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보는 관점이 확실히 달라진다.
둘리가 아니라 고길동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것처럼.
벤허 2016 영화를 보더라도, 어릴 때 본 벤허와 달리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기가 어렵다(물론 내용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주인공은 로마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는 입장을 지닌 것도 아니지만, 저항운동을 하는 동족(젤롯당파 사람)을 위해 집을 은신처로 제공해준다. 그리고 호민관으로 귀환한 로마인 친구가 저항운동을 하는 사람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지만 거절한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저항(독립)운동까지 할 생각은 없지만, 동족을 팔아넘기는 사람은 되고 싶지 않은 심정,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계속 보호해주던 젤롯당 사람이 주인공의 집에서 화살을 쏘아 로마총독을 암살하려고 한다. 이미 폭력투쟁을 했던 사람을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무기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내버려두었다. 더구나 로마총독이 부임하는 날이라면 더더욱 조심했어야 하는데, 아무런 주의를 주지도 않았고 조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실제 암살미수가 일어나고 나서, 로마군인이 쳐들어옴에도 실제 범인을 도망가도록 도와주었다.
자신의 집에서 총독 암살미수가 일어났는데, 실제 범인을 잡았음에도 도망가게 둔다. 그런데 정작 폭력으로 독립을 쟁취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암살미수범을 도망치게 도와줌으로써 주인공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 것인지 몰랐단 말인가. 차라리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고, 가족들한테 이야기해서 같이 결의를 했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런 결심도 없었고, 저항할 의사도 없었으면, 무책임하고 부주의하고 행동함으로써,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목숨을 위험하게 했다.
제국주의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민족의 나라를 잃어버렸고, 그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주인공 개인의 관점은 도저히 감정이입할 수가 없다.
젤롯당 사람은 자신을 보호해준 사람의 집에서 암살을 실행하려고 하고, 실패하자 도망감으로써 집안을 몰락하게 해서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독립운동의 대의를 고려하더라도 씁쓸함이 남는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