노베이티브'한 접근법으로 어디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독특한 요리였다고 생각됩니다.

‘망고, 코코넛, 우유, 애플민트’로 소개된 디저트와 함께 디저트 와인으로는 달콤한 디저트를 200 % 즐길 수 있게 단맛이 살짝 약한 리코사 모스카토 다스티가 서빙되었습니다. 망고, 코코넛 블록을 감싼 얼린 우유 파우더 사이에는 머랭 쿠키가 하나 들어있어 풍부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하필 알라 프리마 방문 전날 마신 와인이 와인들의 왕으로 꼽히는 토카이 아수 5 푸토뇨쉬 였기 때문에 디저트에서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모든 식사가 다 끝난 후 제공된 커피 한 잔까지 여유롭게 즐기고 런치코스 6만원에 4 glasses 와인 페어링 9만원으로 일인당 15만원을 지불하였습니다.


평가

  • 마지막에 제공되는 음료까지 포함 총 7코스의 런치코스를 6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 프랑스의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보다 더 수준 높은 와인 페어링을 제공하는 소믈리에가 있다는 점에 놀랐으며 덕분에 와인을 추가하기까지 했습니다.
  • 동양과 서양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그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한 식감과 풍미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카운터석에서는 가끔 쉐프들이 서빙하기도 하는데 서빙 중 실수가 잦은 편이라 이 부분을 개선한다면 충분히 미슐랭 2스타를 노려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메뉴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니 다음번에도 또 방문할 의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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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랑님 오랫만이에요~~ 와 정말 멋지네요...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진짜 오랜만에 포스팅 했어요 ㅎㅎ 앞으로는 자주 오도록 할게요!

와.... 7코스 런치가 6만원이라니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 듭니다. ㅠㅠ

한국 미슐랭 식당이 너무 비쌀까봐 걱정했는데 퀄리티 대비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졌습니다 ㅎㅎ 기회되실때 한번 방문해보세요~~

흐헉 !! 오랜만에 글이 올라 오시네요 ㅎㅎ
저저저 ... 저기가 코리아가 맞는 지요 .... ㅎ 저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
다시 왕성한 활동으로 돌아와주세요 !!

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주 글 들고 찾아올게요!

오 미식가이셨군요 ㅎㅎ 맛표현을 이렇게 잘하는분들보면 부럽습니다 ^^;

알라 프리마가 유난히 독특해서 다양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ㅎㅎ

저도 다녀왔던 곳인데 반갑네요! 위치를 옮겼다고 들었는데 여긴 옮긴쪽인가요>?ㅎㅎ

옮긴쪽입니다 ㅎㅎ 전 옮기기 전에 가보질 못해서 비교가 어렵지만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아 편하게 식사하기 좋습니다

고오급 지네요 +_+
덕분에 코스요리를 같이 먹은 듯한 느낌이에요.
상세한 리뷰 잘 보고 갑니다^^

음식이 하나 같이 정말 고급스럽네요 ㅎㅎ 맛있겠어요!

메뉴이름 대신에 재료들이 적힌게 정말 재미있어요ㅎㅎ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은 한군데도 가본적이 없는데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