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위해 셔틀버스에 올라타 문득 실없는 생각을 한다. 셔틀버스를 우리나라 말로는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하고.
세상엔 수많은 셔틀버스가 있고 나는 그 중 하나에 몸을 싣는 사람이다.
어린 시절의 학원 셔틀버스는 웃음의 공간이었고 놀이의 공간이었다. 짝사랑 진행 중인 친구를 놀리는 아이들, 제로 게임과 손목에 남은 빨간 줄. 마냥 영원할 줄 알았던 그 때의 시간은 미처 의식하지 못한 순간 사라져버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내 시계는 흘러갔다. 그나마 추억으로 남아있는 것에 감사하리라.
집에서 회사까지는 셔틀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걸린다. 셔틀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은 새벽 6시 30분 꽤 이른 시간이다. 올빼미 체질인 나로서는 이 시간에 일어나서 활동을 한다는 것이 무척 힘이 든다. 어떤 회사는 유연 근무제를 적용하여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던데 부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나에게 주어진 현실인 것을.
지하철을 이용하여 출근할 수도 있으나 이 방법으로는 40분이 더 걸린다. 이 현상을 나는 '서울 대중 교통의 마법'이라 부른다. 지하철 갈아타는 시간, 역까지의 이동 시간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의 목표지점까지 직진하지 않고 돌아가는 여유에 따라 나는 시간을 더 지출하게 된다.
셔틀버스의 인간군상은 다채롭다.
첫 번째, 전 날 술을 진탕 마시고 술 냄새를 풍기는 사람. 아마 본인은 술 냄새가 지독히도 난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을 보고 배워 회식 다음 날은 버스 깊숙한 곳에 자리를 한다. 근처에 계신 분들께는 심심한 송구의 표현을 마음으로만 하고는 한다.
두 번째, 의자를 한껏 뒤로 제껴 남의 불편함은 전혀 신경 안쓰는 사람. 이해할 수 없다. 나에게 한껏 다가올 때는 "죄송하지만 앞으로 조금만 당겨주시겠습니까?"로 해결한다. 거절당한 적은 없다.
세 번째, 그 이른 시간부터 시끄럽게 업무 전화를 하는 사람. 드문 유형이긴 하지만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유형이다. 그리고 절대 그런 사람과 업무에 엮이지 않기를 기도한다.
네 번째, 제일 흔한 유형으로 '가방 자리'를 마련하거나 '복도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아버리는 사람이다. 옆에 누가 앉으면 불편한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셔틀버스라는 특성도 있고, 모두가 같은 회사 사람인데 이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것이 싫다면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셔틀버스에 이런 유형의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이 행동은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간다. 셔틀버스 운행 첫 달에는 없었던 유형인데 갈 수록 증가한다. 이와 관련한 학문적 연구도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쩌면 이러한 불편함들이 셔틀버스를 타는 즐거움일 수도 있겠다. 이런 일들을 대체 어디서 겪어보겠는가. 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에게는 그리 유쾌한 시간은 아닌듯 하다.
모두가 서로 배려하여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그런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언젠간 그런 세상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출근을 위해 셔틀버스에 몸을 싣는다.
사람들은 다양한 성격과
습관,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요.
약간 부족한 면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이해해주며 살려고 합니다.
나또한 부족한 존재이니까요.ㅎ
옳으신 말씀입니다.
모든 이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스팀가격이 떨어지는 절대보팅금액이 줄어드네요...
ㅠㅠ
그래도 같이 힘냅시다!! 화이팅!
후후후 딸기청이나 만들어볼까합니다!
https://steemit.com/kr/@mmcartoon-kr/6jd2ea
감사합니다!
셔틀버스가 이런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해주니, 이건 셔틀버스의 유익함이군요.^^
말씀을 보고 다시 살펴보니 저도 모르게 불평 일색이었군요.
적어둔 불만 빼고는 다 좋은 것으로 해두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