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영향을 준 책들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스팀잇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한둘셋입니다.

자기소개 글을 짤막하게 쓰기는 했지만, 제게 영향을 준 책을 알려드리는 게 제 자신을 더 자세하게 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예전에 적었던 글을 수정해서 씁니다.

아래의 글보다 더 깊이가 있거나, 고전으로서 가치가 있는 책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제게 세상, 사회, 인간, 기업, 법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거나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 책을 몇 권 선정해봤습니다.

  1. 당신들의 대한민국(박노자 저)

    학생시절 2번에 걸쳐 총 4년동안 외국생활을 하고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객관적인 제3자의 시선으로 한국이라는 사회, 나라를 비판(평가, 비난 말고)해 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칫 그 사회의 타성(관행)에 물들어 외부인이 바라보기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개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는) 제도,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 책입니다(그렇다고 문화절대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불가에서 말하는 깨어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준 책입니다.

  2.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조슈아 포어 저/ 류현 역)

    신문에 나온 서평을 보고 읽게 된 책인데,

    기자 신분으로 뉴욕에서 열리는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을 취재하러 갔다가 누구나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기억력 챔피언들의 말에 혹해 스스로를 대상으로 훈련을 한 프리랜스 저널리스트가 1년간 기억력 증진 실험을 해서, USA 메모리 챔피언십 우승, 그것도 스피드 카드 종목에서는 미국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고대 그리스 시절 내려오는 (기억의 궁전이라고 하는) 기억술을 알게 되었고, 인간의 뇌 구조상 추상적인 개념으로 단어와 정보(지식)을 기억하는 것보다 시각화된 이미지와 연동해서 기억을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인 기억술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공감각(색깔을 보면 맛을 느끼거나, 소리를 듣으면 색깔이 보이는 등)을 지닌 사람은 한 가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감각(시각, 미각, 청각 등)이 여러가지기 때문에 단순히 한 가지 감각으로만 정보를 저장하는 일반인들에 비해 장기적인 기억력이 유의미하게 뛰어나다는 사실을, 다큐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다큐를 보고 공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부러워했는데, 결국 선천적(혹은 어떤 사건(사고)로 후천적)으로 공감각을 획득한 사람들의 압도적인 기억력을, 공감각이 없는 일반인이 따라잡을 수 방법을 제시해줘서, 가뭄의 단비와 같았습니다.

  3. The Cambridge Handbook of Expertise and Expert Performance(K. Anders Ericsson, Neil Charness, Paul J. Feltovich, robert R. Hoffman)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에서 인용하고 있어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본 책인데,

    기억술, 글쓰기, 음악(악기, 지휘), 프로그래밍, 디자인, 운전업무(지각, 멀티태스킹), 의료(진단, 수술), 운동(스포츠), 팀 작업, 의사결정 등 수많은 분야에 대해서 어떻게 전문가가 되고, 전문가와 일반인, 입문자가 인지과정, 업무처리과정에서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를 연구한 책입니다.

    세간에서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유명한 K. Anders Ericsson 교수가 쓴 책인데(물론 공저임), 기억술에 대해 더 공부해 보려고 책을 찾다 전문가가 되기 훈련하는 방법에 대해 금광을 발견했습니다.

    아웃라이어에서 인용되어 1만시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광범위하게 알려진 것과 달리,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물론 일정한 단위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지만,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자신이 약한 부분(자신의 한계선상에 있는 부분)을 연습을 해야 하고, 연습 결과를 피드백해서 연습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해준 책입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부분만, 피드백 없이 단순 반복해서 하는 연습하는 시간으로는 (수동적인 연습)만으로는 일정한 한계(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고, 신중하고 의식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을 계속 하는 경우 한계에 부딪치게 하는 수준이 수동적인 연습을 한 사람보다 훨씬 높고, 또한 그 벽을 수월하게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결국 1만시간 앞에는 '의식적으로 자신이 약한 부분(자신의 한계선상에 있는 부분)을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연습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할 듯 보입니다.

    위 두 책(2, 3)을 보고 평소 좋아하던 "일일신, 우일신"이라는 구절을 다시 떠올렸고,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기억을 하고, 인지과정, 의사결정과정, 업무처리 방식 자체를 전문가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영국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도로경로 2만 5,000개와 교통 흐름을 한눈에 꿰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주요 지형지물 1,400개의 위치를 완벽하게 숙지해야 하고 지식(the Knowledge)이라는 시험(런던 시내에서 임의의 두 지점을 잇는 찾아내고 그 구간에 있는 주요 지형지물의 이름을 대는 시험)을 통과해야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데, 공간 탐지를 담당하는 오른쪽 후방 해마가 보통 사람들보다 7퍼센트쯤 더 컸다."는 내용을 아인슈타인과 문워킹 책(74쪽)에서 보고, 요새 한창 신경가소성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2, 3에 나온 내용을 참고해서 공감각을 획득하거나 증진시키는, 연습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일생의 목표

  4. 보이지않는 사람들 :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벤저민 스키너 지음, 유강은 옮김)

    인간사회가 발달해서 어느덧 개인의 기본권이 인정받게 되었고, 노예제가 더 이상 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시절에 읽게 된 책입니다.

    노예제가 합법이던 시절과 달리(수정헌법 제14조 제2항으로 수정되기 전까지, 미국 헌법 제1조 제1항에 국회의원 선출과 직접세 부과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경우 설사 노예가 아니더라도 불평등한 권리가 있음을 전제로 한 규정("three fifths of all other Persons")이 있었다는 것을 보더라도 평등권이 기본권이 아닌 시절이 있었음),

    인종, 성별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할 수 없고(평등권), 노예제가 국제공동체 전체의 관심사인 중대한 범죄로, 범죄자의 국적이나 범죄지를 불문하고 전세계 나라에 관할권이 인정되는 세계주의가 국제협약으로 인정되는 현실에서, 노예는 이제 없거나 극히 예외적인 나라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불과하다고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명목상 노예제가 범죄로 금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계약이라는 포장으로 거주이전의 자유, 재산권 등이 심대하게 제한되는 경우, 형식적으로 권리의 주체라고 하더라도, 노예에 해당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염전 관련 사건이 있었음). 그리고 그러한 실제적인 노예가 현대 사회에서 서구를 비롯하여 전세계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우리가 흔히 농담조로 착취당하고 있는 (공)사노비라는 법조인, 레지던트, 인턴도 충분히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만, 책에 나오는 사례처럼, 계약을 통해 쌍방이 합의했다는 정당화로 얼마나 기본권에 직접적인 제약을 받고 있는 사람이 많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제가 기본적으로 활동하는 경계 넘어서 우리나라와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주로 관심을 가지는 우리나라나 선진국의 역사뿐만 아니라, 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역사와 실상에 대한 책도 독서 후보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5. 살아있는 우리 헌법 이야기(한상범 지음)

    법이라는 것은 법전에 규정이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유명무실하게 권리가 실제로 보호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과거 친구들이랑 술자리에서 대통령 뒷담화를 해도 남산에 끌려가던 시절에도 우리나라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었고(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2항) 규정되어 있었습니다(물론 어느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야 명목상의 헌법이 아니고, 민주정이되 기본권제한에 불과한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기본권을 사람이 나면서부터 타고난, 하늘이 부여한 권리(천부인권)라는 주장은 기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언적인 의미에서 가치가 있지만, 자신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우리 전에 이 땅에 왔던 사람(선배, 선조)들이 한 희생을 생각하면, 기본권은 국민의 피와 눈물로 이룩한 권리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권이 헌법에 명시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누리지 못한다면 기본권이 없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헌법은 법전(종이)에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사람들)의 살갗 위에 새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정확한 문구는 찾아봐야겠네요).

    이 책을 읽고 나서, 과거 국민의 권리가 지금보다 덜 보호되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발 앞으로 나와 권리를 주장하던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핍박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한 발 앞서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비록 그 사람의 전인격(가치관)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사람을 조력하는 것이 법조인으로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이라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당신이 주장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볼테르 평전(볼테르의 친구들, The friends of Voltaire)에 나와 있다는 말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된 책입니다.

  6. (앨런 M. 더쇼비츠의)최고의 변론(앨런 M. 더쇼비츠 지음)

    한창 대학교에서 법을 공부하고 있을 때, 도서관에서 머리를 식힐 겸 빌려본 책으로, 저자는 하버드 로스쿨의 교수일 뿐만 아니라 의견개진을 많이 해서 미국사회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형사법 교수입니다.

    책 앞부분에 게임의 법칙이라고 저자가 쓴 것이 있는데,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1) 모든 수사활동에는 절차 위법이 있다.
    (2) 모든 수사기관을 절차를 지켰다고 주장한다.
    (3) 모든 판검사는 절차 위법이 있음을 안다.
    (4) 일정한 수준을 넘지 않으면 모른 척 한다.

    등등

    아직 실무를 해보지 않고 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었을 당시에, 책에 나온 게임의 법칙을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하고 있는 피의자(피고인)의 권리가 어떤 의미를 지는지에 생각해 볼 수가 있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 형제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차로 도망치는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경찰에게 형제가 붙잡힌 사건이 있었는데, 형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사경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은 동생을 붙잡아 놓고 자백을 요구하고, 자백하기 전까지 사경을 헤매는 형을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동생은 형을 살리기 위해 자백을 했고, 나중에 법원에서 이러한 자백이 유효한 자백이었는지 다투어 수사절차에 관한 중대한 시사점이 있는 판례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수사기관이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되는 근거에 대해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 사례에서 ‘형제들은 저지른 범죄로 처벌하고(자백이 강요되었는지를 불문하고), 필요한 경우 자백을 강요한 경찰관을 형사처벌하고 징계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지, 형제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지 않는냐’는 질문에 대해, 사법부가 '수사기관의 (중대한) 법을 위반한 경우에 실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 하더라도 처벌하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수사기관이 법을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글쓴이는 말합니다.

    그래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사경을 헤매는 과정에서 더 이상 자백을 강요받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 교과서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자백의 임의성 등등에 대해서 글로만 공부하다, 어떤 경위로 이러한 권리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되기에 이르렀는지를 체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직 제자신이 경력이 미천하지만) 후배 법조인들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사례들을 통해 왜 피의자(피고인)의 권리가 중요한지를 알려주면서도(그렇다고 피해자의 권리가 덜 중요하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재미있게도 글쓴이는 고문영장을 통해 고문을 합법화(양성화)하자고 주장합니다.

    테러가 일어나기 직전에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한 사람(몇 사람)의 용의자가 알고 있는데,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몇 시간(며칠)이 지나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칠 수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나 독립된 위원회의 허가와 감시 하에 일정한 수준의 고문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어차피 콴타나모 수용소 같은 곳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도 부정하고 기한 없이 구금한 상태에서 고문을 하는 상황에서(그리고 고문이라는 명칭 대신 효과적인 심문기법이라는 법무부의 매뉴얼대로 일반 수사절차에서 통상 사용하는 심문기법을 넘어서 인간성을 침해하는 수준의 심문을 하는 상황에서), 정말 국민들의 급박한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고문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경우에 고문을 오남용하지 못하도록(고문영장 없이 고문을 한 경우 관련자를 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양성화하자는 주장입니다.

    살아가면서 평생 궁구해야 할, 헌법과 형사소송법, 수사절차에 대해 수많은 화두를 던져주는, 훌륭한 책입니다.

    그리고 책이 정말 재미있어서 글쓴이가 누구인지 찾아본 결과, 로스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변호사 자격이 있으니) 전국에 있는 형사사건 중에 대법원까지 가서 다투어볼 만큼, 중요한 사건은 직접 변호인으로 소송을 수행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반드시 형사법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파급력이 있는 사건(그것도 스스로 취사선택해서)을 수행할 수 있는 법조인이 되려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까를, 시험을 준비할 때부터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같은 저자의 ‘미래의 법률가에게’라는 책도 있습니다.

    보스턴 리갈이라는 미국 드라마에서도 경찰관이 가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가 되었을 때, 주인공 앨런(공교롭게도 저자랑 이름이 같지요) 쇼어가 "우리 나라(미국)는 고문을 사랑한다"는 서두로 시작하는 황당하지만, 계속 듣게 되면 설득당하게 되는 최후변론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ㅎㅎ

  7. 형법총론(김성돈, 현암사)

    1학년 때 헌법, 민법, 형법을 머리에 욱여넣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많이 보는 ㅇㅈㅅ 저와 ㅇㅇ저, ㅈㅅㄱ/ㅂㄱㅁ저의 '한글같은, 한글 아닌 독일어 같은' 형법 교과서를 보고, '도대체 불법(구성요건 해당성)과 위법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와 같은 정신붕괴(멘붕)를 겪고 있을 때, 가뭄의 단비와 같이 다가온 교과서입니다.

    학설을 위한 학설을 만들고 있는, 다른 수많은 학자출신 교수님과 다르게, 입법론이 아닌 해석론에 충실한 책입니다.

    다른 교과서에서 서로 상반된 판결을 했다고 인용한 대법원 판례를, 구체적인 사안을 들면서 왜 그렇게 재판부에서 판단했는지, 동일한 판례의 법리를 사건별로 구체적인 사실에 부합하게 적용했을 뿐이라고 논증을 하는 과정을 보면, 그 정치한 논리 구성에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교수님이 쓴 법학교과서 중에 가장 이해하기 쉽게, 말하듯이 풀어 쓴 책입니다.

    법학 교과서인 이 책을 제게 영향을 준 책 중 하나로 선정한 이유는, 이 책에 나온 교수님의 문장처럼, 한 번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쉬우면서도 통찰이 있는 글(서면, 논문)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제가 하는 원인이 이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분이 쓰신 글의 간명함, 논리 구조의 아름다움, 통찰은 대표적으로 2006년 한국법학원 논문상을 수상한 "범죄체계론적 관점에서 본 원인에 있어 자유로운 행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0여 쪽에 불과한 논문으로, 다른 학자들이 '위험의 발생', '예견'에 과실만 포함되는지 논쟁할 때, 형법에서 고의나 과실이란 객관적인 구성요건적 사실에 대한 인식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 출시해서, 명문으로 고의나 과실과 다르게 입법을 한 점을 고려하여, 위험의 발생이나 예건을 특정한 구성요건적 사실과 결부할 필요도 없고 가능성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논증을 하는 것은 보면서, '이런 것이 학자의 논문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8. Law & Economics (5th Edition – Pearson International Edition)
    by Robert D. Cooter, Thomas Ulen
  9. Business Organization and Finance, Legal and Economic Principles
    by William A Klein, John C Coffee Jr, Frank Partnoy

    두 책은 김성용 교수님의 법경제학 수업(8.)과 대학원 수업(9.)에서 교재로 읽게 된 책입니다.

    학교 다니면서 법서를 눈에 바르고 있는 과정에서, 판례에서 말하는 고려요소의 개념들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을 때, 이 책과 강의 덕분에, 법적인 개념으로 표현된, 이익형량의 고려요소들이 (법)경제학적으로 어떤 가치판단을 담고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실체법이 어떤 (법)경제학적인 요소들을 고려했고 그에 따라 법규정이 정당한지(정의로운지)를 배우는 과정에서, 법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거래비용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정부 규제에도 불구하고 거래 당사자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코즈의 정리(이것을 정리한 논문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학원 수업(9.)에서는, 거래 비용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효율적인 기업운영을 위해 거래관계를 내부화(기업화)하기도 하고,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는 점을 배우면서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 기업(enterprise)에 투자를 하면서, 수익과 위험을 고려하여 투자자와 기업이 어떤 식으로 권리를 정하여 계약을 하는지에 따라, 주주와 투자자의 구체적인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두 책을 통해 기업 조직과 운영에 관해 법이 실제 적용이 되는 거래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으며, 두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원서로 처음 접하는 개념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강의를 통해 교수님이 쉽게 설명을 해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김성돈 교수님과 더불어 가장 수업을 잘 하시는 교수님이었습니다. 대학교 때 교수님께 좋은 책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드렸었는데, 이제 시간이 지나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책을 정리하면서 교수님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10. 매버릭 기업혁명(리카르도 세믈러 지음, 정성호 옮김)

    브라질의 셈코라는 기업의 CEO가 쓴 책입니다. 창조적인 기업문화를 유명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저자가 어떻게 했는지, 기업문화에 대해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관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CEO실에 들어와 내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는 직원을 보면 행복하다. 그만큼 직원들이 CEO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직원을 정말 다 자란 성인으로, 하나의 인격체라 존중한다면 매일매일 지각여부를 확인하고 보고하도록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어떤 부서는 단순히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결과가 좋은 게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탁원할 결과를 창출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부서나 직원과 똑같이 성실하게 업무시간을 전부 채울 것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을 보면 기업의 현장을 설명하는 모습이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권위적인 상사에 비효율적인 의사소통이 있고, 실제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 위에서 탁상공론으로 업무 처리를 지시하는 모습.
    당연히 현재의 기업이라고 생각했는데(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저자는 말합니다.
    20세기 초 기업의 모습이라고.
    ‘몇 십년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과학기술의 진보를 경험했고, 기업과 조직, 의사소통에 관한 수많은 연구가 발표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기업의 문화는 몇 십년간 달라진 것이 없냐’고.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 책이며,
    기업의 조직문화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된,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떨리게 했던 책입니다.

  11. 색다른 경영학 이야기 : CEO를 꿈꾸는 후배들에게(임허규 저)

    매버릭 기업혁명을 읽으면서 이상적인 기업문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적으로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고, 기업 내부에 존재하는 영업, 마케팅의 특성과 조직의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대기업에서 영업, 마케팅, 무역, 전략기획 분야를 거쳐 경영자에 이른 저자가 교양이 왜 중요한지 설명을 하는 것을 보며, 인문학을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해 주었습니다(요즘처럼 기업에서 인문학을 강조하기 전임). 그리고 보고서로 유명한 대기업에서 내공을 다진 저자가,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하고, 보고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을 해줍니다.

  12. 파괴적 의료혁신(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제롬 H. 그로스만,제이슨 황 공저)

    혁신기업의 딜레마와 성장과 혁신으로도 유명한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가 쓴 책입니다.
    3개의 책 중에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서, 가장 감동이 컸기에 이 책을 선정하였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술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업체는 성장을 하면서 연구와 투자를 통해, 일반적으로 고품질, 다양한 기능의 추가, 고가화라는 하이엔드 전략을 추구하는데,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업체는 기존에 없던 기능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을 단순하게 구현하여, 새로운 분야(시장)를 개척한다는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혁신을 이루는 방법의 핵심요소를 처음으로 깊이 있게 생각해보게 되었고,

    3개의 책(10, 11, 12)을 통해, 역동적인 기업이라는 조직에서(11.) 이상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며(10.) 혁신을 이루는 삶을 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클레이튼 교수의 책 3개 중에 이 책을 꼽은,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책이 혁신이 이루어지는 구조에 대해 일반론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의료라는 중대한 분야에서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 실제 사례를 설명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보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의료교육체계를 개편한다면 의대(의전)의 교육기간을 줄이고도 충실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내용과, 특정 분야 수술전문병원으로 특화하여, 대학병원보다 더 많은 증례를 경험하고 수술도 잘하는 병원의 담당의사의 면면을 보면 놀랍게도 외과전문의보다 내과나 가정의학과 같은 타과 출신이나 일반의가 많다는 내용이 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정말 놀라운 내용은, 현재 의사에게는 국민이 계속 건강을 유지하여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오지 않아도 되게 조언을 할 경제적인 동기가 없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일정한 규모의 사람들이 매달 일정액을 내면, 주치의가 고객들을 계속 의학적인 조언을 하여, 의사의 진료가 질환의 제거라는 수동적인 목적에서 건강이라는 적극적인 목표를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13. 솔로몬의 반지(콘라트 로렌츠 저, 김천혜 옮김)

    당신들의 대한민국(1.)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른 나라(사회)에서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우리 사회를 객관적으로(혹은 베블렌이 그랬다는 것처럼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게 되었다면,

    이 책은 나라를 불문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 때문에, 인간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이 동물(예시로 개가 많이 등장합니다)에게 어떻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기억나는 대표적인 예로는, ‘우리는 성량, 음의 고저와 무관하게 같은 단어를 이야기하면 같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말의 구체적인 의미는 인간도 말의 내용보다 음의 고저와 성량에 따라 인식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만), 개는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개(강아지)의 이름을 부를 때 음의 고저를 계속 달리하게 되면, 특히 이름을 지어준 초창기에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지를 이해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내용과

    ‘인간이 반가워서 개에게 정면으로 다가가 상체를 기울이는 행동이, 개에게는 우호적이 아니라 적대적인 의사표시로 인식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을 넘어 동물행동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독자가 세상에는 솔로몬의 반지와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고 말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가슴깊이 동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행동학의 창시자이자 노벨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한 저자가 쓴 “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책도 추천합니다.

    "동물을 인간의 잣대로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것보다 더 오래되고 더 완벽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이미 잃어버렸거나 아니면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거대한 감각 능력을 선사받은, 그리고 우리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음성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더 완벽하고 완전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도 아니고 우리의 종도 아니다. 그들은 삶과 시간이라는 그물 속에 우리와 함께 갇혀 잇는 또 하나의 종이며, 어머니 가이아의 화려함고 산고를 함께 나누는 동료 수감자다."

    헨리 베스턴, The Outermost House(당신의 몸짓은 개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403쪽에서 재인용)

  14. 초인의 길과 에뜨랑제(임허규 저)

    이 두 책은 소설입니다. 그것도 장르소설.
    그리고 저자를 보고 눈치를 챈 분도 있겠지만, 색다른 경영학 이야기(11.)라는 책을 쓰신 분과 동일인입니다.

    한국에서 정형화되어 있는 장르(판타지) 소설의 기본 세계관(드래곤이 인간으로 변신하는 것, 소드마스터, 마법 등등)을 차용하면서도, 드래곤의 생물학 특성과 드래곤이 폴리모프하여(여기서는 변형하여 사용함) 인간사회에 참여하는 이유 등을 생물학과 사회학을 동원하여 설명하고,

    소드마스터와 마법이라는 것을 그냥 기와 마나가 있으니까 사용하는 거라는 기존의 정형화된(이른바 대본소) 장르소설과 달리, 전격이나 바람 마법을 구성하는 물리학적인 원리를 동원하고 독공은 화학과 물리학적인 원리를 통해서 설명하는 등, 기존의 판타지 소설의 세계관(심검, 환골탈태하면서 주화입마에 빠져 죽는 이유 등)을 물리학, 생물학, 화학 등의 학문을 동원해서 재구성했습니다. 전문의 영역에서 오류가 없는지는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만, 이 소설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의 충격은 정말 컸습니다.

    저자는 기존의 정형화된 장르 소설에 대해 “국적불명인 세계에서 철저하게 충실한 서구 그것도 반드시 중세적인 설정, 한심함마저 느껴지는 빤한 전개방식에 대한 식상함. 한번 읽고 스토리만 파악하면 더 손이 안가는 가엾은 문체와 그 표현의 가벼움. 판타지 세계의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주지 않는 단순함, 전형적이고 고민 없이 재활용하는 괴물들과 종족과 등장소품 들… 스토리자체도 충동적인 파괴와 연속되는 우연, 그리고 살육과정의 업그레이드 장면 이외에 다른 길을 허용하지 않는 한없는 단순함 등등… 조금 괜찮다 싶으면 거의 예외없이 일본 애니메이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취약한 구도와 고민 없는 학습 수준들”이라고 일갈하고(대표적으로 묵향과 비뢰도의 성공 이후 정형화된 내용을 아시는,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이 공감하실 겁니다),

    “세계관도 나름대로 그럴듯한 과학적 개연성을 부여하고,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탄탄하게 다지고, 풍경과 묘사도 희생하지 않고, 장면 하나 하나가 진부하지 않는 모험으로 가득한 신기한 세계로 진짜 가보고 싶었”다며, “환상은 이론적으로 사실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을 때 훨씬 신비롭습니다. 그래서 모든 세계관을 뒤집은 진짜 혁명이자, 현재 모든 서구와 일본 소설, 영화의 상상력 원천을 장악하고 있는 첨단 주제인 양자물리학, 복잡계, 수학, 천문학, 진화론의 세계관에서 출발”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소설이 정말 인상 깊어서 필명으로 글을 쓰시는 작가님이 어떤 분인지 검색을 해서, 인터넷에 기고하던 경제칼럼을 찾아서 읽고, 색다른 경영학 이야기, CEO를 위한 중국보고서 등을 읽었고 책과 소설 어플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 혹은 일주일 몇 시간 정도씩 한 분야를 정해서 공부하는 게, 1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가 되고, 몇 년이 지나면 해당 분야를 대학에서 전공한 사람이 투자한 공부시간과 비슷하게 되니, 사실상 또 하나를 전공으로 공부한 것과 같다’는 내용으로 다양한 학문을 공부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의 글을 쓰신 적이 있는데, 이것이 제게 삶의 지침이 되는 말입니다.

    그리고 마케팅, 영업, 기획, 경제칼럼, 소설을 넘나들며 다양한 공부를 한 저자의 모습이 제가 선택한 롤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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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이거 저도 재밌게 읽은 책인데 반갑네요.
'솔로몬의 반지'도 재밌겠는데요? 저만의 위시리스트에 담겠습니다. ㅎㅎ

제 글을 읽으시고, 읽고 싶은 책을 찾으셨다니 다행이네요. ^^

스팀잇에서는 태그 사용이 중요해요
책감상문이면 booksteem kr-pen kr-writing 태그 사용하세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신대로 태그 수정했습니다.

축하드려요 담부터는 끈어서 몇개로 나눠서 올리셔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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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법조인이셨군요 ㅎㅎ 저도 한 때 법조인을 꿈꿨었는데 ㅎㅎ 반갑네용 ㅎㅎ

반갑습니다. ^^ 법률이나 소송이야기도 조금씩 올릴 계획입니다. 올려주신 오스트리아 학파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오스트리아 학파를 넘어서서 자유지선주의(Libertarianism)의 법 철학에도 관심이 있으실 거 같네요 ^^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