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때나 독서회 03. 현실로 다가오는 디스토피아 : 강철 군화 (잭 런던, 궁리, 2009)

in #kr7 years ago (edited)

아무때나 독서회 03. 현실로 다가오는 디스토피아 : 강철 군화 (잭 런던, 궁리,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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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의 강철 군화는 이른바 소설 자본론으로 불린다. 자본주의가 가져올 최악의 미래,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소설이기 때문이다. 잭 런던은 이 책에서 트러스트와 같은 거대 기업 집단이 국가를 장악하고, 자신들만의 천국을 만든다는 설정을 채택했다. 이 책만 보면 자본주의가 가져올 파국이란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이 1907년도에 나왔다는 사실을 알면, 안심한다. 잭 런던의 예언은 틀렸기 때문이다. 트러스트는 반독점법에 따라 해체되었으며, 기업의 영향력은 강하지만 국가 그 자체를 소유하지는 않았다. 극단적인 탄압도 없었고, 오히려 이 소설에서 추구하는 사회주의는 몰락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단순히 이 소설을 여흥으로만 즐길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디스토피아라고 하면 조지 오웰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더 알맞아 보인다. 기술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어서 빅 브러더나, 알파와 베타로 나뉘는 사회를 가능하게 만드는 걸 직접 목격할 가능성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강철 군화는 그런 디스토피아와는 동떨어진 망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데, 지금의 체제가 자본주의고 이것은 과학기술보다 빨리 디스토피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위기는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이는 빅 브러더 보다 더 당장 사람들을 괴롭게 만든다. 설사 그 위기를 견뎌내더라도,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고 있는 지점을 생각하면, 평상시에도 그렇게 평화로움을 하사하는 체제는 아니다. 오히려 산업 혁명 이후의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공격을 당하고 있다. 사람들을 너무 비극적인 상황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다. 오늘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 직장에서 쉬지 못하는 사람들, 갑작스럽게 해고를 통보받아 앞 길이 깜깜한 사람들.

디스토피아 사회란 단순히 우리가 거시적으로 생각하는 ‘모든 것이 통제된’, ‘최악의 환경’을 가진 사회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끊임없이 고통받는 사회도 디스토피아의 일종일 것이다. 이 사회는 그런 사람들의 존재를 지우고, 자꾸 행복하다고 우리를 최면에 빠지게 만든다. 지금의 사회는 이런 디스토피아에 더 가깝다. 물론 우린 행복을 세뇌당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도, 이 사회에 문제가 많음을 안다. 체제 자체도 그 사실을 인정한다. 다만 이게 차악이라고 생각하거나, 고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이 고쳤는데도,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 체제는 사실상 실패한 것과 다름이 아니다. 거대한 디스토피아는 아니더라도, 작은 디스토피아적 요소가 가미된 지금의 사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면에서 당장 실현되고 있지 않은 1984나 멋진 신세계보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자본주의로 인해 위기에 빠지는 세계를 그린 강철 군화가 더 현실적이고, 지금 도래한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렇기에 강철 군화는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할 자격이 있다. 마치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사상이 여전히 유효한 지점이 있는 것처럼. 비록 그들의 실험이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비판한 지점만큼은 반박하기 어렵다. 인간을 끝까지 나락으로 밀어 넣는 자본주의에 대한 경고는 오래되었다. 집을 개보수하는 방법으로, 토대를 지켜왔지만, 기둥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다른 집을 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강철 군화의 디스토피아와는 다른 양상이지만, 원인은 같은 이유로 새로운 디스토피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그 디스토피아의 데모 버전을 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강철 군화는 그저 하나의 디스토피아 소설이 아니다. 사회에게 준엄한 경고를 내리는 하나의 호소다. 이 호소를 듣지 않는다면 미래는 장밋빛이 아니라 핏빛으로 물들 게 될 것이다. 잭 런던의 강철 군화는 지나친 감이 있지만, 지금도 유효한 자본주의의 문제를 지적한다. 여러분들이 어떤 불만만 있고, 제대로 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겠다면, 한 번쯤은 참고해봐도 좋을 책이다. 또한,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가져올 디스토피아, 그리고 일부 실현된 현실 디스토피아에 대한 통찰력도 키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